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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2일 차-템즈감유람선,코벤트가든

유럽의 여름 낮은 참으로 길다! 하루를 이틀처럼!!

by 지니

템즈강변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타워브리지를 바라보며 행복한 휴식을 취하던 우리는, 부지런히 다음 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24시간 안에 쓸 수 있는 빅버스 티켓으로 편도 유람선도 타야 했고, 저녁 7시에는 뮤지컬 <마틸다>가 예약되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6시에는 다시 코벤트 가든으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타워브리지를 걸어서 건너보기로 했다. (다리 중간에 티켓을 구매하면 타워브리지 전망대까지 올라가 볼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저 그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틈틈이 사진을 찍어주며 타워브리지를 도보로 건너고, 다음 코스로 향하는 빅버스를 다시 타려고 했었는데, 좀 걷다 보니 유람선 선착장 표시가 보였다. 엇? 그럼 우리 여기서 유람선 타도 되는 거 아냐? 당시 구매한 빅버스 일일 티켓에는 페리를 어디서 타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그곳은 아니었다. 우리는 티켓 홈페이지에서 안내한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으로 빅버스를 타고 한참을 더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여기서 타도 되는 걸까? 궁금했던 우리는 근처에 페리 표를 팔기 위해 서 있는 뚱뚱한 영국 아저씨에게 물었다. "이 티켓으로 여기서 페리를 탈 수 있어요?" 친절한 얼굴이었던 아저씨는 우리가 표를 사려는 게 아니라, 이 표를 쓸 수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인걸 알자, 급 불친절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래도 답을 해주긴 해주었다. "탈 수 있다"라고... 그렇지만 우리 표를 대~충 보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나는 못내 그가 못 미더웠다. (여행할 때 의심 많은 1인...) 그래도,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동선을 매우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니, '믿고 한번 가보자!' 우리는 선착장에 들어섰고, 나는 그곳에서 안내하는 직원에게 한 번 더 티켓을 보여주며 확인한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타워브리지 근처에 있는 선착장에서 곧바로 유람선을 탈 수 있었다! 계획한 일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해가 가장 이글거리는 3시쯤이었으려나? 우리나라 같으면 배에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있을 텐데... 여기서는 모든 더위를 온몸으로 인내해야 했다. (그나마 한국에서 챙겨간 손선풍기로 더위를 이겼는데, 우리가 가지고 다니던 휴대용 손선풍기를 뭇 유럽인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어떤 분은 한번 써봐도 되냐며 빌려 써보기까지.. ^^)

페리의 1층 실내는 그늘이어서 뜨겁진 않지만 찜질방처럼 답답한 느낌이었고, 2층은 뚜껑이 없어 탁 틔여있지만, 이글거리는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아야 했다.



2층에서는 유머러스한 남자 분이 마이크를 들고 가이드 방송을 시작했다. 관광객인 우리의 선택은 당연히 2층! 조금 늦게 올라갔더니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4명 자리가 통으로 없어서 우리는 떨어져 앉아서 템즈강을 가로지르며 주변 관광지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유람선을 타고 본 것들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셰익스피어 글로브, 테이트 모던 미술관, 런던아이 정도이다.


'셰익스피어 글로브'는 내가 일 시작하고 3년 차 때쯤, 도피하다시피 떠나 런던 여행 때 연극을 보러 갔던 곳이기도 하다.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봤었는데... 음... 분명히 너무 행복하게 봤는데... 음... 극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맥베스>였나, <한여름밤의 꿈>이었나...ㅠ 그때도 일기 좀 써놓을 걸... 기록이 없으니 그 당시의 흐릿한 기억과 그때의 공기와 분위기만 기억에 남아있다. 아주 근사한 원형 야외무대였는데, 지금도 그대로이겠지?

테이트 모던 미술관 (저길 데려갔어야 하는 건데...)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방치되어 있던 발전소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현대미술관인데, 여기도 아이들과 방문하면 반나절은 즐겁게 보낼 수 있을 법한 활동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지나면서 건물만 보는데 그치고 말았다. 예전에 갔을 때 현대미술관이라서 그런지 흥미롭고 재밌는 활동들도 많았었는데... 아쉽다. 우리 아이들이 좀만 더 컸으면, 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력이 좀 더 있었으면 끌고 갔을 것 같다.) 다인이와 여행을 가기 3개월 전쯤, 학교 숙제를 할 겸 동네에 있는 양천향교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겸재 정선 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관람을 그다지 흥미로워 하지 않았던 다인이는, 안타깝게도 미술관 작품 관람에 아직까지 관심이 없었다.

하늘색은 참 맑은데, 물색이 아쉽다. ^^;;


그리고, 런던의 핫플, 런던아이를 지났다. 런던아이를 타고 런던의 전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지만, 템즈강에서 배를 타고 런던아이를 올려다보는 것 또한 즐거웠다.

이렇게 런던 템즈 강에서의 유람선 관광을 마쳤다. 새로운 탈 것 들에 관심이 많은 민찬이는 그저 배를 타는 것만으로도 신났고, 다인이는 배를 타고 유명한 곳을 지날 때마다 사진 찍는 것을 신나 했다. (나중에 여행 포토북을 만들 거라면서 독사진을 계속 요구했다.) 나랑 남편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신났고!!






유람선에서 내리니, 런던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포토스팟! 바로 빅벤이 있었다. (이렇게 동선 효율적일 수 있어?!) 빅벤에서 사진도 찍고 길거리 노점에서 기념품들도 구경했다.

런던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빨간 전화부스도 발견해서 신나게 콘셉트 사진 찍기 놀이도 했다.

이렇게 빅버스와 유람선으로 한 바퀴 휘~~ 돌면서 런던의 핫플을 쓰윽~~! 런던 겉 핥기를 끝냈다. 런던의 첫날 하루는 여행기분 잔뜩 내면서 이렇게 유명한 곳을 쭉 돌아다니며 겉 핥기를 할 작정이긴 했다. 이제 점점 저녁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시 빅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코벤트가든으로 가려고 했는데, 빅버스 노선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오이스터 카드를 사용해,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코벤트 가든으로 향했다.


런던에서의 숙소를 코벤트 가든으로 잡고 싶었을 만큼, 코벤트가든은 볼거리가 항상 넘쳐난다. 주요 뮤지컬 극장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고, 길거리 공연이 끊임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코벤트가든에 도착했을 때, 유쾌한 댄서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땅바닥에 자리 잡고 앉아 신나게 구경했다. 묘기에 가까운 덤블링을 하면서 유머도 놓치지 않는 런던 오빠들(?)을 보며 우리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고, 즐거웠는데, 마지막에 공연비를 걷는 방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공연을 호감 있게 본 사람들을 무대 중앙에 한두 명씩 불러 모으더니, 그들을 멀뚱히 세워놓고, 관객들에게 돈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도 공연을 즐겁게 봤기에 몇 파운드를 손에 쥐고 있었는데, 큰 단위의 지폐를 낸 사람들에게만 어느 나라에서 왔냐 질문하며 나라 간 누가 더 많이 내나 경쟁(?)을 유도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사람들을 세워놓고 돈을 걷고 나더니, 그 사람들을 모두 엎드리게 해서 그 위로 덤블링 묘기를 하고 공연을 끝냈다. (돈을 걷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떠나기 때문에 애먼 사람들을 무대 중앙으로 불러놓고 꼼짝 못 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려 나가서 그들이 돈 걷는 동안 멀뚱히 서있던 사람들 표정은 기대감과 즐거움 속에 약간의 난처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댄스 공연을 보고, 다른 좁은 골목을 걷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마술 공연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마술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학교 방과 후로 마술을 배우기까지 했던 다인이는 어린이들 딱 중앙에 자리 잡고 앉아 즐겁게 관람했다. 아저씨가 아주 대단한 마술을 보여 준 건 아니었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순수한 아이들은 깔깔깔 즐겁게도 공연을 관람했다. 나는 아저씨가 마술을 하는 모습보다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과 웃음을 보는 게 더 즐거웠다. (와, 이다인아, 그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쿨럭)

이글이글 내리쬐던 뜨거운 태양이 서서히 힘을 빼가는 늦은 오후, 이 시간 이 무렵이 여행하기 딱 좋은 때였던 거 같다. 마술 공연이 끝나고 들뜬 표정으로 온 다인이에게 물었다.


"무슨 마술이 제일 좋았어?"

"마술은 그냥 그랬어, 신기한 건 없었어"

"응? 그렇게 신나게 재밌게 봐놓고?"


돌이켜보니 마술이라기보다 코미디에 가까운 공연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다 보니, 쉴 새 없이 아이들을 깔깔깔 웃게 만든 아저씨의 유머와 여유가 여운으로 남는다...




이렇게 코벤트가든을 신나게 돌아다니며 길거리 공연을 보다 보니, 뮤지컬 <마틸다>의 시간이 다가왔다.

여행 전부터 가장 기대하던 코스 중 하나이다. <마틸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또 많으니...

이건 또 다음 편으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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