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품평회 : 1화
<사진품평회>입니다.
사진 좀 올리고 싶은데 그냥 올리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겸사겸사 사진마다 감상평도 달고
촬영법도 살짝 알려드리고
댓글로 품평도 좀 부탁드리려고요.
매주 금요일마다 연재인데요,
사진을 너무 많이 올리면 소재가 금방 동나니까
좀 옛날에 찍은 것들부터 차근차근 꺼내 보겠습니다.
오늘은 2022년도에 DDP에서 찍은 사진 몇 가지를 들고 왔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레트로 느낌을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그러합니다.
레트로 느낌을 살리려면 역시 필름으로 찍어야겠죠.
실제로 롤라이35도 하나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름카메라는 실사용하기에 답답한 면이 많습니다.
특히 롤라이 35는 수동이고, 목측식에 노출계도 먹통입니다.
(물론 수동이라서 찍는 맛은 더 좋지만요)
심지어 요즘 필름값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올랐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디지털로 찍고 레트로 & 필름 분위기로
보정을 하십니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을 아무리 잘 보정하더라도
필름 느낌이 완벽히 재현되지 않죠.
보정 안 한 원본 사진입니다.
필름 느낌 좀 나나요?
사람들과 빛에 가려져 소실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위에서 찍었다면 거리가 무한히 이어지는 것처럼
표현되었을 텐데, 아쉽네요.
필름 사진은 디지털 사진보다
1. 색감, 계조가 자연스럽다 (특히 하이라이트, 섀도)
2. 입자감(grain)이 도드라진다
3. DR(다이내믹 레인지)이 넓다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비슷하게라도 레트로 느낌을 내려면
보통 라이트룸을 켜고, 대비(contrast)를 낮추고,
색보정 후, 그레인/비네팅까지 넣어서 보정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무보정주의자 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보정 없이 레트로, 빈티지 풍 느낌을
살려보고자 한다면, 이러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우선 입자감이 필요합니다.
조리개를 조여버리고 고감도로 찍으면
디지털 노이즈가 그레인처럼 사진에 묻어 나옵니다.
그레인만큼 자연스럽진 않지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죠.
이제 조리개를 또 조여서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해 봅시다.
걷는 사람들 잔상이 나오면서 아련하네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듯한 역동성도 잘 표현됩니다.
마지막으로 색감을 해결해야 하는데요.
필름 시뮬레이션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캐논은 그냥 찍어도 색감이 봐줄만합니다.
검은 배경 앞에 거울이 있어 피사체를 반사시켜 찍었는데요,
사실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올린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사진에게 한 자리 내어준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울 속과 거울 밖을 완전히 대비시키거나,
거울이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신선한 구도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깨달음.
또 물방울 안에 반짝이는 것들이 사실 다 먼지입니다.
그래서 먼지를 글리터처럼 써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뜬금없지만
최근에 와서는 인간의 양면성에 관한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마침 반사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무와 호수에 비친 나무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도록 찍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을 숨기기 위해 외면이라는 가면을 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실제 얼굴과 가면을 혼동하기에 이르죠.
사실 이 나무는 점점 물에 빠져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더 많은 가지를 친 나무는
물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호수 밖의 나무와 호수 속의 나무는 그제야 일체(一體)가 되겠군요.
조리개를 f/5까지는 열었어야 덜 난잡하게 구성되었을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실제 나무의 잎들은 오른쪽 위에서 빛이 내려와 밝게 표현된 반면
호수에 비친 나무는 어둡게 표현된 것이 마음에 듭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내면과 외면을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는데
반사와 빛을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배워가네요.
DDP에는 여러 이벤트들이 자주 개최됩니다.
이날은 아름다운 옷이나 작품들을 판매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분은 고양이를 고양이보다도 귀엽게 그리시더군요.
미러리스로 넘어오면서 800D를 제외한 이전 장비는 모두 처분했습니다.
따라서 800D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캐논 카메라였습니다.
캐논 카메라는 참 못생겼습니다.
특히 승모근이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다만 캐논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것들은 정말 아름답죠.
특히 이 따뜻한 색감은 압도적으로 황홀합니다.
반면 소니는 정말 차갑습니다.
모닥불과 얼음쯤으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가만 보면 세상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캐논의 따뜻한 색감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참 아름답습니다.
저는 심플한 걸 좋아하는데,
DDP의 작품들, 상품들은 심플의 끝판왕을 달립니다.
흰 바탕에 검은색, 단색으로만 모든 정보를 기입했음에도
돌들의 질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폰트도 참 마음에 드네요.
정갈하고 굵기도 적당합니다.
DDP에는 사진 스폿이 참 많은데요.
건물 자체가 워낙 특이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찍어 입체감이 줄고 공간이 압축되었습니다.
왼쪽의 계단과 오른쪽의 회색 바닥의 경사 방향이 구분이 잘 안 갑니다.
회색 바닥은 내리막일까요, 아니면 오르막일까요? 평지일까요?
정보를 숨기려고 애쓰는 사진에
더 많은 애정이 가는 건 저뿐일까요.
사실 피사체가 프레임에 걸리게 찍는 것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미처 완성되지 못한 피사체는 불만을 토로하듯
사진 전체를 어색하게 만듭니다.
다만 아주 정적인 이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에 아이와 손잡고 있는 분이
아이를 끌고 가는 느낌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진 주변부가 너무나도 깔끔한데,
이 깔끔함이 중앙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한테 시선을 몰아줍니다.
그다음으로 시선이 몰리는 곳이 오른쪽 아래의 아이죠.
최면술사가 된 기분이군요.
여러분의 시선도 저와 비슷하게 움직였나요?
아니라구요? 죄송합니다.
열심히 찍고 보정한 사진을
다른 기기로 옮겨서 보면 색감은 뒤틀리고 제 마음은 찢어집니다.
요즘은 브런치도 다들 모바일 기기로 보시니까
컴퓨터에서 완성된 글이 휴대폰에서도 읽기 편했으면 하는 바람에
모바일 기기에서도 여러 번 검토를 하는데요.
아무리 수정해도 가독성은 별로고
올려놓은 사진들은 사진대로 마음에 안 드네요.
세상 모든 화면을 제 화면에 맞춰
캘리브레이션 하고 싶습니다. ㅋㅋㅋ
열심히 개선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의 일본 사진 살짝 보여드리면서 물러가겠습니다.
뉴진스 분들이 일본 광고판까지 점령하셨더군요.
국뽕이 차오릅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