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ff Jung May 14. 2024

달빛에 홀려 천천히 넘어진다

Camel 카멜 [Moonmadness]

이들의 앨범은 내게 ‘어린 왕자’와 함께 다가온다.

이런 것은 사실 좋지 않다. 머릿속에 떠 다니는 개인적인 무정형을 언어로 표현하여, 굳이 다른 이에게 듣는 상상력을 제한하는 꼴이니 말이다. 그래도 다가온 음악을 설명하는데 나만의 느낌을 얘기하지 않는 것도 그러하니 첫 시작을 용서하기 바란다.


Camel 카멜의 음악이 강렬한 서정성을 갖고 있기에 이런 접점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전혀 관계가 없겠지. 하지만 지난 여러 컨셉 앨범을 통해 드러내었듯이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상상되기도 한다. 그리고 [Moonmadness] 앨범은 앨범 제목, 자켓, 음악 전반에 걸쳐서 관통하는 재료가 있으며, 나는 이것을 하나로 집약하였을 때 어린 시절 기억 속 ‘어린 왕자’란 대상을 무의식적으로 대입해 보았던 것 같다.

앨범 그림을 보자. 어느 신비로운 숲 속, 어두컴컴해야 할 밤하늘이 몽환적인 빛으로 가득 찼다. 태양같이 큼지막한 달은 미친 광기 같은 빛을 뿜어내고 그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으로 시선이 간다. 머리를 기른 소년인 것 같기도 하고, 머리를 풀어헤친 소녀인 것 같기도 하다. 둘만이 존재하는 것 처럼 이 순간 하나로 감싸 안은 연인인 듯 모호하기도 하다. 이런 달빛이라면 잠시동안 ‘Moonmadness’ 에 도취되더라도 상관없으리라.

앨범은 이런 자켓, 제목이 주는 첫인상과 같이 명확하지 않은 대상을 갈망하는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39분여 일곱 곡들이 아름답게 존재한다. 물론 개개는 각각이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전체를 이어주는 강한 접점이 있다. 이는 몽환적인 달빛, 광기의 춤사위, 숲 속을 흐르는 영혼들의 합창, 바람의 속삭임, 우주의 바다를 떠도는 이야기들처럼 떨어져 있는 듯 닮은 이야기들로써 이어져 있다.


음악을 들으며 불현듯 나는, 숲 속이 오버랩된 황량한 사막에 앉아 자신의 소행성을 그리워하는 어린 왕자가 떠올랐던가 보다. 그 옆에는 여우라도 함께 있었을까.

어린 왕자는 고결하게 미친 아이가 아니던가. 아이가 하는 이야기들이 일면 신기하기도 하고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사막에 추락한 조종사 아저씨처럼 끊임없는 이야기에 일면 대꾸하기 귀찮아질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중독이 되듯 그 아이와 여행처럼 따라가게 된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 바뀌어가는 풍경이 마치 어린 왕자와 함께 해를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들 같기도 하다. 분화구가 가득 찬 조그만 행성에서, 노래의 외피 속에 담긴 진실됨을 상상하고, 물의 정령들이 노래하는 미친 밤하늘에, 홀연히 피어나는 아련한 플룻 소리, 사막의 바다에서 어린 왕자는 자신의 혹성을 다시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그는 자신의 별로 과연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달빛의 광기로 가득 찬 밤에는 그리운 무언가가 반드시 실현되고야 말 것 같은데 말이다.


Camel의 네 번째 앨범인 [Moonmadness]는 이들을 얘기할 때 반드시 들어가는 작품일 것이다. 물론 이들의 서정성을 얘기할 때 단박에 거론될 여타 다른 앨범들이 떠오르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와 균일한 컨셉에 이만한 원 픽이 없을 것 같다. 밴드의 핵심인 Andrew Latimer 앤드류 레이티머의 서정적인 기타와 플룻, 신디사이저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Peter Bardens 피터 바든스의 명연이 뛰어나지만, 모든 멤버들이 균형을 이루는 연주 형태는 본 작을 드높이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내게 이 앨범은 어린 왕자의 첫 인상과 제멋대로 버무려져 약간은 애틋하게 마음에 간직되어 있다.

<Song within a Song>의 무심한 멜로디를 왜 안 틀어주냐고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Lunar Sea>의 다채로움을 얘기할 수도 있고, <Chord Change>에서의 울음 삼킨 기타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왕 어린 왕자를 떠올렸으니 여기서 나는 <Air Born>을 선택하고 싶어졌다.

한 송이 꽃의 속삭임을 깨달은 어린 왕자는 과연 자신의 별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다시  궁금해지는 것이다.


아, 나무가 넘어지듯 천천히 넘어진다.



Camel [Moonmadness] 1976년 <Air Born>

https://youtu.be/qm0LdttOKNQ?si=1bIFufM2zZhnUGnM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이 되어도 솜사탕은 행복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