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이와 내가 저녁에 뮤지컬 <마틸다>를 관람하러 들어가고 난 후, 민찬이와 남편은 숙소로 돌아갔다.
남편 말에 의하면, 아침부터 하루종일 신나게? 혹은 빡세게! 돌아다녔던 민찬이는 집에 가면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자꾸 땅에 주저앉더란다. (그래, 5세에겐 빡센 하루였어!) 결국 민찬이는 지하철에서 골아떨어지고 말았고, 남편은 그날 오전에 M&M에서 산 기념품들까지 한짐들고 애 안고 땀 뻘뻘흘리며 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남편은, 민찬이가 잠들지 않았더라면, 들어가는 길에 역 앞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와 물과 세제를 사가려던 계획이었다. 런던 도착 2일차니 이제 빨래 한 번 돌려할 때였다. 유럽 생활 쫌 한 남편은, 물 만큼은 꼭 사서 마시고, 요리를 할 때도 절대 수돗물을 쓰지 않는데, 이곳 물에 있는 석회 때문이다. 여기 사람들은 수돗물도 그냥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하지만, 석회 한톨도 용납못하는 남편은, 가족들이 양치할 때도 생수물을 따라서 하게 했다. 덕분에 우리가 이번 유럽 여행을 하면서 쓴 물값만 합쳐도 족히 몇십만원은 할 거다.
이날 민찬이를 안고 가느라, 마트 쇼핑을 못한 남편이 물과 세제를 사올 것을 부탁했고, <마틸다>가 끝난 늦은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던 듯) 다인이와 내가 마트에 들렀다. 물도 사고, 캡슐로 된 세탁 세제도 사고 간식거리도 좀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마트에 다인이가 한국에서도 사랑한 크리스피 도넛이 있어서 남은 거 다 쓸어왔다! Hooray!!) 한국에서 짐을 챙길 때, 숙소에 세탁기가 있으니 세제도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런던에도 파리에도 세탁기는 있지만 세제는 없었다. 남편이 인터넷에서 찾아 알려준 세제와 유연제가 올인원으로 되어있는 캡슐 세제를 샀는데, 숙소를 이동할 때마다 가지고 다니면서, 간편하게 캡슐 하나씩 넣어서 쓰니 편했다. (한국에서 짐 쌀 때, 필요한 만큼의 캡슐 세제만 몇 개 챙겨갔으면 좋을 뻔 했지만, 여기서 사서 쓴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유럽 수입 세제 많이 쓰니까!!)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꽉 찬 일정을 소화한 다인이도 집에 다 와갈 무렵 다리에 힘이 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우리는 매우 깊은 잠을 푹~~잘 잤다!
# 런던3일차! 시작은 자연사 박물관으로~~
런던의 셋째날 아침이 밝았다. ("엄마가 한국에서 챙겨온"이 아닌..) 혹시 몰라 아빠가 체코에서 사온!! (아빠가 엄마보다 현명했다!) 햇반과 스팸, 김으로 아이들 아침을 주고, 전날 마트에서 산 크리스피 도넛과 우유를 간식으로 먹고, 우리는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우리가 미리 짜놓은 런던 3일차 오전 코스는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우리 숙소에서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 첫날, 숙소 찾느라 어슬렁거렸던 그 어디쯤이었다...) 우리는 오픈런을 하기 위해 입장시간 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는데, 우리처럼 일찍와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세계3대 자연사박물관의 위엄! 런던의 수많은 박물관들 중에서 자연사 박물관을 선택한 이유는 민찬이 취향 존중 차원이었다. 전날 누나 위주의 뮤지컬 공연 코스를 넣어줬으니, 이번엔 민찬이가 좋아하는 공룡, 동물 등등을 보러 간 것이다.
자연사 박물관은 건물 외관부터 고풍스럽고 웅장하고 멋졌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아이들과 함께 <패딩턴>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우리가 가봤던 자연사 박물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가본 곳이라 말해주었더니,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영국적인 아이템과 장소가 많이 나오는 영화 <패딩턴>도 여행 전에 미리 보고 가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 한편, 자연사 박물관에 다녀온 걸 잊기 전에 영화를 봐서 다행이었다.
한 광고에서 부모가 공룡 좋아하는 아이들 데리고 박물관에 갔더니 아이는, "근데 왜 뼈만 있어?"라고 하는데.. 정말로 공룡빠인 민찬이도 뼈만 있는 공룡엔 큰 감흥이 없어보였다
공룡뼈보다 더 좋아하고 설레어했던, 2층 입구! 남매가 기대에 차서 손 꼭 잡고 올라가는 모습이 흐뭇했다.
내부로 들어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긴 에스컬레이터가 나오는데, 2층 입구에 원형 구조물 디자인 덕분에 지구의 역사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혹은 미지의 행성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역시나 안으로 들어가면 우주, 태양계, 지구(화산, 지진, 화석) 등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실물 크기, 또는 그 크기 이상의 전시뿐 아니라, 직접 원리를 체험해보면서 배울 것들도 많았다.
일본의 마트를 재현한 공간도 있었는데, 지진에 대해 배우고 체험해보는 관이었다.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지진을 체험하는데, 아이들은 놀이기구마냥;; 여러번 체험했고 자연사 박물관에서 본것중에 이곳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까지 했다.
박물관 내 곤충관도 따로 있었다. 공룡, 동물에 이어 벌레에 까지 부쩍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민찬이는 들어가봐야지...! (벌레 싫어하는 엄만 문에 달린 저 벌레만 봐도 왠지 몸이 근질거려.. 밖에서 기다릴게...;;) 그리하야 곤충관은 아빠와 아이들만 들어갔다 왔다.
박물관 내 천장에 설치되어 있던 고래 화석. 2층에서 사진을 찍다가 집에 갈 무렵, 먼저 내려가서 손 흔들러달라고 하고 굳이 이렇게 사진 한장을 더 남겼다. ^^ 웅장한 박물관 속의 고래 화석과 너희를 찍어주고 싶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보기에도 좋은 전시와 체험이 가득한 박물관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 속엔 얼마나 많은 게 남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나도 이리 기억이 흐릿한 걸 보면 말이다. ^^; 훗날 과학 공부할 때 "어?! 이거 나 박물관에서 봤어!"하고 기억만 해줘도 반은 성공일 거 같은데...
전시를 보면서 너희들이 이런 걸 봤다고 사진이라도 꼼꼼히 기록해둘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당시엔 많이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남긴 사진이 많이 없네.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 지도를 분명 몇 파운드를 주고 샀는데... 지금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지도를 찾으면 좀 더 자세한 체험들이 기억날지도 모르겠다. ^^
여행지를 가면 항상 그 곳의 기념 주화를 사곤 하는 남편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도 기념주화를 샀다. 물욕 많은 우리의 다인이가 그 동전을 하도 탐을 내서 그 동전은 지금 다인이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