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한의원을 다녀왔다. 하루에서 이틀 간격으로 몸 상태가 휙휙 변하고 있다. 상태가 나빠지는 건 한순간인데 복구하는 건 오래 걸려서 전체적으로 보면 내가 느끼기에는 우하향 같다. 맥이 어떻게 변하는 것과 관련 없이 머릿속은 점점 폐허가 된다.
6일 밤부터 상태가 몹시 악화되어 잠도 자지 못하다가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로도 잘 잔 건 아니지만 6일 같은 악몽의 밤보다는 낫다.
오늘은 며칠 전보다 약간 맥이 나아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몸에 에너지가 한 뼘만 더 차오르면 되는데 그게 안 되어서 선생님도 많이 답답하신 것 같았다. 왜 안 좋을까요, 물어봤는데 너무 오랫동안 위장장애를 안고 살아서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
치료 전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치료를 시작하고 이렇게 몸이 안 좋은 이유가 새삼 궁금했다. 사용하지 않던 장기를 기능하게 만들어서 몸이 힘겨워하는 거라고 했다. 아마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처음으로 근육을 사용해 운동했을 때 죽을 것처럼 힘든 것과 같은 거 아닐까?
기억나는 건 19살에서 20살까지 내가 뭘 먹어도 소화하지 못하고 다 뱉어냈던 시절이 위장장애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내도록 손발의 진물과 원형 습진을 안고 살았으니….
콱콱 박히는 침이 유독 아팠다. 피부의 감각들이 살아나고 있어서 그렇다곤 하지만 눈물이 찔끔 났다. 다시 한의원에 방문할 화요일까지 지금 맥을 최소한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금이 치고 나가야 할 타이밍이라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늘 이런 시점에 안 좋은 것들이 터져서 실체 없는 무언가가 두렵다. 또 잘못될까 봐…. 그러나 이런 마음이 몸을 더 안 좋게 만들 것이다. 내려놓아야 한다. 힘이 안 풀려도 지금은 놓을 때다.
카페에서는 캐럴이 나오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에 나는 울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