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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Jul 28. 2024

나른하게 빛나 오르기

Rufus Wainwright 루퍼스 웨인라이트 [Want One]

우리가 흔히 뮤지컬 한 창법이라 얘기하면 우선 화려하게 압도하는 무언가를 연상하게 된다. 떠나는 님 가는 길에 눈물 한 모금 쏟아주어야 할 것 같고, 절망을 희망으로 치환하는 폭발적인 환희에 온 모공이 곤두설 것 같은 목소리 말이다. 여기 뛰어난 가창력을 얘기하고 싶긴 한데 그런 일반적인 표현법을 대입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독특한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거대한 열정이 겉으로 뜨겁진 않더라도 드라마틱한 감성을 전달해 주는 가수이다. 혹시 그의 이력이 내게 선입견을 주었을라나? 예를 들어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적이 있다거나, 어린 시절부터 오페라 등 고전을 좋아했던 일화라거나, 실제 그가 직접 작곡한 오페라 음반이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된 전력이 있다면 말이다. 어린 시절 경도된 Judy Garland 주디 갈란드의 카네기 홀 라이브 실황을 그대로 재현한 앨범을 선보였던 그 라면 더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뮤지컬 한 인상과는 분명 다르지만, 서사적인 어떤 것으로 엮어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Judy Garland 에피소드에서 지나가듯이 언급했던 청년이 지금 얘기하는 Rufus Wainwright 루퍼스 웨인라이트이다.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107 


앨범들 뿐 아니라 라이브 영상을 접하기도 했었다. 피아노나 기타를 치며 땀범벅으로 노래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남 다르다는 것 정도는 순식간에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긴 호흡으로 고역, 중역 관계없이 편안하게 소화하는 그를 보면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화려함이란 단어로 치장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다르게 보자면 나른한 느낌이 있기까지 하다. 약간 질질 끄는 듯한 발성법, 톤의 높낮이가 플랫 하다는 인상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반짝반짝 치장되어 다가오고 그런 톤 조차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참으로 다른 의미에서 꾀꼬리인 셈이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내 보이는 음이 ‘그의 몸을 통과하여 진동하고 있구나’라고 확실시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 당연한 문장이 새삼스레 느껴질 때 나는 왜 그 속에서 화려함을 느끼는 지를 이해한다. ‘그는 그의 노래를 하는구나’라는 느낌 말이다. 남의 가면을 쓰지 않고 본인의 몸을 공명하여 노래하는 것. 내가 그의 음악이 서사적이고 열정적이라 느꼈다면 이 감정이 가져다준 이야기일 것 같다. 가창력이란 이를 표현하는 보조 수단일 뿐이다.

음악을 들으며 가지게 되는 상반되는 감정들이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를 더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뮤지션들을 알아갈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 있는데, 예술인은 결국 자신의 색깔을 꾸준히 연마해 나가는 과정 자체에서 모든 것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비교를 불가하는 하나의 성을 쌓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결실은 남들과는 다른 중의적인 표현법을 내포하게 된다. 그의 음악은 여리지 않으면서도 감성적이다. 격정적이지 않은데도 드라마틱하고, 나른한 풍경 속에서 고민이 많은 내면이 느껴진다. 중첩이란 단어는 양자역학에만 쓰이지 않는구나.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법 너머를 함께 공명하는 그 순간, 나는 특히 무언가에 반하는 것 같다.


그 간의 여정을 통해 발매된 작품들 중에서 [Want One]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이다. One이라고 되어 있으면 두 번째도 있다는 것인가? 맞다 [Want Two]라고 명명하여 일 년 후 이어서 발매되었으니 컨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더블 앨범으로 즐겨도 좋겠다. 중세 시대 같은 이쁜 디자인의 앨범 자켓을 보고 있노라면, 포크나 팝 등 협의로 가둘 수 없는 다양한 영역을 담아보고 싶었다는 뮤지션의 의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곡을 하나 선곡해 보았는 데 이 중에서는 조금 전면으로 나선 음악으로도 들린다.

말쑥한 청년의 얼굴은 이제 수염도 기른 중년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그 미성과 가창력은 전혀 녹슬지 않고 기품이 더해졌으니 진짜 실력에 감탄 만이 더해질 뿐이다. 이런 이들을 가수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한 번 더 배우고 간다.


Rufus Wainwright [Want One] 2003년 <Go or Go Ahead>

https://youtu.be/TVktlLhXyOg?si=suAgqXg2Jf5Hp4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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