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이들과 유럽여행!

망설임은 여행경비가 높일 뿐!! 결정! 그리고 예약들...

by 지니 Oct 28. 2022

남편이 장기출장으로 체코를 매우 자주 오래 오가던 날들이 2019년부터 약 4년간 지속되었다.

체코에서 1년을 더 연장해서 근무하기로 결정된 어느 날, 남편이 "이번 여름엔 코로나고 뭐고, 애들 데리고 꼭 유럽여행 하자!"라고 제안했다.


유럽여행. 홀로 한국에 남아 흔히 말하는 '독. 박. 육. 아'를 해야 하는 나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겠지만, 홀로 외국에 나가 토끼 같은 자식들 크는 것도 보지 못하고, 일만 해야 하는 남편에게도 보상이란 게 필요했던 것이다. 매우 구미 당기고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코로나가 그냥 마냥 무섭던 시절이었다. 해외에 나갔다 오면 2주 격리를 해야 했고,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주변인들 모두 격리를 해야만 했던 그런 시절...

'가고는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겠어?' 가고 싶은 마음 반, 두려운 마음 반으로, 결정을 자꾸만 미뤄두었다. 그렇게 2022년 봄에 들어섰고 확진자가 폭발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확진자들이 늘어나면서 되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줄어고 방역수칙들도 완화되기 시작했다. 엇, 그렇다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지만 하늘의 뜻에 맡기고 추진해볼까? 여행 일정 한번 잡아볼까? (여행 가기 직전에 코로나에 걸려서 비행기를 못 탄다던가, 여행지에 도착해서 딱 코로나에 걸린다던가... 이런 매우 불길한 염려들을 애써 외면하고 일단 질러보는 걸로?!)

 

이 결정을 망설이고 미룬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3학년 딸 다인이가 들어간 뮤지컬 극단에서 여름방학에 공연을 한다는 점이었다. 음치, 몸치인 데다, 기도 없고 남들 앞에 서는 것도 싫어하는 다인이가 뮤지컬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순전히 다 내 욕심에서 시작됐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서?!...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누릴줄 아는 아이로 컸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 이렇게 부모가 자식한테 자신이 못한 로망을 강요하는 게 매우 안 좋다고들 하지만...! 배워서 나쁠 건 없잖아! 자기 합리화하며 하기 싫다는 아이를 살살 꼬시고 설득했다. "한 번만 해보고, 그래도 싫으면 그만해도 좋아! 딱 6개월만 해보자! 해보지도 않고 안 하는 것보다 경험해보는 게 좋잖아? 처음엔 엄마가 시켜서 하는 거지만, 그다음엔 네 결정을 존중해줄게!" 이렇게 시작한 뮤지컬은 6개월 동안 하나의 작품을 준비해서 공연을 하는 걸로 한 번의 텀이 완성되는데, 그 공연 기간이 8월 4일~8월 7일 4일간이었다. (** 이 첫 번째 공연 이후에 우리 다인이는 무대의 맛을 알아버려서, 다음 공연도 해볼래!!라고... 내가 원하는 답을 던져주었다! 거봐... 해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했지? 조명을 많이 받는 중요한 역할도 아니었고,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잘하는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조용히 묻어갈 수 있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올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다인이가 한층 더 성장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음... 그럼... 공연 끝나는 8월 7일 이후에 출발해서 8월 25일 개학 이틀 이전에 도착하는 스케줄로 짜 볼까? 나는 영국에 가서 런던 뮤지컬을 보고 싶고, 다인이는 프랑스에 가서 에펠탑을 보고 싶대. 영국, 프랑스를 거쳐 체코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잡아볼까... "

가고는 싶지만 쉽게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기만 하던 내가 던진 이 에... 추진력 있는 남편은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무려 엑셀로! 비행기 시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나에게 보내주었다! 남편은 프라하에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남편이 그 시기에 휴가를 받지 못한다면 영국, 프랑스 여행은 나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빡셈을 감수하고 있었다. 이미 2019년에 당시 7살이었던 딸과 2살이었던 아들을 데리고, 무비자가 허락하는 최대 체류기간인 90일을 체코에서 머물렀던 경험이 있었기에 사실 체코 여행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아이들과 볼 거 많고 누릴 거 많은 다른 곳을 가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유럽여행은 왕년에! 21살에 고딩 절친과 함께 27일간 여행한 적이 있었고, 그중에서 특히 영국 런던은 내가 너무 좋았던 나머지 20대 후반에 직장생활 3년 차 때쯤에 덮어놓고 비행기 숙소 예약만 하고 훌쩍 떠나 9일간 런던만 여행하고 온 적이 있었다. 2번의 런던 여행 경험이 있으니 일단 가면 어떻게 되겠지 했다. 하지만 그때는 혼자 훌쩍 떠나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 거였고, 이번엔 혹(?)을 둘이나 달고 간다. (그런데 이거 꽤 큰 변수라고!!)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짜면서 '사서 돈지랄, 사서 개고생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한편, 자료 조사하고 계획을 짜면서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여행은 달랑 16일이지만, 그 여행을 준비하는 약 석 달이 설레었다.

여행준비도 일처럼 꼼꼼히 준비해준 남편님이 보내준 비행기 시간 선택지 일부... 1,2,3안도 아닌 8월7일 밤 비행기로 결정!!


자, 이제 첫 번째 선택의 순간이 왔다.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한 번에 가는 국내 직항을 타느냐, 다른 곳을 경유하는 항공을 타느냐! 물론 직항이 가장 좋고 편하겠지만, 비용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왕복항공권으로 1명당 80만 원 정도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나, 다인이, 민찬이 3명을 합치면 무려 240만 원... 남편은 아이 둘을 혼자 데려오는 날 생각해서 국내선을 추천해 주었지만, 나의 선택은 몇 시간 더 고생해서 240만 원 아끼고, 그 비용은, 여행에 투자하자였다! (다인이에게도 어떡할까 의논했는데..."그럼 그중에 10만원 나줘~"라고 했다. 계산에 이리도 밝은 십세라니...!! 그래, 그럼 어쨌든 경유로 합의!) 무슨 요일 어떤 시간대의 비행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대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고 개학전에 돌아오기 위해선 하루하루가 아쉬웠기때문에, 결국엔 다인이 뮤지컬 공연이 끝나는 그날 밤!! 곧바로 밤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아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코로나가 걸릴 거면 가기 전에 후딱 걸려버리자, 그게 아닐 거면 비행기 타기 전 일주일 전부터는 절대 절대 아플 일 없기를 기도하자!!


마음 굳게 먹고 비행기표를 예약하려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열어보지도 않았던 여권...! 내 여권이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서둘러 여권을 갱신해야 했는데, 여권 사진 찍고 사진 받아서 구청에 가서 받는데 며칠 게으름을 피웠더니... 그 사이에 항공권 가격이 몇만 원이 더 올라있었다! 아뿔싸!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경비는 높아져만 가는구나! 이제 비행기도 예약했으니, 늦기 전에 다른 예약들도 서두르자!

런던에서 파리 가는 유로 레일, 파리에서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 그리고 숙소...

가겠다고 마음먹고 결정하기가 어렵지, 일단 떠나는 비행기표를 질러두니!! 그리고 그 비행기표 예약을 여권 때문에 일주일 정도 미뤘더니 발생한 비용 차이를 목격하니!! 우리의 여행 준비에 추진력이 붙기 시작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