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둘째 주 남도여행
가을이 오는 것은 하늘 빛깔로 알 수 있다. 손톱으로 꾹 누르면 푸른 물이 배어나올 것처럼 푸른 하늘은 가을의 대표 얼굴이다. 아무리 계절의 변화에 무덤덤한 사람도 쪽빛 하늘이 전하는 가을 소식에는 늘 걸음을 멈추게 된다. 대기 오염 탓인지 갈수록 푸른 하늘 보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래서일까. 유엔에서는 9월 7일을 ‘푸른 하늘의 날’로 지정하고 하늘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특별한 것은 ‘푸른 하늘의 날’을 우리나라가 처음 제안했다는 것이다. ‘푸른 하늘의 날’을 맞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푸른 하늘을 찾아 신안 증도로 떠나보자.
신안의 1004섬 가운데 하나인 증도는 뱃길 대신 증도대교로 이어진 섬이다. 어디서나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증도는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존지역이면서 최근에는 휴식과 치유가 가능한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됐다.
도시의 번잡함과 소음에서 훌쩍 벗어나 한 템포 느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증도만한 곳이 없다. 섬의 마스코트가 달팽이일 정도로 느리게 사는 삶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증도가 남도에서 가장 푸른 하늘을 갖게 된 데는 주민들의 노력이 컸다. 3무·3유의 섬으로 불리는 증도는 담배가게, 경유차, 공해가 없는 대신 새하얀 소금과 아름다운 낙조, 그리고 별 밤이 있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후에 금연 섬을 선포하면서 섬 안에서 담배가게가 사라졌고 공해를 없애자는 취지로 시속 20∼30㎞의 전기자동차와 자전거를 이용한다. 여기에 아름다운 낙조와 별 밤은 증도를 슬로시티로 만들어 준 주인공이다. 특히 증도의 별밤은 한 낮의 푸른 하늘만큼이나 아름답다. 섬 안의 불빛이 거의 없고 밤공기가 맑아서 쏟아질 듯이 많은 별들을 아주 가깝게 보고 느낄 수 있다.
예부터 천일염 생산지로 유명한 증도는 광활하게 펼쳐진 소금밭을 중심으로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길이 많다. 특히 썰물 때만 드러나는 갯길을 따라 증도 옆 섬인 화도까지 이어진 노둣길 산책은 특별한 가을 추억을 선사한다.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우전해수욕장 옆으로는 '한반도 해송 숲'이 우거져 있는데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숲의 매력을 동시에 느끼면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숲속 산책로는 총 10㎞에 이르며 50~60년생 소나무 10만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증도의 색다른 매력을 확실히 느끼고 싶다면 '짱뚱어다리'를 건너보자. 국내 최초로 갯벌 위에 세운 탐사용 다리로 증도의 명물이다. 밀물 때는 바다 위에 놓인 다리 위에서 푸른 바다를 원 없이 바라볼 수 있고 물이 빠지면 짱뚱어, 칠게, 농게, 맛조개 등 갯벌 생태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짱뚱어다리’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광경은 할 말을 잊게 만들 정도로 멋지다.
증도의 푸른 가을 하늘을 충분히 즐겼다면 특별한 체험을 해 보자. 소금박물관 옆에 자리한 <소금동굴힐링센터>에서는 증도에서 생산한 최상급 천일염을 이용해 다양한 테라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증도 천일염으로 만든 인공 동굴에서 찜질을 하거나 일명 사해 체험으로 불리는 미네랄 부양욕이 가능하다. 특히 미네랄 부양욕 테라피는 소금물에 둥둥 떠서 부양욕을 하는 동안에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소금동굴힐링센터>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먼저 미네랄 부양욕 테라피를 30분 정도 하고 소금동굴방에서 40분 정도 찜질한 후에 그냥 물로만 간단하게 샤워하고 나오는 게 가장 좋다. 따뜻하게 데운 천일염이 몸 안의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주면서 환절기 건강관리에도 그만이다.
증도는 친환경 갯벌을 품은 데다 섬과 바위가 많아서 예로부터 남서해안의 황금어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싱싱한 병어를 회와 찜으로 맛볼 수 있고 낙지와 짱뚱어를 비롯한 각종 어패류가 밥상에 오른다. 특히 바다 보양식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민어는 파시가 열릴 정도로 증도를 대표하는 생선이다. 증도에서는 민어 주산지답게 다양한 민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껍질부터 부레까지 모두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특히 가을에는 민어를 뭉텅뭉텅 큼직하게 썰어서 회로 즐겨도 좋고 쌀뜨물에 미나리와 청양고추를 넣어서 얼큰하게 끓인 민어맑은탕도 일품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민어탕 한 그릇을 비우면 머릿속까지 개운하게 씻겨지는 기분이 든다. 여기에 해풍으로 꾸덕하게 말린 민어 위에 갖은 양념을 얹어서 굽는 민어건정은 잊을 수 없는 증도의 맛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