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 Mark [Songs For a Friend]
누군가에겐 명상 음악이 힐링이 되듯 각자의 힐링 음악 같은 거…
일전 언급했듯이 Mark-Almond의 음악들을 듣다 보면 Jon Mark의 솔로 앨범으로 자연스럽게 손이 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그가 가진 실로 독보적인 목소리 때문일 것이다.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4 그의 목소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주저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는 그만큼 언어로 가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 나도 모르는 장소에 숨겨져 있는 것을 찾아내 어루만져주고, 따뜻한 차를 머금은 것처럼 마음을 데워준다면 이는 확실히 힐링 음악이라 할 만하다.
[Songs for a Friend] 앨범은 Mark-Almond 활동 중 그가 낸 솔로 앨범이다. 음악을 반복해 듣다 보면 깊은 곳에서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줄기 같은 게 있는데, 뭐랄까 ‘내가 두고 온 어떤 것’ Of one I left behind 이라 이름 붙여 보고 싶어졌다. 화자였던 그가 두고 온 것, 누군가에게 남겨진 것들이 다 다르겠지만 우린 항상 삶 속에서 무언가를 보내고, 남겨두고, 잃어버리며 시간을 지나왔다. 그 시간의 늪을 헤치면 마음속 깊은 곳 결코 떼어낼 수 없이 들러붙은 것들이 있다. 그는 이를 Friend라고 이름 붙여 주었으니, 앨범은 이 잔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거의 시꺼먼 우물 속을 들여다 보고, 시간의 동굴을 더듬으며 되돌아갈 때의 느낌을 우린 잘 알고 있다. 막연한 그리움이 있을 것이고, 씁쓸한 미소를 띤 웃음이 있을 것이며, 지나간 시절과 남아있는 시간과의 셈, 치기 어린 부끄러움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쌉싸름한 회한과 거대한 분노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겠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래서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그만큼의 정서로 흘러간다. 그 기워놓은 헝겊들이 너덜 해지도록 우리를 괴롭혀 올 때도 있었지만, 때론 시간은 우리 편이어서 승자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끝없이 웃자랄 것만 같은 기억들은 어느새 잘 윤색되어서 규격봉투에 담기고 라벨까지 붙은 후 서랍에 들어가는 운명이 될 수도 있다. 아마 더 이상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겠지. 단지,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공동 운명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앨범에는 남겨 둔 Friend라고 얘기하고 싶었을 9편의 이야기들이 한 곽씩의 서랍을 차지하고 있다. 열어서 햇볕을 보여 주었더니 그 낡은 기억이 빛을 받아 분자로 날아다니는데, 음악적 표현이 실로 섬세하고 격조가 가득하다.
황금빛 햇빛과 떨어지는 잎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뛰어놀던 시그널 힐, 나는 그녀의 곁에 누워 있었지. 사랑은 그 언덕에 아직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만 같은데 <Signal Hill>
어느 날 새벽 기차를 타고 예고 없이 떠나갔던 너, 아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너의 개는 언제까지나 문을 긁고 있어. 그만 집으로 다시 돌아와 <Joey>
아빠는 어딘가로 가고 엄마의 눈은 어둠으로 가득 찼지. 무심한 사람이여. 천둥 같은 분노와 쌓였던 하얀 발자국만 남겨둔 채. 너무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의 반복. 아빠의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이 되었지. 인생은 누구에게 탓할 것이 없고 그렇게 흘러갈 뿐이야 < Ballad Of The Careless Man>
언젠가 나만의 배를 만들어 항해를 떠나고 싶었어 <Someday I'll Build A Boat>
너를 화나게 했다면 내 마음도 찢어졌을 거야. 시간이 나를 변하게 하진 못했지만 또 다른 문들이 계속 다가와. 너의 눈물 속에서 떠나갈 때 안녕. 내 사랑 <The Bay>
우리가 훔쳤던 비밀의 시간들. 네 친구의 남편이 된 나. 이젠 어색하게 안녕 잘 지내나요 라고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갈 수 있는 사이가 된 걸까. <Liars of Love>
아무도 듣는 이 없는 때 크게 웃는 것도 더 이상 재미없어. 난 혼자 내 그림자와 함께 앉아 있어. 이젠 내 유일한 친구 <Alone With My Shadow>
그렇게 늙어가며, 잊어버린다. 퇴색하고 퇴색하는 시간들. 그의 딸은 언제나 생일날 찾아오겠지. 집에 드는 빛이 어두워지고 있어. 안녕 아빠 엄마. 울지 말아요. 우린 진심이었다는 것을 아시죠? <Old People’s Home>
어린 시절 알록달록 칠해진 내 회전목마, 빠르게 더 빠르게 회전했지. 이젠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내가 떠나간 자리는 어느 아이가 차지하고 있어. 이제 마지막 경주가 끝났으니 인생이란 단지 회전목마일 뿐 <Carousel>
음악은 정갈하게 편곡된 바탕 위에 여러 가지 악기들의 편성이 예술성을 높인다. 기본적인 리듬, 멜로디 악기 외에 그랜드 피아노, 하프, 비브라폰, 하프시코드, 오케스트레이션까지 클래식적인 요소가 그의 목소리에 극적인 요소를 더한다.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달콤한 기억으로 말이다. Jon Mark는 왜 지극히 자전적인 시간을 끄집어내었을까?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이 Friend들을 이만 서랍 속에 고이 닫아 두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무언가 정리가 되지 않으면 우리는 끝도 없이 뒤돌아보게 되지 않는가. 그리고 언젠가는 그만해도 될 때가 오기도 한다. 결국 그때가 된 마음이 잘 세공된 다이아몬드와 같이 한 장의 앨범으로 형상화되었다. 음악을 듣는 우리들 또한 내가 뒤에 남겨 두고 온 것들을 불현듯 떠올려 보게 된다. 내가 두고 온 어떤 것. 가장 깊은 심연에 무릎 모으고 얼굴 파묻고 있는 아이, 그렇지만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대상을 말이다.
개개의 곡들이 고유의 빛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에 한 곡을 빼는 게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유튜브에는 앨범 전체가 48분짜리로 올라와 있으니 감상해 봐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여기에서는 그래도 단지 <Liars of Love> 한 곡을 골라본다.
추측하건대 연인이었던 두 남녀가 이제는 또 다른 누군가의 남편, 아내가 되어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짐짓 모르는 척 숨겨야 했던 시간. 옛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는 비밀의 이야기들일까. 미묘한 공기는 섬세하게 고조되는 가운데, 메조소프라노의 허밍과 오케스트레이션의 격정은 어쩔 수 없이 각자의 길을 가는 이들의 헛헛한 마음을 표현해 주는 듯하다.
앨범의 부재가 Bird with a Broken Wing Suite 이다. 날개가 부러진 새의 모음곡들이다. 앨범을 발매하고 아저씨는 다시 절뚝이며 날갯짓을 했는지 모르겠네.
우리 각자가 알록달록한 회전목마에 탄 인생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앨범일 것이다.
Jon Mark [Songs For a Friend] 1975년 <Liars of Love>
https://youtu.be/kioNC78jJNs?si=1LnmSRNRXqRDKtHW
Liars of love
I see the leaves are falling the icy winds to blow
I find myself recalling those times So long ago
when we were lovers wrapped in each other bleed
나뭇잎이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니
아주 오래 전 우리가 연인으로 서로에게 빠져있던 그 시절이 떠오르네
our love was born in winter no springtime joy was ours
a selfish bitter love we stole those secret hours
and did we feel no shame then why another name in hotels
우리의 사랑은 겨울에 태어났지만 봄의 기쁨은 우리 것이 아니었어
이기적이고 쓰디쓴 사랑, 우리가 훔쳤던 그 비밀의 시간들
우린 수치심이 없었지만 왜 호텔엔 다른 이름이 있었나
Liars of love
And the lovers of lies
Lovers no more but the lie never dies
사랑의 거짓말들
그리고 거짓의 연인들
더 이상 연인이 아니지만 거짓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my wife who is your friend would ask you with a tea and I would not hello
and we'd smiled knowingly
I'd say Hello, how are you
you say I'm doing fine
We very carefully forget the time
I Drive you home then
당신의 친구인 내 아내가 안부를 물을 것이고 난 인사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는 듯 미소짓겠지
안녕, 잘 지내? 라고 난 물을 것이고
당신은 잘 지낸다고 얘기하겠지
우리는 매우 조심스럽게 시간을 잊어버리곤
당신을 집으로 바래다 주겠지
Liars of love
And the lovers of lie
Lovers no more but the lie never dies
사랑의 거짓말들
그리고 거짓의 연인들
더 이상 연인이 아니지만 거짓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I picture you before me like it was yesterday
the bar I don't recall but I still hear you say
your husband's coming home it's better than we park this way
마치 어제였던 것처럼 당신을 그려보았어
그 바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전히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
당신의 남편이 집으로 올 것이고 우리는 여기에 주차하는 게 나을 거야
And still we meet for dinner just as we did before
But now the dinner table is always settled before
And still we’ll keep that secret from them forever more?
우리는 예전처럼 저녁 먹으러 만나
하지만 이제 저녁 식탁은 항상 미리 준비되어 있지
그래도 우리는 그 비밀을 그들로부터 영원히 간직할 건가?
Liars of love
And the lovers of lie
Lovers no more but the lie never dies
사랑의 거짓말들
그리고 거짓의 연인들
더 이상 연인이 아니지만 거짓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