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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터울 남매와의 여행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by 지니

여행 출발일과 도착일을 정하고, 비행기 예약을 마쳤다! 이제 세부 일정을 짜면서 숙소 예약과 나라 간 이동을 위한 교통편 등을 하나씩 결정하고 예약해야 했다. 나 혼자 내 멋대로 하는 여행이 아니고, 무려!! 10살과 5살을 데리고 다니는 여행이다. 10살과 5살은 같이 다니며 무언가를 하기에 나이차가 꽤 많은 편이다. 나이 차가 많은 남매를 데리고 여행하는 탓에 모두가 함께 하지 못하는 코스들이 있어서 아쉬울 때가 종종 있었다. 유럽 여행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유명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을 제대로 다니지 못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10살 누나는 수준 높은 관람과 무서운 놀이기구 등을 좋아하지 않고, 아직도 동생의 <호기심 딱지>, <한글이 야호> <퍼피 구조대> 등을 동생이랑 같이 재밌게 볼 정도로 유아틱 한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5살 동생 또한 누나가 좋아하면 마냥 좋다고 하는 누나 바라기다. 가족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고, 가족들이 웃으면 즐거워하는 순딩이 아들이다.


페파 피그 VS 해리포터

일단, 아이들 기준으로 "런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페파 피그'와 '해리포터'였다. 다인이가 7세 때 주야장천 무한반복 보던 페파 피그! 페파가 친구들과 런던 여행을 하면서 여왕도 만나고 런던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런던을 그리워하곤 했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짜잔!! 런던 근교 2시간 거리에 페파 피그 월드가 있었다. 아기자기한 놀이기구, 동화 같은 분위기, 페파가 점핑업 앤 다운~했던 머디 퍼들을 모티브로 한 물놀이 공간까지!! 5세 민찬이가 다 재밌게 탈 만한 놀이기구들이었다. 물론 무서운 건 못타는 10세 다인이 취향 저격이기도 했다. 여기다!! 싶어서 아이들에게 찾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여줬다. 역시나 아이들은 너무너무 좋아했고 꼭 가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녀와서 올린 블로그 등을 찾아보면서 우리 마음도 이미 거기에 가 있었다. 요즘 여행 사이트들이 잘 되어 있어서, 런던 어딘가에서 만나 픽업해서 페파 피그월드에 데려다주고 일정 시간 놀고, 돌아오는 버스까지 구성되어 있는 상품이 있다. (헉! 할 정도로 비용이 부담되긴 했지만...)

페파피그 월드

그런데...

체코에서 초등생 아이들과 주재원으로 지내며 이미 영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추천해준 건, 런던 근교에 있는 '해리포터 스튜디오'와 뮤지컬 <마틸다>였다. 여행 준비할 때만 해도 다인이는 페파 피그를 더 좋아하던 소녀였다. 그리고 불과 1년 전만 해도 영화 <해리포터 1편>을 보다가 무섭다고 꺼버렸던 아이였다. 그래서 아직은 우리 아이들에겐 해리포터보다 페파 피그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그래도 런던까지 갔는데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안 가는 건 좀 아쉽지 않겠냐고 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런던과 파리에 머물 시간은 합쳐서 고작 일주일인데, 런던에 머물면서 2번이나 근교를 다녀오기엔 아이들도 부모도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힘들 것 같아서였다. 선택의 기로에서 아이들과 함께 다시 해리포터를 틀어보았다. ((우리 집은 올레 tv를 보는데, <해리포터 시리즈>를 평생 소장해서 볼 수 있는 패키지를 할인할 때 구매해 두어서 언제든 보고 싶을 때 플레이해서 볼 수 있다.)) 이렇게 무섭다고 몇 번 관람 실패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10세가 되더니 컸는지, 영화 보는 담력(?)이 좀 생겼는지, 웬걸!! 재미있게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말마다 한편씩 해리포터 시리즈를 클리어하고, 다음 편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다인이를 보면서, 페파 피그는 접어두고,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가는 방법은 선택지가 적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몇 번 갈아타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우리에겐 변수 많은 5세, 10세가 있었고... '시간이 금'이기도 했기에! 편하게 왕복 버스 포함한 입장권을 구매했다. 여행을 가기 전, 그 나라를 대표하는 영화, 문학, 그 밖의 문화 등을 미리 접하고 즐기는 것부터 여행의 시작이고, 이는 아주 좋은 경험과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해리포터 스튜디오

사실 민찬이를 생각하면 페파 피그가 맞고, 다인이를 생각하면 해리포터가 맞다. 페파 피그 월드를 대체할 놀이동산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찾아서 즐겁게 놀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물론 여기에는 페파 캐릭터도 없고, 그 분위기 그 갬성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겐 "파리 디즈니랜드"라는 큰~~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아쉽지만 '페파 피그 월드' 계획은 조용히 바이 바이...

그런데 이미 아이들에게 '페파 피그 월드'를 가자고 얘기를 해버리고 바람을 넣어놓은 입방정 엄마... 아이들에게 그곳은 못 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면 분명 반항이 있을 것이다! "애들아, 런던에서 페파 피그 월드 못 가는 대신, 파리에서 디즈니랜드를 가고, 체코에서 워터파크를 가면 어떨까?" 하나를 빼고, 두 개를 더해주었다. (페파를 가도 디즈니랜드와 워터파크를 갈 계획이 있었지만, 대신 이걸 해주는 느낌으로 말했더니, 흔쾌히 콜~~! 을 외치는 우리 아이들이었다)


뮤지컬 미리 예매? VS 가서 구매?

런던에는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들이 참 많다. 대영박물관, 테이트 모던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자동차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등등...!!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관람엔 관심이 1도 없었다. 그래도 민찬이가 공룡을 아주 좋아하고, 동물, 곤충 등등에도 관심이 많으니 자연사 박물관을 하루의 오전 코스로 넣었고, 나머지 시간은 공원에서 평화로운 피크닉과 물놀이를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뮤지컬 한 편씩...가능한 많이...

라떼는 말이야~~ 내가 20대 때 배낭여행을 가고, 홀로 도피(?) 여행을 갔을 땐, 뮤지컬 티켓을 당일에 저렴하게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뮤지컬도 미리 예매하려는 남편을 말리고, 그냥 가서 결정하자고 했다. 그때 갑자기 애들이 아플 수도 있고,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게 될 수도 있으니, 그날그날 상황 보고 티켓을 구매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 아이들 수준에 맞춰서 가족 다 같이 <라이온킹>을 보고, <마틸다>는 5세가 보기엔 무리가 있으므로 나랑 다인이만 보기로 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위키드>와 <맘마미아>도 보고싶었다. (라이온킹, 위키드, 맘마미아가 만 3세 이상 입장 가능 뮤지컬이었기에 선택지가 그렇게 됐다) "런던 뮤지컬 티켓 저렴하게 구하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라이온킹>의 경우, 디즈니에서 월요일마다 그 주의 데이 시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월요일 낮 12시에 광클을 해야 얻을 수 있는 행운이었다. 그냥 홈페이지를 통해 4명의 티켓을 사면 너~~~ 무 비싸지므로, 우리는 월요일 낮에 운을 맡겨보기로 했다. 다행히 남편이 우리가 런던에 도착하는 날부터 휴가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Hooray!!) 체코에서 런던으로 비행기를 타고 와있기로 했고, 남편의 런던 도착시간이 낮 12시 즈음이었다. 한국에서 우리가 타고 가는 비행기 도착시간은 오후 2시 25분!! 미리 디즈니 어플을 다운로드하여놓고 데이 시트를 냉큼 예약해보라고 미션을 주었다! 과연 그는 성공할 수 있을까!!


런던에서의 일정을 얼추 잡아가니 하루하루가 아쉬웠다. 월화수목 런던, 목금토일 파리로 하려고 했는데, 월요일은 도착하고 숙소 찾아가서 여독을 풀면 그냥 지나갈 것 같고... 본격적으로 화수목 놀고 목요일 저녁에 파리로 넘어가면, 오전에 체크아웃해서 짐 빼고 어딘가 짐을 맡기고 놀다가 다시 짐을 찾아서 기차 시간을 맞춰가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녁 기차가 더 비쌌다. 런던에 미련이 남은 나는 결국, 런던에서 하루 더 자고,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 파리로 넘어가는 아침 기차를 타보자고 했다.



숙소 선택!!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찾아서 예약했다. 아이들이 있기에 간단한 조리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고, 중간중간 세탁도 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에어비앤비 숙소가 편하고 호텔보다 넓고 저렴하기까지 했다. 숙소는 히드로 공항에서 지하철 피카딜리 라인 하나만 타고 쭉~~ 오면 되는 글로스터 역 근처에 있는 곳으로 잡았다. 우리가 자주 가게 될 코벤트 가든도 지하철 하나로 가능한 딱 좋은 위치였다. 엄청 붐비는 중심가도 아니어서 가격도 적당한 곳이었다.


이제 파리 숙소 예약이 남았다. 파리는 뷰가 중요했다. 이왕이면 에펠탑이 보이는 숙소가 좋지 않을까..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와... 에펠탑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호텔들이 꽤 많더라. 하지만 역시나, 그런 곳은 아주아주 사악한 가격대였다. 에어비앤비에서 에펠탑 뷰로 검색해도 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되었다. 그중에서 아주 비싸진 않지만 아주 깨끗하고 정갈한 숙소가 눈에 띄었다. 창문 너머로 에펠탑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진에 한두 번 속나... 아주 멀리서 자그마한 창문으로 쬐그만하게 보일 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야!! 속는 셈 치고 예약을 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시설도 깨끗하고, (코딱지만 하게 보일 것 같지만) 에펠탑 뷰를 가진 숙소로!! 다인이가 파리를 가자고 한 이유는 절대적으로 에펠탑이었으므로...!


박물관 제치고 디즈니랜드!

프랑스도 가볼 만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넘쳐난다. 욕심 같아선 다 끌고 가서 유명한 작품, 그림, 건축물 등등을 다~~~ 보여주고 싶은데... 미술사, 세계사에 아직 눈을 못 뜬 녀석들이다...! (루브르 박물관 가서 모나지라는 한번 보여주고 올 걸이라는 후회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래서 아무튼 우리의 선택은?! 파리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를 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들이 있었다. 파리 근교이므로 왕복교통 포함 티켓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걸 사지 않았다! 왜냐하면 밤에 하는 디즈니랜드의 하이라이트! 일루미네이션을 꼭 봐야 했으니까!! 왕복 버스는 해가 지기 전에 버스가 떠나버리므로, 오가는 방식은 지하철을 타든 우버를 타든 그날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디즈니랜드 티켓은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못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을 지인을 통해서 들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미리 예매하기로 했는데, 디즈니랜드 자체도 선택할 게 있었다. 1 day 2 park, 1 day 1 park!! 섹션을 2군데로 나누어놔서 2군데 다 입장하는 건 비용이 쬐금 더 비쌌다. 한 군데는 무서운 어트랙션들이 좀 더 많은 공원인 것 같았다. 애들 데리고 얼마나 많이 다니겠나 싶어서 1 파크 티켓으로 구매했는데,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서칭 하다 보니 아... 하나만 가기에 아쉽다. 간 김에 둘 다 가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하여 부랴부랴 2 park티켓으로 바꾸고 열심히 다 돌아다녀보기로 결정했다!


런던에서 파리 가는 유로 레일, 그리고 파리에서 체코로 가는 비행기를 모두 예약하고, 대략의 가고 싶은 곳 위시리스트를 만들고, 우리의 여행 준비는 이만하면 됐다~~ 나머지는 가서 차차 그날그날 정해보자!! 했다. 체코에 머물게 된 일주일은 어차피 남편이 출근을 해야 하므로 낮에는 나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고군분투해야 했고, 남편이 칼퇴한 후 저녁 일정으로 이것저것 해보기로 했다. 2019년에 체코에 갔을 때는 겨울이었어서 4시반이면 해가 졌었다. 밤 9시가 되도 밝은 체코에서 겨울엔 못했지만 여름엔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들을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2022년 여름을 준비하는 우리의 봄은 무척이나 설렜다. 외국에 나가 있는 남편과도 할 이야기들이 많아져서 즐거웠고, 같이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그 또한 행복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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