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인수 Dec 05. 2021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작,
울산에도 있다면

[경상시론] 2016년 5월 31일 경상일보 18면 

2021 프리츠커 건축상, 

프랑스의 안 라카통, 장 필립 바살 선정

철거는 폭력 행위

자연과 더불어

사회와 커뮤니티를 위한 건축      

 ‘절대 파괴하지 않는다(Never demolish)’는 철학을 고수하는 이들은 건물이 가진 원래 특성을 유지하는 한편, 노후한 인프라를 보강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 결과 낡은 공공시설과 주택 등 여러 건축물은 본래 모습을 지키면서도 강화된 기능을 갖게 된다.


라카통은 “철거는 쉽고 단기적인 결정이며, 에너지와 물질은 물론 역사까지 낭비하는 행위”라면서 “우리에게 철거는 폭력과 같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2021 프리츠커 건축상, 프랑스의 안 라카통, 장 필립 바살,  컬럼비아 대학교에서의 특강


라카통은 “좋은 건축은 열린 건축이다. 삶과 모두의 자유를 위해 열려 있고, 누군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열려 있는 것”이라며 “익숙하고 유용하고 아름다우며, 그 안에서 일어날 삶을 조용하게 지탱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는 뜻을 전했다.


프리츠커 측은 “안 라카통과 장 필립 바살은 건축이 사회 전체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 왔다”면서, “작업을 통해 인류의 삶을 돕고자 하는 목표, 겸손함, 과거와 새로운 것 사이를 오가는 대화는 건축의 영역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안 라카통과 장 필립 바살이 설계한  낭뜨 건축대학 건축 학교는 완만한 외부 경사로가 대중이 테라스에 접근할 수 있고, 주위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작, 울산에도 있다면


건축물은 도시의 문화이자 활력소
모방하지 않고 유행을 좇지 않으며
우리만의 독창적인 건축물 지어야

<2016년 5월 31일 경상일보 18면>

                                                           성인수 


건축물은 각 시대의 문명과 문화를 나타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축물들은 각 시대의 풍요로웠던 증거들이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를 이룬 뒤에도 건축물의 역할은 그러했다. 창조도시에서도 역사적 건축물의 비중은 크다. 건축물들은 도시의 활력소 자체이며 인간 삶의 내용을 구성하는 시각적 오브제들이다.


필자는 울산시 중구 ‘거점 건물 오브제 파사드’ 자문위원회 회의를 다녀왔다. 중구는 원도심에 낡은 건물들이 많아 도시재생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 경관개선과 관광거점화로 특화된 예술 구경거리를 만들어 상권 및 경제 활성화와 서비스 산업 유치를 달성하고자 한다. 중구는 공공건물과 일부 사유건물을 대상으로 ‘오브제 파사드’를 통해 도시의 품격을 새롭게 만들려고 한다. ‘오브제 파사드’는 건물의 출입구로 이용되는 정면 외벽 부분을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건축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이 있다. 이 상은 하얏트호텔 체인을 소유한 하얏트재단의 전 회장인 제이 프리츠커 부부로부터 시작됐고, 장남 톰 프리츠커가 이어가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귀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는 프랑스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프리츠커(Pritzker) 건축상은 도시환경과 인간애에 건축 예술로 공헌하는 의미 있고 영구적 건축 공간을 만드는 능력, 재능, 예지를 보여준 생존한 건축가 또는 팀을 선정, 매년 시상한다.


1979년 시작된 프리츠커 건축상은 올해 39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수상자는 칠레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로, 41번째 수상자다. 1988년엔 공동 수상이 있었고 2010년엔 가즈오 세지마팀이 수상한 것 외엔 매년 1명씩 수상했다. 지난 4월 하얏트재단 회장 겸 의장인 톰 프리츠커는 UN본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진정으로 훌륭한 설계가 무엇인지 폭넓게 이해시켜 준 건축가를 추천했다. 알레한드로는 건축 작품을 선구적으로 협동해 21세기에 필요한 시범적 도전을 이뤘다. 그의 건축물은 위용을 덜 드러내고, 자연재해의 영향을 완화시켜 비용을 절감시키고, 공공공간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의 생활에 혁신적이고 영감을 주는 건축물이 어떻게 최선을 다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집을 빨리 지으면 좋은 줄 아는, 설계비가 싸면 좋은 줄 아는, 나중에 돈이 들지언정 우선 대충 마무리해서 준공일자 맞추기에 급급한, 항의하는 민원인만 없고 사후 감사만 피하면 다 된 줄 아는 건축주와 시행 담당들이 넘쳐 난다. 그럼에도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무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시간을 확보하고 질적 개선을 위하고 나은 환경이 되도록 노력을 하는 건축사, 건축가, 시공자, 행정 담당 그리고 공직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국 건축가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할 가능성은 있는가. 우리 건축가들도 몇 년 전부터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사례를 보며, 이제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건축은 형태로 표현되는 공간예술이다. 서구를 모방하지 않으며 중국, 일본과 다르게 고유한 우리만의 건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안도 다다오의 공간이나 중국 왕슈의 건축 형태가 아닌 우리만의 건축세계를 보여주면 가능할 것이다. 북경올림픽을 전후해서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이 북경 등지에 다양한 건물을 세우던 즈음에, 중국 건축가 왕슈에게 2012년 프리츠커상을 선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양건축의 유행을 따르지 말고 중국다운 건축을 보이라는 심사위원들의 요청이었을 것이다.


우리 건축가가 프리츠커상을 받게 되고, 혹 그가 설계한 건물이 울산에 있다면, 그 건물을 보러 많은 사람들은 울산을 찾게 될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건축으로 실현해, 시민들이 풍부하게 공간을 향유하고, 먼 훗날 세계문화유산에도 오를 만큼 기품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좋은 건축가를 찾고, 공을 들여 건물을 지어갈 그런 사람은 없을까.



성인수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건축학부 교수



출처 : 경상일보(http://www.ksilbo.co.kr)

매거진의 이전글 혜초의 길-아시아를 생각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