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전을 맛있게 부치는 법을 안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

by soyo

2018년 1월 설날 전일에 베란다에서 녹두전을 부친다.


어릴 적부터 늘상 해오던대로

기름은

적게 두른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전을 뒤집는다. 잘 익으라고 녹두전을 뒤집개로 꾹꾹 눌러준다.

후라이팬에 남아있는 기름으로 익히려면 꾹꾹 눌러야 한다.


시댁 어른들이 베란다 문을 여시고 차례로 훈수를 두신다.

"크기는 작고 두께는 두툼하게 부쳐야 한다."


두툼한 전을 속까지 익히려면 꾹꾹 눌러 주어야 한ㄴ데 그렇게 되면 두께가 얇아진다.

두꺼운 전을 속안까지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기름이다.

기름을 두르는 게 아니라

콸콸콸 부어야 한다.


전을 익히느라

손목에 힘을 주어 누르지 않아도,

기름이 튈세라

전이 너무 얇아질세라

애간장 태우지 않아도


뜨거워진 기름은 두툼한 녹두전을 속까지 손쉽게 익힌다.


전을 눌러대며 전 속 기름을 짜낼 필요가 없다.


사랑도 이와 같다.

남은 사랑을 쥐어 짜내어 아름다운 관계를 맺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누르고 눌러 쥐어 짜낸 뒤에

사랑을 주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은 눌려진 녹두전과 같이 너덜너덜해진다.

사랑을 주는 일이 고통스러워진다.


사랑이 많은 사람은 사랑을 쥐어 짜낼 필요가 없다.

기름기 도는 그의 인간관계는 윤기가 돌 것이다.


명상 아닌 멍이 지난 후에


기름을 듬뿍 둘러 녹두전을 부쳤다.

달궈진 기름이 녹두전을 흐뜨러 뜨리지 않고 손쉽게 익혔다.

속까지 먹음직스럽게 익혔다.


녹두전을 꾹꾹 눌러 익히는 것 밖에 몰랐던 지난 날이

어쩐지 서글프다.


사람의 마음도 흐뜨러뜨리지 않고 온전히 익힐 수 있는 길이 있을 것만 같다.


사람의 마음도 세상의 일도

온 힘을 다해 꾹꾹 누른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6년전

서투른 인생의 모서리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잠시 생각한 바를 이 곳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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