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하이드파크-버킹엄궁전-아폴로빅토리아극장 도보 여행!
자연사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다 된 시간이었다. 원래 계획은 근처에서 간단히 먹을 걸 사서, 하이드파크 공원 그늘에 앉아서 여유로이 피크닉을 하는 거였는데, 그러기엔 아이들은 배고팠고 지금 당장 쉬고 싶어했다. 계획을 변경해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쉬면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런던의 대표 공원 하이드파크! 이날은 이 공원에서 물놀이를 할 작정이었으므로, 여벌옷을 챙겨 나왔다. 자연사박물관을 기점으로, 하이드파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애매하고, 걸어가기도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대중교통 기다렸다 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빠를 것 같고, 걸어가기엔 적당히 멀어서 힘들 것 같고...) 이날은 많이 걸어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민찬이 유모차를 가지고 나온 상황이라, 일단 걸어보기로 했다.
자연사박물관에서 하이드파크 방향으로 걸어가는 길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건물이 보였다. 외국에서 태극기를 발견하면 애국심이 불끈 솟아오르는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
저기가 한국 대사관인가보다 하고, 왜 외국에 우리나라 대사관이 있어야 하는지, 대사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낯선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권을 잃어버린다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가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외국 속 우리나라라고... (**팩트 체크: 지금 글을 쓰면서 저곳이 한국대사관이 맞는지 검색해 보니, 예전에!! 한국 대사관이었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 주영국 한국대사관은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고 한다. 찾아보니 거기가 좀 더 도심 속 새 건물 느낌?! 옆 건물들에도 다른 나라 국기들이 게양되어 있어서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거리인 것 같은데, 현재 태극기가 걸려져있는 저 건물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전히 태극기가 걸려져있는 걸 보면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긴 한데...)
길을 걸으면서 여러 종류 가게들의 진열장, 건물의 간판 등을 소소하게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공원앞에 다다랐다. 매우 무덥던 날씨였기에, 크고 푸르른 나무 그늘만 가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공원이 워낙 넓다. 여행 블로그 어딘가에서 봤던! 우리의 목적지인 물놀이 하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막막했다. 그저 그곳이 나와주길 바라며 무작정 걷는 수밖에...! 공원 안에 "Princess Diana Memorial Fountain"이라고 적혀 있는 지점일 거라는 추측으로, 구글맵을 보면서 공원의 중간쯤까지 오니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찾았다!!
푸른 잔디를 감싸는 아주 넓은 원으로 이어진 분수 정원으로, 물 깊이도 가장 깊은 곳이 무릎까지 오는 정도였다. 무척 뜨거운 날씨였는데, 물 온도는 엄청 차가웠다. 발만 살짝 담가도 온몸이 시원해졌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즐기며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인줄 알았으면 그냥 수영복을 가져올 걸.. 여벌옷을 챙겼다. 어쨌든 오늘은 여벌옷을 챙겨왔으니 편하게 마음껏 놀아라 풀어줬다. 그런데 민찬이는 풀어놓는다고 혼자 잘 노는 아이가 아니였다. 본격적으로 놀기 전, 누나가 아빠랑 화장실을 간 사이에, 민찬이한테 먼저 들어가서 놀라고 했는데, 엄마 손을 꼭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같이 손잡고 들어갔는데도, 물에 발 담그는 것만 겨우했다. 아직 환경에 낯을 가리나 싶던 녀석이... 누나가 오니, 언제그랬냐는듯, 누나 따라 잘도 들어가서 철퍽철퍽 깔깔깔 즐겁게도 논다. 이런 순간들이 생각보다 꽤 자주 있는데, 그때마다 누나에겐 동생이 있어서, 동생에게는 누나가 있어서 참 감사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유롭게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물을 즐겼다.
"꿈 꾸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평소에 할일이 잘 없었는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순간들이 몇번 있었다. 여기, 잔디밭에 앉아 물놀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꿈 꾸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시원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마스크를 쓸 필요도,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한, 꿈같은 완벽한 순간이었다.
공원 잔디밭에 자리잡고 쉴때,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돗자리였다!! 한국에서 아이들 덮어줄 담요 2개만 챙겨오고, 돗자리를 챙기지 못했다. 아이들과 유럽 여행을 하다보니, 의외로 공원에서 돗자리 펴고 앉아야 하는 순간들이 자주 왔다. 방문하는 도시들의 공원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아쉬운대로 담요를 깔고 앉았지만, 집에 있는 컴팩트한 돗자리를 안챙겨온 게 가장 아쉬웠다!! (*** 아이들과 봄여름가을에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면, 수건 크기로 돌돌 말려지는 컴팩트한 돗자리를 꼭 필수로 챙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유수풀처럼 동그랗게 물이 흐르는 공간 옆으로, 거대한 나무 기둥이 마치 거대 예술품처럼 서 있었다. 아이들 키보다 훨씬 큰 나무 기둥이었는데, 몇살이나 된 나무일까. 아이들은 올라서기도 힘든 그 나무에 아빠의 도움을 받아 올라가 한참을 놀았다. 자연 그 자체가 하나님이 주신 훌륭한 예술품이자, 놀이터였다.
이렇게 한참을 놀다가, 다음 행선지인 버킹엄 궁전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공원 밖으로 나가 조금만 더 걸으면 버킹엄 궁전이 있다. 우리는 버킹엄 궁전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하이드파크를 산책하고 있는 오리 무리를 만났다. 동물을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은 오리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걷는 모습에서도 두 아이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명은 대담하고, 한명은 조심스럽고...! 부모 눈에는 그저 귀엽고...!
저녁 7시엔 온가족이 다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 <위키드>를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전날 본 <마틸다>는 만6세 이상 관람가였지만,<위키드>는 만3세 이상 관람가였기에 우리가 다같이 볼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라이언킹>을 놓친 게 아쉽지만, 차선책이었다.) 저녁에 뮤지컬을 보려면, 민찬이는 이쯤에서 낮잠을 자줘야했다. 이제 낮잠 좀 자라고 유모차에 눕혀 어둡게 담요를 덮어주기도 하고, 잔디밭에 다같이 누워보기도 했지만, 우리의 민찬이는 좀처럼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낮잠을 안잔 민찬이는 잠시 후 7시... 우리에게 엄청난 고난을 안겨주었다!
버킹엄 궁전 방문과 위키드의 고난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