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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찍어도 있어 보이는 렌즈

사진품평회 : 2화

by 김도

안녕하세요.

사진품평회 2화입니다.

무거운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딥페이크로 참 말이 많습니다.

사진을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통탄스럽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길거리 스냅 촬영은 당연히도

다른 사람들의 초상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우연히 찍힌다고 하더라도,

그분의 동의 없이는 (물론 개인 소장도 옳지 않지만 특히,)

온라인상에 게시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아울러, 더욱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을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가끔 사진을 주제로 하시는 유튜버 혹은 블로거 중

초상권 문제에 다소 둔감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상술한 내용은 제 스스로도 곱씹어 보고

또 다짐하기 위해서 쓴 글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분들께 감히 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사진에 대한 제 열의가 조금이나마 전달되었길 바랍니다.




오늘은 막 찍어도, 카메라에 돈을 별로 안 들여도,

"카메라는 카메라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렌즈를 들고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단렌즈입니다.


이번에 들고 온 사진들은 모두

캐논 DSLR 보급기에 50mm f/1.8 단렌즈로

최대개방한 상태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EF 50mm f1.8 stm, 신품 약 14만 원)

아마 크롭바디였을 테니 환산 초점거리는 80mm가 되겠네요.

바디랑 렌즈 가격을 다 합해봐야 8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입니다.


일단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첫 요인이 아웃포커스인 것 같습니다.

뒷배경을 빵빵 날려주면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단렌즈는 조리개가 굉장히 밝습니다.

화각이 고정되어 있다 보니 줌렌즈보다

렌즈 설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케도 더 예쁘게 만들어주고, 가볍고, 거기다 가격조차 저렴합니다.

입문자들에게 이보다 좋은 렌즈는 없을 겁니다.



장미 색감이 참 쨍하고 예쁩니다.


뜬금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꽃 사진들 중에

에릭 푸아트뱅(eric poitevin)의 작품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구글에 'eric poitevin untitled'이라고 검색하면 아마 나올 텐데요,

저작권 때문에 직접 업로드는 어렵습니다.


흰 배경에 세로로 길게 꽃이 세워져 있습니다.

단색 배경에 완벽한 정면으로 촬영해서 아주 심플하고, 수수하고, 아름답습니다.

최근에 방문했던 사진전에서 처음 만났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었습니다.


부산에서 국제 사진전이 열립니다.

시간 되시면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전에서는 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주는 황홀함은 인공적인 그것과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빨간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져 얼핏 보면 그라데이션 같기도 합니다.

자연광이 매력적으로 나무를 비추고 있습니다.

뒤로는 깨알 아웃포커싱이 들어갔네요.


최근에 들은 말 중 인상 깊었던 말은,

"사진작가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입니다.

이 말을 듣고 최근 저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의도적으로 집중해서 봤습니다.

가을이 다가와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빛도 매우 아름답고,

색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면

색감이 아름다운 피사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색들이 있고,

높은 확률로 서로서로 잘 어우러집니다.


이제 보니 사진 찍을 소재가 없다는 말은

사진에 대한 공허한 변명 같기도,

또 의지 부족의 자기 증명 같기도 합니다.





갑자기 겨울로 잠깐 왔습니다.

온통 눈밭인데 어째서 세상은 따뜻해 보일까요?

아무리 눈이 많이 쌓여도 얇디얇은 빛은 눈 위에 드리웁니다.

우리가 차가운 세상을 보게 되는 것도 빛 때문이지만,

따뜻할 수 있는 이유도 빛 덕분입니다.


경험상 감격스러움에 눈을 떼기조차 힘든 사진들은 대부분

자연광, 즉 '빛'을 기가 막히게 써먹습니다.

내리쬐는 빛은 강한 인상을 주어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의 기억에 각인시킵니다.

뿐만 아니라 피사체를 부드럽게 비춰 더 수려하게 만들기도 하죠.


색감에 통달하셨다면, 다음 목표로 빛은 어떠신가요?



태양을 정면에 두어 내리쬐는 빛을 직접 찍어도

괜찮은 느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빛이 중앙부에서 카메라로 달려오는데도

하늘에는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이라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또 눈은 빛을 더 잘 반사시켜 줍니다.

쌓인 눈과 빛의 조합은 제법 아름답습니다.


낮은 조리개 덕에 ISO와 셔속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노이즈가 상대적으로 적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십만 원대에, f1.8, 성능까지. 이건 진짜 갓캐논이 맞습니다.





최단촬영거리가 짧아 매크로 촬영에도 써먹을만합니다.

단렌즈는 보통 초점거리와 최단촬영거리가 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Ex. 초점거리 50mm => 최단촬영거리 50cm)

이 렌즈는 35cm 정도로 더 짧은 편입니다.


꿀을 훔쳐가는 벌이 함께 찍혔네요.

단순히 꽃을 찍는 사진들도 좋긴 하지만

가끔은 지루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마침 날아온 나비나 벌은 환영받는 손님들이죠.


풍경 사진에도 우연히 지나가는 인물이 찍히면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남기도 합니다.





강아지입니다.

이때 바디에 eye AF가 없어서 철창 하고 코에 초점이 맞아버렸네요.

심도가 얕아서 초점이 조금만 엇나가도 다른 부분이 뿌옇게 변합니다.



강아지가 시무룩합니다.

오랜 시간 철창 속에 갇혀있었나 봅니다.

털이 굉장히 곱게 표현되었네요.





첫 번째 장미 사진보다 좀 더 멀리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도 사진에 입문했을 당시에는

과한 아웃포커싱을 좋아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지난 후에는 아웃포커싱 때문에

오히려 사진에 집중이 흐트러지게 되고,

흐릿해진 뒷배경은 사진을 어디서 찍었는지도 모르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미학적으로도, 스토리적으로도

사진에 악영향을 주는 듯싶어 점점 지양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실내가 아니라면 f/4로도 충분하지 싶습니다.





이 정도 심도표현은 괜찮지 않나요?

요즘 피사체보다 가까운 것들을 걸쳐 찍어

심도 표현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이 사진은 부쉬에 숨어서 찍었습니다.


십만 원대 렌즈만 해도 인터넷 공유용 사진 촬영에는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비네팅, 주변부 왜곡, 색수차 등

아쉬운 점이 눈에 보이고 거슬리게 되실 겁니다.

그때가 업그레이드 타이밍이겠죠.


이런 현상은 저분산 렌즈나 비구면 렌즈 미적용 등

자본적 한계로 인한 광학 설계 단에서의 한계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가격이 가격인지라...'입니다.



오늘의 첫 사진을 확대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선예도도 떨어지고 색수차도 심합니다.


아무튼 입문하시는 분들은 단렌즈 적극 추천드립니다.

화각 이해도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고,

또 가벼워서 카메라를 더 자주 들고나가게 될 것입니다.


보통 각 회사마다 단렌즈 라인에

사람들을 입문시키기 위한 제품들이 하나씩은 포진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진들에 사용한 렌즈,

캐논의 ef 50mm f1.8 stm도 나쁘지 않습니다.


소니에도 fe 50mm f1.8이 있는데요.

워블링이 좀 있는 편인데 그것만 제외하면

괜찮은 녀석입니다.


역시 광학기기는 돈빨입니다.

저는 다음 단렌즈로 소니의 40mm f/2.5를 들여보려고 합니다.

후드 못생기기로 유명한 녀석이죠.

40mm 단렌즈는 처음 써봐서 기대가 됩니다.

다음 주나 다다음주에 사진 몇 장 건져오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실 분들 모두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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