완벽한 예술을 위한 집착과 광기 - 블랙스완&데스노트
- 고은성 “비주얼 에이스? 내 단점은 ‘외모’입니다”
신문을 들여다 보니 그 말이 아니었다.
국민가수 톱7 뮤지컬배우 고은성 ‘데스노트’서 악역 라이토 맡아
“외형만 번드르르한 배역 말고 연기로 승부하는 역할 하고파”
배우 고은성(32)이 ‘내일은 국민가수’ 톱 7에 오르고 나서 선택한 뮤지컬은 ‘데스노트(Death Note)’다. 원작은 메가 히트한 일본의 동명 만화. 주인공 라이토(고은성)는 신비한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면서 명탐정 엘(L)과 대결하는 18세 고교생이다.
“정의감이 충만한 라이토는 평면적 악당이 아녜요. 악을 행하지만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어요.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하다 거꾸로 가기로 했습니다. 라이토의 착한 면을 찾아낼 거예요. 선해야 악이 더 잘 드러날 테니까요.”
표정이 진지했다. 흠잡을 데 없는 얼굴이었다. 고은성은 “악하게 보이기 위해 악함을 연기하고 싶진 않다”며 “인물을 표현하려 하지 않고 진짜라고 믿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블랙스완의 연기에 나탈리 포드만은 완벽한 예술을 향한 집착과 광기를 품어 낸 것 같다.
참 묘하다. 나탈리 포트만은 이미 3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녀의 이미지는 여전히 영화 ‘레옹’에서 킬러를 사랑한 13살의 소녀, 마틸다에 멈춰있었다. 30여 편의 후속작에서 영국왕을 유혹하는 앤 볼린(천일의 앤) 등 다채로운 역할을 맡았지만 영화팬들의 기억 속 그녀는 능청맞고 당돌한 소녀 마틸다였다. 그런데 ‘블랙스완’으로 돌아 온 그녀, “이제 소녀는 그만!” 이라고 외치고 있다.
완벽한 예술’을 향한 집착과 광기
방안을 인형으로 가득 채우고 핑크색을 즐겨 입는 소녀적 감성의 니나는 뉴욕 시립 발레단 소속의 발레리나다. 그녀는 완벽을 꿈꾸며 노력하는 연습벌레다. 드디어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프리마돈나로 낙점된 그녀. 선(善)을 대변하는 오데트 공주와 왕자를 유혹하는 사악한 쌍둥이 자매 오딜을 동시에 연기해야 한다. 그러나 프리마돈나가 되었다는 기쁨은 잠시. 선한 인상과 뛰어난 기교로 백조 역할엔 손색이 없지만 흑조 역을 감당하기엔 관능미와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용단장은 호통친다.
“너 자신을 버려!”
“욕망을 분출해 봐. 우리를 유혹하라고! 더 강하게!”
지금까지의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을 요구하는 작품의 압박 속에서 니나는 광적인 집착과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연습을 거듭하면서 흑조로서의 표현이 점점 더 완벽해질수록 그녀는 ‘소녀’의 정체성을 잃고 혼돈에 빠진다. 매일 마주치는 거울 속에서,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본능에 충실한 또 다른 페르소나와 마주치며 광기를 드러낸다. ‘완벽한 예술’을 위해 저 깊은 곳에 감춰 두었던 ‘어두운 자아’를 꺼내면서 분열하는 것이다.
왜 나 자신으로 살아가지 않는가?
누군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통제 밖에 있는 일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명심해야한다. 그것 때문에 우리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철학자가 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철학자처럼 보이기를 희망하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보여라.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23.
완벽한 공연을 향한 발레리나들의 열정과 성공에 대한 갈망, 여인으로서의 욕망 등을 적나라하게 잡아내고 있는 영화로 또 다른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영화제목을 백조의 호수와 블랙스완은 완전히 다르다. 백조의 호수는 맑은 물에서 노닐고 있는 아름다운 순백의 백조들이 연상된다. 반대로 블랙스완은 검은 백조가 맑은 물에 노닐고 있는 것이 어쩜 어색하게 느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불편하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평소와 다르게 먹고 다르게 말하면서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을 진정으로 원했더라면 그런대로 할 만한 것일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때론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사고 나온다.
데스노트의 블랙 뒤에 감춰진 레드와 블랙스완의 블랙뒤에 감추진 화이트는 모두 충동적인 공격성, 감정 조절의 어려움, 자신에 대한 수치심과 경멸, 자기비하 등의 부정적인 요소들일 수 있다.
블랙이 주는 견고함, 광폭함, 무자비함, 냉혈함, 황폐함, 오랜시간을 단단하여 더 이상 깨 부수어버리지 못한 크고 무거운 바위가 되어 버린 트라우마로 인간에게 치명적이고 무겁고 버거운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고 두려운 경험으로 우리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아 버렸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난 뭔가 잘못했다.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점점 뿌리 깊이 자리를 잡아 버린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히며 그래도 사회에 적응해보고자 하는 노력의 표현으로 자기에게 주문을 걸기도 합니다. "너 또 그런 잘못하면 안돼, 안전한지 위험한지 잘 생각해봐야 해, 무리하지 말고 네가 감당할 수 없는 피해야 해" 라고 자기 암시를 거는 합니다.
그러나 상처가 너무 깊어지면 이런 말들도 통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고통스럽다 보니 긍정적인 생각은 아예 떠올릴 수 조차 못하게 된다.
블랙은 또 다른 레드와 함께 우리에게 주문을 건다. 가장 선한 것이 가장 악한 것이다. 블랙을 화려하게 해주는 것은 레드라고 말한다. 데스노트의 빨강 악마의 사과와, 니나의 새빨간 입술처럼 악마는 속삭인다.
선해야 악이 더 들어난다고 속삭인다.
<구글 씨네24, 조선일보,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73, 74p, 데일리필로소피103p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