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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도착! 첫날부터 또 삽질?!

by 지니

드디어 가족 상봉의 시간이 돌아왔다! 런던행 비행기도 만석이었기에 아이 둘을 데리고 비행기에서 내리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비행기모드를 해제하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로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동시에 가장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다!

"라이온킹 예매는 성공했어?" 디즈니 뮤지컬 데이 시트를 월요일 12시에 저렴하게 예매할 수 있기에, 그날에 운을 맡겨보자고 했었다. 우리가 비행기에 있던 낮 12시, 남편은 런던 공항에 도착해서 무사히 예매까지 마칠 수 있었을까?! 그의 대답은... "좌석이 하나씩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서 못했어"

그렇다! 데이 시트는 해당 공연 주에도 예매되지 않은 좌석이거나 관람석에서 시야의 불편함이 약간 느낄 수 있는 자리들이 주다! 그런 좌석이 뭉텅이로 있을리가 없었다. 20대 시절의 내가 (우와! 벌써 20년과 13년 전!!!) 유럽여행을 할 때, 티켓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건 맨 뒷자리에서 보거나, 한 좌석만 남아있어서 다른 이들이 예매하지 않는 데이시트를 샀기 때문이었을 거다. 이대로 라이온킹은 못보게 되는건가! 급하게 다른 예약 사이트들도 검색해 보았지만 우리 넷이 앉아서 볼 자리는... 아니 둘둘 나눠 앉아서라도 보면 땡큐인데, 그럴만한 자리도 없었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 많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5세 민찬이도 재미있게 같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실패다! 판단 미스다! 이번주 일정에 볼 수 있는 다른 뮤지컬들을 빨리 알아보고 오늘이라도 예약이란 걸 해야겠다! 다짐하고, 비행기에서 빠져나왔다.



# 입.국.심.사! 마스크 오프 거부?!

아이들 챙기느라 비행기에서 늦게 나왔지만, 입국심사 줄은 빨리 통과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유럽 어딜가나 감사한 건 어린이 우대, 유모차 우대...! 참 감사한 배려들이다.

심사관에게 우리 셋의 여권을 건네고, 본인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데, 민찬이가 마스크 벗는 걸 강하게 거부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당장이라도 코로나에 걸릴 까봐? 아님 저 아저씨가 마스크 벗으면 해코지라도 할까봐? 마스크를 벗어서 얼굴만 보여주면 된다고 잘 얘기하고 달래봐도, 순둥이었던 5세 아이의 돌발행동은 멈출 줄 몰랐다. 억지로 벗겼다가 격하게 저항해서 곧바로 다시 씌웠다. 하지만, 입국 심사관은 단호박이었다. 완전히 다 벗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여줄 때까지 몇분이 더 걸리더라도 기다릴 태세였다. (하... 웬만하면 그냥 들어가라 할 법도 한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결국 소리지르고 울거나 말거나 억지로 마스크를 뺏어버리고 말았다. 입국심사관은 그제서야 도장을 찍어주면서, 마스크 다시 쓸 필요없고, 마스크를 벗고 나가라고 말했다. 왜 때문이지?... 또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구간이 남아있는건가? 의아해하며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를 하며 짐을 찾으러 갔다.



나중에 런던 지하철을 타면서 알았다. 여기 아무도 마스크를 안쓰잖아?! 실내 밀집 구역인 지하철에서도 안써? 마스크 쓴 사람이 되려 눈에 띄고 민망한 시츄에이션이었다. 입국심사에서 그렇게 마스크를 안벗겠다고 강하게 거부하던 5세 녀석은, 지하철에선 언제 그랬냐는듯, 마스크를 훌훌 던져버렸다. 한국에서 마스크 잔뜩 챙겨오면서 조심히 다녀야지 다짐했던 나 쫄보님은 마스크를 금방 벗지는 못했다.




#. 우리 캐리어 어디갔어?!

비행기에서도 남들보다 한참 늦게 나왔고, 아이들 화장실도 다녀오고, 입국심사장에서 민찬이와 실랑이도 하느라, 짐 찾는 곳에 또 남들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컨베이어 벨트를 아무리 봐도 우리짐이 없다! 비슷하게 생긴 가방은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혹시 짐이 바뀌었나? 아니면 경유지에서 누락이 됐나? 불안감이 엄습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뱅글뱅글 돌며 찾아보고 찾아봐도 없다. 입국장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남편이 우리가 너무 오래 안나오니, 무슨 문제가 생겼나 걱정하며 전화가 왔다. "캐리어를 아직 못찾았어! 어디서 누락됐나?" 얘기해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같이 짐을 찾아보던 아이들에게 근처 벤치에 잘 앉아있으라고 당부하고, 나혼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요즘 유럽 비행기 노선이 많아지면서 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고 들은 터였다. 이 짐이 안오면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눈앞이 잠시 캄캄해졌다. 그러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져 저~~기 한구석에 모여있는 캐리어들이 눈에 띄었다. 짐 주인이 너무 오래 안찾아가니 누군가 한쪽 구석에 내려놓았나보다! 찾.았.다!! 휴~~ 여행 중 가장 맘졸였던 순간이었던 거 같다. 이렇게 우리는 무사히 짐을 찾고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 드디어... 가.족.상.봉.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 얼굴을 보니, 약 24시간 비행으로 나 홀로 져왔던 이 모든 여행의 짐(?)을 남편에게 줄 수 있어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응?) 남편이 장기 출장을 다녀오거나, 해외근무지에서 휴가를 나올때마다 감격의 가족 상봉을 했지만, 낯선 외국의 공항에서 이렇게 헤쳐모여 가족 상봉을 하니, 뭔가 더 뭉클했다. 오랜 비행으로 꼬질꼬질해진 아이들도 폴짝폴짝 뛰며 아빠를 반겼고,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남편은 출장으로 유럽 여기저기를 다니며 나름 유럽 생활을 꽤 오래 했고, 영국 출장도 여러번 다녔던 터라, 나는 '이제 맘편히 너만 따라다닐게-' 모드로 전환할 수 있었다. 준비성 철저한 남편은 영국의 대중 교통을 탈 수 있는 오이스터 카드를 미리 충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이스터 카드는 2장이면 충분했는데 영국에서 어린이들의 교통비가 무료였기 때문이다! 어린이 우대!! 아, 정말 아이들 키우기 좋은 유럽이다♡ 우리는 그대로 졸졸 아빠만 믿고 따라갔다. 우리의 숙소는 매우 다행이도, 지하철을 한번만 타면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히드로 공항에서 글로스터로드 역까지 비싼 택시비를 지불할 필요 없이, 지하철로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아이들도 다른 나라의 대중 교통수단을 타보는 걸 즐거워했다.


드디어 글로스터 로드 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오랜 지하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런던!! 오래된 만큼 엘레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한국만큼 잘 갖추어져있지 않다. 필히 계단 구간을 지나야 했으니... 한국에서 들고간 큰 트렁크 하나, 유모차 하나, 그리고 남편이 체코에서 싸온 작은 캐리어까지...! 계단으로 낑낑 들고 올라가야 했다. 우리가 짐을 옮기는 동안 10살 누나가 5살 동생 잃어버릴까 손을 꼭 잡고 있어줬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낯선 외국에서 엄마 아빠의 고군분투를 옆에서 지켜본 다인이는 든든하게 동생을 지켜주며 꽤나 제몫을 해주었다.



#. 여긴 어디? 우린 누구? 초장부터 또 삽질?!

여행을 다닐 때, 이젠 구글맵이 없으면 아무데도 못간다. 우리는 미리미리 갈 곳의 위치를 핸드폰 구글맵 어플에 리스트업해놓았는데,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 주소를 찍어서 도착한 곳은, 쌩뚱맞게 과학 박물관 앞이었다. 응? 과학 박물관에 숙소가 같은 게 있을리가? 우리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호스트하고 체크인 방법이랑 주소 정확히 주고 받은 거 맞아?" 사무실처럼 보이는 과학박물관 문을 빼꼼히 열어서 여기 어딘가에 숙소가 있냐고 물어볼 참이었다. 그런데 사무실에 앉아있던 직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치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듯이, 저~ 뒤로 돌아가라고 알려주었다. 그때만 해도 '이 주소로 숙소를 잘못찾아온 투숙객들이 많이 있었나보다' 생각했다. 어떻게 내말은 듣지도 않고 길 안내를 바로 해주지? 일단 무턱대고 그분이 알려준 길로 가보았지만, 숙소처럼 보이는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길을 헤매는 동안 민찬이는 시차적응 못하고 유모차에서 꿀잠에 드셨고, 다인이는 무더위에 점점 참을성이 한계치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에어비앤비의 호스트가 보내놓은 쪽지를 확인한 우리의 아빠님!! 우리가 구글맵에 미리 찍어둔 주소는 '대~충 집이 여기쯤이야' 알려준 집근처의 관광지 주소였다. 아놔! 방금전 감동의 상봉은 잠시 잊고, 욱할뻔! 아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 뒤로 돌아가라던 과학 박물관 직원의 안내는, 과학박물관으로 관광객들이 들어가는 입구를 안내했던 모양이다.


당황한 우리는 다시 구글맵에 다시 주소를 입력했고, 핸드폰의 노예가 되어 다시 숙소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애먼데서 체력을 낭비하면 안되는데...) 그렇게 돌아돌아 삽질하며 찾아간 우리의 숙소 앞!!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외관이 그럴싸해보였다. 와~~ 이런 집이구나!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문이 열리질 않는다. 알고 보니, 길에서 계단 몇개를 올라가는 입구가 우리 숙소인 줄 알았는데, 길에서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아...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할뻔...;; 사진만 보고 예약한 우리의 숙소가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반지하집이라니! 집앞 어딘가에 호스트가 잘 숨겨놓은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내에선 왠지 모를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반박불가로 모든게 어플에서 봤던 사진과 똑같았다. 하지만 사진에서 느껴졌던 그 산뜻한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숙소가 비교적 저렴했던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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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찾아봐도 사진으론 꽤 괜찮다. 그리고 지내보니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그저 지하인줄 모르고 가서 실망이 컸나보다.

잠깐 머물다가는 숙소이지만, 어쨌든 집은 집이다. 짐을 풀고 샤워하고 나오니 그간의 누적된 피로가 조금 풀리는듯 했다. 그때가 오후 4-5시쯤 됐을려나, 낮이 긴~ 여름이라 해는 아직 중천이다. 너무 피곤하지만 이대로 자버리면 시차적응도 실패할것이다. 비행기에서 한식 한 번 못먹었더니 한식이 격하게 땡겼다! 피곤하지만 굳.이. 코벤트 가든에 있는 런던의 한식집을 찾아가 밥을 먹기로하고 집을 나섰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뮤지컬 극장들이 즐비한 코벤트가든! 극장들 간판 보면서 길만 걸어도 이 여행이 실감나면서 설레고 좋았다! 한식당이 위치한 곳은 맘마미아 극장 바로 맞은편이었다. 속으로 밥먹고 시간 되면 맘마미아도 보자하고 싶었지만, 민찬이는 여전히 꿀잠 중이고, 다인이도 피곤에 쩔어 간신히 눈만 뜨고 있었다. 어른 욕심으로 아이들을 끌고다닐 수 없는 시차적응 1일차다. 저녁만 먹고 들어가는 걸로 단념하고, 한식당<YORI> 에 들어가서 메뉴를 주문했다. 얼큰한 거 먹고 싶은 욕심 내려놓고 아이들이 멋을 수 있는 삼겹살, 소고기 구이로 주문했는데, 메뉴가 나오고 민찬이를 흔들어 깨워봤지만, 도무지 일어날 생각이 없는 녀석, 결국 민찬이 분량의 밥과 고기는 포장을 해가기로 하고 우리끼리 식사를 하고 나왔다. 뭔가.. 아쉽고 찝찝한 1일차다. 야경도 보고 더 돌아다니고 싶지만, 아이들 컨디션이 최우선!! 우리는 그렇게 시시하게 식사만 하고 아쉬움 가득 귀가를 하였다.


(feat. 그날밤) 긴 비행에서 한쪽 다리는 다인이에게, 또 한쪽 다리는 민찬이에게 베개를 해주며 왔더니, 꽤나 무리가 됐었나보다. 새벽에 역대급으로 양쪽 다리에 아주 쎄게 쥐가 났다! 양쪽 다리 동시에 쥐가 난건 난생 처음이다. 혼자 급하게 주물러대도 소용없었다. 엉엉 울며 남편을 깨웠고, 한참을 다리 마사지를 받고나서 쥐가 풀렸다! 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었다.


그래도 괜찮아, 내일은 더 알차고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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