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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인수 Dec 04. 2021

나스챠, 언제 올 거니?

2016년 3월 6일자 경상일보 18면

울산과 자매도시 러시아 톰스크
민·관 차원 다양한 교류행사 지속
앞으로 더욱 활발한 교류 기대


중국 우루무치에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는 도중에 노보시비르스크와 톰스크를, 2014년 초여름에 아내와 둘이서 세계일주 자유여행 중 평소 알던 러시아 교수를 만나려고 들렀다. 시베리아 남부에 있는 두 도시는 울산과 인연이 많은 편이다. 듣기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주선으로 울산대학교가 러시아 대학교들과 1997년부터 코러스(KORUS)심포지엄으로 학술교류하며 시작됐다. 코러스는 2006년부터 국제전략기술포럼(IFOST)으로 바뀌었고 기업과 여러 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울산시와 톰스크시는 2003년 자매도시 체결이후 민·관 차원의 교류를 지속했다. 울산시는 2011년 테크노파크에서 한-러 기술협력세미나를 열었고, 2013년 톰스크 주지사를 초청했다. 2014년 2월 러시아 톰스크주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방문했고 산업단지와 태화강대공원 등 울산의 성공사례를 둘러 봤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우리나라에서 음악유학을 많이 가는 도시 중 하나이다. 울산예술고등학교가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발레학교(2004년) 국립미술학교(2011년)와 자매결연 등으로 합동공연과 한국무용 홍보 등 주기적 교류행사를 가졌고 2014년 4월 자매학교 방문공연도 했다.


건축대학에 2년간 머문 적이 있는 톰스크 건축대학 잘레소프 교수는, 학기 말이라 바쁘기에 우리를 도와줄 가이드로 친구 알렉과 여학생 나스챠를 소개해 주었다. 나스챠는 아내를 ‘이모’라 부르고 ‘대박~’이라는 말도 써서 우리를 놀래켰다. 독학으로 우리말을 배웠다는데 TV 한국드라마에서, 또 잠시 방문한 부산외대 여학생과 단짝으로 지낸 결과라며 부산 사투리도 곧잘 했다. 필자가 아는 도시를 찾아온 게 아니라, 마치 아는 조카를 만나러 아내가 왔고 필자가 들러리격인 여행이 되어 나흘 있기로 한 톰스크에서 이틀 더 머물렀다.


알렉은 고려인 3세로 우리말은 못했고, 그의 아버지는 건축대학 교수로 있다가 퇴임했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시베리아로 강제추방된 외조부모를 따라 옮겨 다니다가 어려서 톰스크에 정착했다는데, 우리는 만나 한참 지나자 말문이 트여 우리말을 몇 마디 토해내기 시작했다. 갑부인 알렉 사촌형의 ‘다챠’에도 방문했고, 알렉의 생일 파티와 딸의 짐나지움 졸업식에도 참석했다. 나스챠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던 선교사 집에도 초대됐다. 거기서 우리 유학생도 만났다. 그 유학생은 울산~서울간 400㎞ 거리는 먼 축에 못 든다며, “여권 때문에 기차로 잠시 3일 밤 낮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왔다”고 했다. 내용 없는 북한 비판 발언으로 평생 귀국을 못한 북한 출신 노동자도 있었다. 그는 우리말을 할 수 있는 낙으로 선교사집 모임에 온다고 했다. 러시아 여자와 결혼해 톰스크에 살면서 고향의 아들을 못 잊는 탈북자(?)의 억울한 표정을 사진에 남기려니 가족에게 해 될까 손사래 치며 아련하게 거절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즉, 육상·해상 뉴·실크로드로 아시아를 연결하려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세워 중국 중심의 새로운 아시아를 만들려 한다. 이에 질세라 일본은 신간센 방식의 고속철도를 인도에 개설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언젠가 우리는 중국과 시베리아를 경유하는 아이디어로 부산에서 파리까지 기차로 연결하려고 했었다. 우리는 기회를 놓치는 듯하고 AIIB를 통해 건설시장 참여를 노리는 중이다. 이제 중국은 자국의 고속철 방식으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 뻗어 가려한다. 경제 활성화의 주요 요인으로 북방과 아시아 시장을 생각할 때다.


우리말 한마디 못하는 고려인 3세, 4세 ‘러시아인’과, 우리말 잘하는 러시아 노란머리 여대생 나스챠의 ‘한류’를 실감하면서, 나스챠의 ‘대박~’으로부터 ‘통일 대박’을 기원하게 된다. 나스챠는 방학 때 김포대학교에 오게 된다고 좋아했는데 취소됐다고 귀국 후 들었다. 울산에도 교환학생으로 오고 싶어 했는데 연락해도 소식이 없더니, 잘레소프 교수가 학생 사정으로 못 간다고 했다. 봄바람과 함께 러시아와 우리의 경제 사정이 풀리기를 기대한다. 나스챠, 언제 올 거니?


(후기 : 나스챠는 후에 홍익대학교로 유학왔고, 서울 출장 길에 서울역에서 만나 같이 자장면 먹고 유학생활을 격려해주었다. 2021년 11월 울산전시턴벤션센터(UECO)에서 제3회 한-러지역협력포럼이 열렸다.)

   
성인수 울산대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건축학부 교수


출처 : 경상일보(http://ww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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