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태엽 Dec 19. 2024

아픈 몸 수선하기 037

12월 19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월요일에 뭘 잘못 먹어서 화요일 새벽부터 크게 배가 아팠다. 장기가 가닥가닥 끊어지는 것 같고 헛구역질이 나서 내과 문 열자마자 병원에 갔다. 심한 장염이라고 했다. 약 먹으면 토할 수도 있다고 수액을 맞고 가라고 했다.

원체 혈관이 얇고 잘 보이지도 않아서 손등을 두 번 쑤신 것 같다. 바늘 넣다가 혈관이 약해서 안되겠다며 빼는데 아프면서도 힘이 없어서 그냥 내비 뒀다.

고통 때문에 잠도 못 잤는데 수액을 맞으니 그나마 잘 수 있었다.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체감상 눈 감았다가 뜨자마자 집에 가라고 한 것 같았다. 한의원에 가야 하는 날인데 몸이 이래서 일단 연락드렸더니 2시에 오라는 답을 받았다.

조금 더 자고 택시를 타고 한의원으로 향했다. 진작 한의원부터 오지 그랬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먼저 한의원을 갔다면 택시에서 토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납득하셨다.

몸의 기력이 정말 많이 올라오긴 했는지 위와 장이 안 좋아졌는데도 피부가 버텨주었다. 몸은 너무 아팠지만 그 말을 들으니 그래도 마음이 좀 놓였다. 쌓아둔 게 완전히 무너질까 봐 걱정했었다.

여기까지가 화요일의 일이다. 목요일인 오늘도 한의원에 다녀왔다. 위가 좀 습하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 외에는 다행히도 괜찮았다.


잠은 좀 자냐고 하셨는데, 어제 사실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니 자꾸 이상한 환영이 보였다. 심각한 환각 같은 건 아니고 막연한 공포들이 이미지처럼 보인 거라고 추측한다. 잡념이 유독 심해 눈을 감은 채로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감이 일어나서 불을 켜고 있었다.

왜 잡념이 드는지 고민해 봤다고 했더니, 그게 잡념에게 휘둘리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한 발짝 멀리서 봐야 한다는 말은 이미 자주 들은 거였지만, 내가 한 것은 고민에 고민을 추가한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이미 많이 했던 거야.'라며 고민에 빠진 머리를 달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건 맞아도 너무 맞는 말이었다. 내가 하는 고민은 대부분 나를 질타하는 것이고, 그건 아주 오래된 습관이다. 생각해 봤자 똑같은 생각, 똑같은 결론이 나오는 쳇바퀴다.


오래도록 스스로를 구박해왔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한다. 내게는 멋있게만 보이는 그들도 그들을 미워하는 인물들이 있다. 멋지고 용감한 주인공이라고 해서 늘 사랑받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용기를 닮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