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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효 작가 Oct 26. 2023

핑크빛 가을이 물드는 곳
함평 주포마을

10월 셋째 주 남도여행 

알록달록 가을빛이 거리 풍경을 달라지게 하는 계절이다. 마냥 노랗고 붉기만 하던 가을 길목에 언제부터인가 핑크빛 물결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가을의 새로운 대명사가 된 주인공은 바로 핑크뮬리다. 분홍빛 꽃을 피워서 핑크뮬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러해살이 풀로 미국에서 건너 온 외래종이다. 가을 단풍철에 혜성처럼 등장한 핑크뮬리가 단박에 인생사진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전국 주요 여행지마다 앞 다퉈 핑크뮬리 꽃밭을 조성했는데 그 중 최고는 함평 주포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함평 주포마을은 동함평IC를 통과해서 돌머리 해변 가는 길로 30분쯤 더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함평의 겨울 특산품인 석화(굴)의 주산지이자 해수찜으로 잘 알려진 함평의 대표 여행지다. 주포마을 입구에 자리한 고즈넉한 한옥촌과 잘 보전된 갯벌, 여기에 함평만을 물들이는 낙조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 함평 주포 한옥마을 >

주포 한옥마을은 마을 주민들의 집과 한옥 숙박시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데 주말이면 한옥 민박을 체험하려는 여행자들로 빈방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한옥마을 뒤편에 자리한 핑크뮬리 꽃밭은 함평만 갯벌과 맞닿아있는 언덕에 조성돼 있다. 원래 노을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억새밭을 조성했는데 핑크뮬리가 인기를 끌면서 핑크뮬리와 국화까지 더 심어서 가을 꽃밭을 만들었다. 바다 일몰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아름다운 낙조를 배경으로 핑크빛과 은빛이 어우러진 가을 꽃밭에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 주포 한옥마을 노을정원 >


한옥에서 하룻밤은 기대 이상이다. 은은한 나무 향에 귀뚜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가을밤의 낭만까지 만끽할 수 있다. 고즈넉한 한옥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냉·난방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깔끔하게 마련돼 있어서 안락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만약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강력추천이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느새 꿈나라 도착이다.   

주포마을에서는 캠핑도 가능하다. 마을 다목적센터 앞마당에 마련된 오토캠핑장은 문을 연지 오래되지 않아서 예약경쟁이 심하지 않고 시설들이 깨끗하다. 텐트를 칠 수 있는 나무 데크가 18개 있고 화장실, 취사실, 샤워실은 다목적센터 안에 있는 공용 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전기와 화롯대 사용도 가능하다. 아쉽지만 카라반 시설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텐트 캠핑을 하기 어렵다면 다목적센터 2층에 있는 객실형 숙소를 이용하면 된다.


함평 주포마을에서 낙조만큼 유명한 것이 해수찜이다. 옛 갯마을 사람들이 갯일을 마친 후에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 했던 것이 지금은 몸에 좋은 해수 찜질법으로 사랑받고 있다. 해수찜은 흔한 해수탕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해수찜은 찜질복을 입고 나무로 만든 방에 들어간다. 방 한가운데에 마련된 네모난 탕에는 해수가 담겨 있는데 쑥이 든 붉은 망이 물에 떠있다. 그렇게 잠깐 기다리면 뜨겁게 달군 유황석을 탕에 넣어주는데, 돌을 넣자마자 ‘치이익’ 소리와 함께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수증기를 발생시킨다. 


< 함평 돌머리해변에서 즐기는 해수찜 >


유황에서 빠져 나온 게르마늄 성분이 해수와 약재를 만나 몸에 좋은 약으로 변하는 것이다. 해수찜을 제대로 즐기려면 온도를 잘 맞춰야 한다. 유황석으로 뜨거워진 바닷물을 수건에 적셔 적당히 식힌 다음에 원하는 부위에 덮는다. 목, 어깨, 허리에 수건을 올리면 뭉친 근육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든다. 해수찜을 하고 난 후에 샤워를 하지 않는 게 약효를 오래 유지하는 비법이다. 해수찜은 끈적임이 남지 않아서 그대로 말리거나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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