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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효 작가 Oct 26. 2023

빙그레 웃는 섬
완도 생일도

10월 둘째 주 남도여행 

이름 때문일까. 완도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빙그레 웃는 ‘완’(莞)이라는 뜻의 완도는 이름 그대로 '빙그레 웃는 섬'이다. 사면이 청정 해역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 환경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해양 도시로 볼거리·먹을거리 넘치는 멋진 여행지다. 만약 10월에 생일을 맞았다면 완도에서 꼭 가봐야 할 섬이 있다. 바로 생일도다.  


섬의 이름인 생일도는 ‘해피버스데이’, 한자 그대로 ‘생일(生日)’을 뜻한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섬마을 분들의 마음씀씀이가 갓 태어난 아이처럼 순수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그만큼 대대로 인심 좋은 섬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생일도답게 배에서 내리자마자 커다란 생일 케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완도특산품인 해산물과 과일 조형물로 장식된 6m짜리 대형 조형물인데 섬을 대표하는 포토존이다. 2016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면서 차차 알려지기 시작한 생일도는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가을에 더 아름답다. 



생일도에 가기 위해서는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완도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완도항에서 생일도 서성항까지 배편이 마련돼 있는데 아는 사람들은 완도항보다 약산도에 있는 당목항을 더 많이 이용한다. 약산도 당목항은 완도읍에서 33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생일도 서성항까지 배를 타는 시간이 약 1시간으로 완도항에서 갈 때보다 25분 정도 덜 걸린다. 당목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오전 6시 30분 무렵부터 첫 운항을 시작해서 하루에 8편 운행된다. 선박 요금까지 저렴해서 대다수의 여행자들이 완도항보다 당목항을 더 선호한다. 


생일도 여행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섬 중앙에 우뚝 솟은 백운산 둘레길을 걷는 트래킹과 다른 하나는 해안가 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 여행이다. 생일도행 선박은 철부선으로 자동차를 싣고 갈 수 있지만 굳이 섬 안에서 차가 필요하지는 않다. 배 시간에 맞춰서 마을버스가 하루에 6번씩 섬 해안길을 따라 운행하고 있어서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가을 여행지로 생일도가 각광받는 이유는 백운산 때문이다. 백운산에 오르기 위해서 생일도를 찾는 분들이 많다. 생일도를 대표하는 백운산은 해발 483m의 산으로 사철 푸른 숲을 자랑한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취해 구름도 머문다는 백운산답게 상서로운 학이 머문다는 학서암과 일출공원, 그리고 다도해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정상 전망대까지 둘러볼 곳이 많다.


백운산 둘레길이 이어진 숲길 끝에는 해안가 동백숲과 갯돌 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백운산 서쪽에 위치한 금곡해수욕장은 폭 100m, 길이 1.2km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데 주변으로 후박나무와 잣밤·동백나무 같은 상록수림이 우거져 있어서 운이 좋다면 야생염소들이 바닷가를 노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쪽빛바다와 은빛모래가 펼쳐진 해변이 있고 파도가 거칠지 않아서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인데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라서 해수욕장 주변 상가가 많지 않다. 금곡해수욕장에서 잠시 머물 생각이라면 바닥깔개, 그늘막, 텐트, 먹을거리 등을 챙겨가는 게 좋다. 섬의 남쪽에 자리한 용출리 갯돌 해변은 바닷물이 맑고 수변 풍광이 아름답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 그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생일도는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까지 털어버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다. 



생일도를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1박 2일 일정으로 둘러보는 게 좋다. 섬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과 펜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차박 캠핑을 위한 장소도 마련돼 있다. 특히 금곡해수욕장 인근에 호텔급 대형 리조트 시설이 문을 열면서 편안하고 안락한 섬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생일도에서 꼭 한번 해봐야 하는 일은 일명 ‘멍 때리기’다. 생일도 해안에는 넓적한 갯바위들이 많이 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때 마음에 드는 갯바위에 자리를 잡아 보자. 파도소리를 배경 삼아 ‘멍 때리기’를 해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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