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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ru Jun 11. 2024

[유  원]

#책발제8_

유 원_ 백온유 作


   

 그 누구도 예측 불가능한 사고였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 우리 모두는 그러한 accident를 늘 맘 구석에 두며, 그런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체하려는 시물레이션을 한 번씩 그려보곤 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사고(事故)는 늘 예상 범위 밖에서 일어난다.     

 

주인공 유원에게 일어난 일이다.

윗 층에서 떨어진 담배꽁초 불씨가 화재 원인이었다.

부모님은 집에 안 계셨고, 고등학생 언니와 6살 유원만이 걷잡을 수 없는 화염을 감당해야 했다. 언니는 어린 유원을 베란다 밖으로 던졌다. 사람들이 말하는 데로 동생을 위해 1%로의 생존가능성에 기도하며 자의로는 할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인지 확실한 건 없다.

11층에서 떨어지는 유원을 받아낸 아저씨는 히어로가 됐지만 다리를 못쓰게 됐다.

스스로 뛰어내릴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전에 매연으로 쓰러진 걸까?

결국 언니는 숨졌다.


이 사고를 감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어떻게]의 입장 차이가 있다.     


유원:

언니가 살고 어린 동생이 죽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졌을까? ‘희생한 언니 덕분에 목숨을 건진 어린 여동생’이라는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더 감동을 주었는지 모른다. 원치 않는 유명세에 늘 둘러 쌓여 성장한 유원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타인의 친절과 동정에서 객관화된 자신을 찾으려 한다.     


부모님:

부모는 두 딸 중 하나를 잃었고, 유원의 생명의 은인인 아저씨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주로는 감사함과 죄책감을 담은 돈과 감정노동이다.

남은 딸에게는 최대한의 허용과 사랑으로 또 조심스러움으로 대한다. 배려있고 인자한 인성의 부모이지만 왠지 그들이 온화함이 외줄타기 하듯 아슬아슬 해 보이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히어로 아저씨:

세상 사람들에게 의인이 되었지만 신체적으로 복구할 수 없는 대미지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저씨, 그의 뻔뻔한 금전 요구가 과연 합당한 보상의 개념일까? 그저 자신의 대미지를 단순한 기회의 도구로 여기는 그런  하류의 인간은 아닌가? 그의 행복의 가치는 그의 가족에게서 철저히 외면받으며 어긋나기만 한다. 그의 진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상처를 감당하고 살아간다. 소설에서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인물은 유원에게만 구체적이다. 다른 인물들의 속앓이도 조금만 더 깊이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 독자로서의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일상의 가치에 대해 간과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흘리듯 말한 먹고 싶은 음식을 엄마가 기억하고 해 주시는 일.

곰국에 소금을 더 넣는 일로 하는 부모님과의 실랑이.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사건에 대해 가슴 아파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듯 오고 가는 대화 들.     



일상을 함께한 대상이 존재하지 않게 될 때 비로소 그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 인간의 아둔함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문해본다.

나의 일상은 어떠한가?




치유란 좋은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기감정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다. 일상의 트라우마를 통과 중인 내 곁의 수많은 '나'들에게 새살이 돋게 하는 치유의 의소설이다.

정혜신(정신과의사, [당신이 옳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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