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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 Feb 12. 2024

“괴물은 누구일까?” 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우리는 그들을 괴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 개봉했다. 그 소식만으로 많은 영화팬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늘 “저는 영화가 좋아요”라고 말하고 다님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섣불리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좋은 작품이라고 할수록 그 영화를 시작하기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온갖 마음가짐을 갖춘 완벽한 상태가 되고 난 뒤에 영화를 보고파진다. 하지만 무언가를 접하기 위한 완벽한 상태란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극장에 찾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을 놓칠 수 없었다. 스크린에서 내려가면 어쩌면 이 작품을 접하는 게 더욱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이다. 그렇게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은 '아, 이래서 많은 영화팬들이 그를 찾는구나'함을 깊은 여운과 함께 알게 해주었다.


좌, 우 : 영화 <괴물>의 한국 포스터, 중간 : 영화의 두 주인공 소년인 미나토와 유리 (C) 영화사 Toho, Gaga, 한국 배급사 (주) NEW


영화 <괴물>은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머니의 시선으로, 담임선생님의 시선으로, 그리고 두 소년 중 한 명인 미나토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렇게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교차되는 시간과 사건들을 보여줌으로써 영화를 풀어나간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사실 영화계에서 찾아보기 드문 연출은 아니다 영화 <밴티지 포인트(2008)> 그 대표적인 예로 한 가지 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풀어내며 사건을 풀어내었다. 그렇지만 <괴물>의 이러한 연출은 묘하게 다른 여운을 남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앞선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만들고, 다른 누군가의 서술을 돌아보게 만들고, 그렇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되짚어보게 만든다.



“괴물은 누구일까?”


<괴물>. 영화의 제목에 관객들은 ‘누가 이 영화의 괴물일까’에 집중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과연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태는, 이 사건은 누구의 잘못일까, 누가 괴물인 걸까,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내 그 누구도 괴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미나토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학대당한다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시점에서 담임 호리 선생님은 괴물이었다. 하지만 호리 선생님의 시선에서 어머니의 시점에서의 이야기들은 완전히 뒤집힌다. 호리 선생님은 아이들을 잘 챙기는 완벽한 교육자였다. 그에게 있어 괴물은 그를 학교를 위해 희생하게 만든 학교와 교장 선생님이었다. '아, 그렇다면 교장 선생님이야말로 괴물이구나!' 싶던 찰나에 또 그 상황을 뒤집는 장면이 등장한다. 미나토의 자신이 거짓말했다는 고백에 교장 선생님은 말한다. “그렇구나... 거짓말이었구나...” 교장 선생님 또한 호리 선생님을 아이를 학대하는 폭력 교사라고 생각하고 그를 괴물로 몰아갔던 것이다.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날, 휩쓸린다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만 보이는 급류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한 죄책감이 더해진 듯 보인다. 호리 선생님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거짓말한 아이들 또한 그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들보다 강한 어른이었던 호리 선생님에게 기대고자 그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선생님이 자신들의 상황을 알아채고 그들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라며 과제에 숨겨진 메시지를 남겼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같은 시간과 사건을 수많은 시점들로 재차 풀어낸다. 그러면서 특정 누군가의 시점에서는 괴물만 같던 사람 또한 결국 괴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괴물로 여겨졌을지도 모르는 이조차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순간 그 누구도 괴물이 아님을 알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를 공통된 특정 시간과 사건을 여러 사람의 시점을 거쳐 풀어내며 보여준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그 어떤 변명의 대사와 장면조차 존재하지 않는 리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 또한 쏟아붓는 비바람 아래에서는 맥없이 스러지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렇게 괴물은 없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폭력 교사로 오해받은 호리 선생님도, 그를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몰아간 교장 선생님도 사실은 좋은 사람이었다. (C) 영화사 Toho, Gaga



“누군가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영화 <괴물>은 그 시작에서 아동 학대와 한 부모 가정이 겪는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싶다. 하지만 시점이 전환되며 한 개인에게 모든 피해를 떠안기며 희생시키게끔 만드는 사회의 더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또 다른 시점이 시작되며 힘없는 아이를 괴롭히는 왕따와 학교폭력에 대해 그려낸다. 어쩌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모든 잔혹함을 영화 <괴물>에 담아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주목하고자 하는 영화의 단편은 리와 미나토, 두 소년의 이야기다.


리는 친구들의 장난에도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고, 그런 그의 행동을 학급 친구들은 여성적이라며 괴롭힌다. 아버지에게 ‘돼지의 뇌를 가지는 병’을 가진 괴물로 취급받는 그는 동성에 대한 애정을 표한다. 그렇게 친구들의 장난은 도를 넘어 리와 남자애가 키스를 하게 만들려 하고, 리의 아버지는 리에게 여자아이를 좋아할 것을 강요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음에는 미나토 또한 주변인들과 똑같이 행동한다. 리의 손길이 닿는 것으로 알 수 없는 그의 병이 옮을까 봐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자르고, 다가오는 요리에 대한 감정을 거부하며 그를 피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한 미나토는 이내 다시 요리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나는 아빠처럼은 될 수 없어” 미나토는 엄마에게 있어 불쌍한 존재였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그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지금 미나토의 가족은 정상적이지 않지만, 언젠가 좋은 상대를 만나 엄마와 아빠로 이루어진 ‘지극히 일반적인’ 가족을 꾸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미나토는 자신이 그간 거부해 오던 리에 대한 감정을 깨달아가기 시작했고, 그런 그 자신은 어머니에게 있어 괴물처럼 여겨지리라 생각되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태어나는 때가 온다면 그는 무엇으로 태어날지 궁금해했다.


두 소년은 숨겨진 모험 기지처럼 버려진 철로의 기차를 찾는다.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열심히 달렸을 기차는 철로 밖으로 벗어나 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철로에는 풀과 꽃이 자랐다. 그렇게 철로와 기차는 리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이 되어있었다.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등장하는 그곳에서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 그 누구의 시선도, 편견도 닿지 않는 그곳에서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그들다웠다. 그렇기에 마침내 다시 출발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 그들은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지 않았어도 그들 자신으로 남을 수 있었기에 더욱 행복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야말로 괴물은 아닐까. (C) 영화사 Toho, Gaga


타인과의 교차로에서

 

이처럼 영화의 모두는 자기 자신의 삶에 있어서는 괴물 따위가 아니다. 사람은 모두 스스로의 삶에 있어서는 남을 해하는 악의 존재도 아닐뿐더러, 차별받고 핍박받을 이유를 가진 별종도 아니다. 그런 그들을 괴물로 만든 것은 타인과의 관계, 타인의 시선이 닿는 교차로에서였다.


누군가의 오해와 누군가의 거짓말은 피해를 낳았다. 누군가 따뜻하게 전했던 걱정과 누군가 강요했던 왜곡된 가르침은 상처를 남겼다. 누군가의 의도치 않은 순간의 실수가 사랑하는 이를 해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오해와 거짓말, 걱정과 가르침, 의도치 않은 실수에는 분명한 피해자가 있었다. 아이를 지키려던 어머니의 오해와 서로를 지키려던 아이들의 거짓말로 직업을 잃고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림받은 호리 선생님에게도, 교장 선생님의 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잃은 손녀에게도, 서로를 향한 감정이 그간 사회가 일반적이라고 판단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 입어야 했던 미나토와 리에게도, ‘괴물 따위는 없다’는 말은 안심이 되면서도 가슴이 찢어지는 말이 아닐까.


“괴물은 누구일까?” 영화 초반, 미나토가 어둠 속에서 부르는 이 노래는 묘한 긴장감과 공포감을 낳는다. 하지만 이는 미나토와 리, 두 소년 사이에서 하던 알아맞히기 게임을 위한 노래였다. 알아맞히기 게임은 여러 가지 괴물을 그림으로 그려 카드를 만들고, 무작위로 고른 카드를 이마에 대고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그 괴물을 맞히는 게임. 그런데 아이들의 게임 속 괴물은 나무늘보, 공벌레였다. 아이들에게 있어 괴물은 그저 그들과는 다른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삶에 있어 괴물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괴물인가를 열심히 찾아내려던 영화 초반의 관객들 또한.




<괴물> (2023)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소라 쿠로가와, 히이라기 히나타, 안도 사쿠라, 나카야마 에이타, 다나카 유코

제작  토호,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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