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상에도 오른 가을의 과일
예전에는 반으로 잘랐을 때의 표면을 보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먹지 않았다. 그러다 언제 한 번 먹었던 건조 무화과는 톡톡 터지는 식감이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무화과를 사랑하게 되었다.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뜻의 무화과는 아무리 찾아봐도 꽃을 볼 수는 없는데 실제로 우리가 먹는 과일의 속 부분에 꽃이 피어 눈으로 꽃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무화과는 수확한 이후에 금방 물러지기 때문에 생과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아주 짧은데, 8월부터 11월 사이에서만 무화과를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녹색이나 보라색의 얇은 껍질로 되어 있어서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째 먹을 수가 있다. 무화과는 8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포도당, 과당, 당분이 대부분이라 단맛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좋은 과일이다.
그냥 생과 그대로 즐겨도 좋지만 그릭요거트에 곁들이면 근사한 아침식사가 될 수 있고, 짭조름한 프로슈토를 곁들이면 와인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요리가 된다. 또한, 부라타치즈와 와일드루꼴라를 함께 곁들이면 맛있는 샐러드로 즐길 수 있어 맛볼 수 있는 기간은 짧지만 그 활용도는 꽤 높은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무화과와 그릭요거트
보통 껍질째 먹는 포도나 딸기의 경우에는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담갔다가 세척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화과의 경우에는 과육의 아랫부분이 갈라져 있어 과육 내부로 물이 들어가 싱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씻어주는 것이 좋다.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무화과는 꼭지 부분만 잘라내고 키친타월을 이용해서 물기를 제거해준다. 때에 따라서 1cm 정도의 원형으로 잘라 오픈 샌드위치로 즐겨도 좋다.
그릭요거트의 경우에는 꾸덕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필자는 집에 요거트메이커를 가지고 있어서 직접 만든 그릭요거트로 만들었다. 우유에 요거트 파우더를 넣어 만든 요거트는 면포에 걸러 유청을 분리 꾸덕하게 만든 후, 약간의 레몬즙과 제스트(zest)를 섞었다. 취향에 따라서 크림치즈와 1:1로 섞어서 사용해도 좋다.
투명한 요거트 볼에 꾸덕한 요거트를 담고 세로로 8등분으로 잘라 곁들이고 꿀을 살짝 뿌렸다. 준비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놀라가 있었다면 곁들이면 그 완성도가 올라간다. 이 조합은 절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며 이 조합으로 식빵에 넣어 샌드위치로 즐긴다면 인싸 홈카페 장인이 될 수가 있다.
| 가을의 맛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무화과쨈
과일을 오랫동안 맛보고 싶다면 청이나 술, 쨈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무화과는 쨈으로 만들면 그 맛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그래서 필자는 3년째 매년 2kg씩 무화과를 구입해서 쨈을 만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곤 한다. 사실 선물이 목적이라기보단 이 맛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만들고, 많이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나눔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무화과는 흐르는 물에 씻은 후에 바로 핸드블랜더를 이용해서 갈아줬다. 콤포트 형태로 과육이 살아있어도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과육 없이 부드러운 것이 좋아서 핸드블랜더로 곱게 갈아준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육의 80%가 수분이기 때문에 따로 수분을 넣지 않아도 쉽게 갈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믹서기보다는 핸드블랜더를 사용해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쨈을 만들 때는 꼭 무게를 재야 하고 간 무화과와 동량의 설탕을 넣어 끓여주기만 하면 된다.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낮은 불로 낮추어 끊임없이 저어가며 쨈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혹시나 한 방울이라도 튀면 화상이 짙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에 레몬즙을 살짝 넣어 완성한 무화과쨈은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넣어 보관했다가 두고두고 먹으면 된다. 스콘이나 하드롤 같은 빵에 곁들여서 먹어도 너무 좋고, 개인적으로는 탄산수를 넣어서 에이드로 즐겨도 좋다. 무화과에이드는 이름조차 생소할 수 있지만, 무화과쨈으로 만든 에이드는 아주 매력적이다. 이 무화과의 맛, 1년 내내 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기대된다.
가을의 맛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비오는 어느 가을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