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La Tengo 요 라 탱고 [Painful]
사람들은 평균 33세부터는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신곡을 끊임없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하며 업데이트하던 시절이 10대라면, 20대를 지나며 정점을 찍은 후 흥미가 점차 떨어진다. 그리고 30대에는 음악 취향이 성숙해지며 새로운 음악이 나와도 기존에 듣던 음악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기사의 설명이다. 다만 여성의 경우에는 그 새로움에 대한 관심이 남성 평균보다는 훨씬 길게 이어진다고도 한다.
이런 기사는 나의 음악 듣기 여정을 돌아보게 하기에 흥미롭기도 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시기에는 분명 새로운 음악들을 듣는다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에너지가 소진되었던 시간들도 있었다. 머리 아프지 않게 편안한 것을 계속 즐기고 싶은 유혹 또한 있지 않겠는가. 시간이 지나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것을 끄집어내어 보면 그와 함께 했던 추억 또한 동반하니 유혹은 더욱 커진다. 고착 효과는 굉장할 것이다. 어떤 대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또한 보편적인 주기를 가지고 있다. 깊은 순간으로 몰입하는 정점이 있지만 이후 천천히 하향곡선으로 빠져나온다는 것을.
그럼에도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는 내게 조금 특별하다. 역시 저 평균의 카테고리에 가두려는 손짓을 끊임없이 거부하고 싶다는 치기가 생긴다. 물론 안주하려는 마음이 나를 유혹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면 배의 노력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 낯선 것을 곁눈질하는 것 자체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되게 거창하게 말하면 내게 이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란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안정된 지면 위에 느긋하게 몸을 눕히려는 중력을 거스르는 노력과도 같다. 삶에서 새로운 시선을 녹슬지 않게 유지하고 싶다는 열망이 이 행위와 연결되어 고무줄처럼 탱탱하게 긴장을 유지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누구에게나 그런 대상이 있을 것이다. 어떤 무엇이 자신의 일상을 환기시키는지, 어떤 것이 투명한 비이커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보라색 잉크 같은지 말이다. 그리고 내게 그 대상은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을 유지하는 것이다. 만약 조금은 열린 시선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 공로의 많은 부분은 음악이 차지할 것이다.
Yo la Tengo 요 라 텡고의 [Painful]은 청춘의 시절을 함께 했던 앨범은 맞다. 내게 행복을 주는 음악을 정리하며 끄집어낸 앨범이지만, 재미있었던 것은 옛 좋았던 추억을 단순하게 되새기고 싶은 지점으로 나를 인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음악을 듣는 동안 과거로부터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상상하게 되는 미래까지 연결된 연속적인 띠가 계속 떠올랐다. 그 속을 지나고 있으니 기쁜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 끈이 끊어진 것 같다고 느낄 때 나는 이미 늙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글을 정리하며 듣는 음악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점을 가늠해 주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절정은 <I Heard you Looking>에서 폭발한다. D 키로 시작하는 단출한 네 마디가 페이드 인 되며 여행의 시간을 알린다. 그리고 천천히 반복된다.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오르고 내리며 호흡을 고른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간은 미지의 어딘가로 슬그머니 나를 안내하는 듯하다. 적당히 손때 묻은 파열음이 일그러지는 가운데 아직 가보지 못한 어떤 숲길로 이어진다. 그 입구에 오도카니 서 있다가 천천히 들어간다. 가끔씩 돌아본 시선에는 두고 온 부끄러움이 있고 발그레한 빛의 열망도 있다. 다시 시선을 돌려 앞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위가 어두워지고 약간은 두렵다는 생각도 들지만 호기심이 반짝하고 얕은 흥분을 준다. 끈이 이어져 있어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길을 지나면 또 다른 길로 이어져 있다는 것 또한. 그 언젠가의 시간에서부터 잉태된 작은 뜨거움은 시나브로 거슬러 올라 주변을 흐르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솟아오르고, 깊은 어딘가로 다이브 하고 싶기도 하다. 피가 조금은 더워지는 감각이 몸 전체를 돌기 시작한다.
당신이 보는 것을 들어 보고 싶어. 당신이 보는 것을 난 들을 수 있어.
괜찮아? 응. 괜찮아. 그렇게 걸어가면 돼.
아름다운 희망가가 눈짓을 한다.
네 차례야.
이젠 당신이 듣는 것을 보고 싶어.
Yo La Tengo [Painful] 1993년 <I Heard you Looking>
https://youtu.be/9aFkgmnDpo4?si=3gYnEcSND98ksz9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