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거리거나 혹은 씨부렁거리거나

by soyo

직장 동료와 수다를 떨다가 신랑과의 대화를 옮길 일이 있었다.

내가 신랑에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뜻으로 말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순간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씨부렁거렸다’라고 말하고는 다음 잊어버렸다.


그날밤에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내가 그 ‘동료에게’ 씨부렁거렸다는 말로 씨부렁거린 일이 생각났다.

2% 이상 부족한 단어 사용에 좌절감을 은연중에 느꼈는지 가슴 한편이 아련하게 아려왔다.


내가 떠올린 불평불만을 말하는 분위기와 모습은 구시렁거리는 표현이 적절했다. ’ 구시렁거리다 ‘는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도록 자꾸 한다는 말이다.

‘씨부렁거리다 ‘는 주책없이 쓸데없는 소리를 함부로 자꾸 지껄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두 말을 놓고 보니 내가 불평불만을 하면서 동시에 주책없이 쓸데없는 소리를 그것도 함부로 지껄이는 게

아닌가 반성이 되었다. 신랑이 피드백이 다채롭고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불평 없이 잘 들어주는 순한 리스너라는 순진한 믿음을 깔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그것도 어느 때는 선을 넘는 소리를 ‘함부로’ 지껄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듣기 싫도록 자꾸’가 반복될수록 ‘함부로’에 가까워지지는 않는지 생각했다.

이렇게 단어 선택에 민감하면서 정작 나의 언어생활은 단순히 씨부렁거리거나 구시렁거리지는 않도록 해야겠다.


참고로 궁시렁거리다 라고 사용하기 쉬운데 표준어는 구시렁거리다 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녹두전을 맛있게 부치는 법을  안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