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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언니 Dec 25. 2022

거제라는 이상한 지역

일자리와 부동산 이중성에 대해


거제는 정말 이상하고 독특한 곳이다. 국내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한 지점에 양극단의 현상이 동일한 시점에 발생하는 곳이 거제 지역이다. 지역 내 여러 상황에 대해 나 스스로가 이해하기 어려워 글로 정리해 본다.


1. 거제 지역 부동산 흐름의 이중성


국내 지역 어디든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거제 지역은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하나는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또 하나는 부동산 거래량의 증가라는 사건이다.


먼저 지난달에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제63차 미분양관리지역 공고를 냈는데, 여기에는 전국에서 단 두 곳, 전남 광양시와 경남 거제시만이 포함되어 있다. 광양시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또 이 상황이 해소되는 것이 순탄치 않다는 이유로 지정되었지만, 이에 비해 거제시는 ‘모니터링’만이 필요한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광양시는 2021년 12월을 시작으로 2022년 1월까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거제시의 경우 2021년 12월 31일이 되면 미분양관리지역으로의 기간이 끝이 난다. 


지역 내 부동산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매물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전세와 매매인데, 두 달 전에 비해 매물 가격들이 훨씬 더 높아졌다. 두 달 전만 해도 떨어진 매물 값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어쩌다가 몇 달 사이에 가격이 오르게 된 것일까? 미분양관리지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아파트 값이 오른 이유가 궁금해서 거제 지역에 대한 기사를 살펴봤다. 뉴스 1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조선업 본격 부활 소식과 함께 외지 사람들(특히 서울)이 거제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추세라고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자료를 직접 확인해 보니, 7월까지만 해도 거제시의 월별 아파트 거래량은 460건에 그쳤는데, 이것이 8월에 가서는 약 60% 높아진 739건으로 증가했다. 또 9월에는 8월 대비 약 85% 이상 증가한 1,389건으로 증가하였다.


결국, 미분양관리지역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고, 지정 해제 시점이 도래할 때에 맞춰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내다 파는 과정이 그대로 시현되는 과정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거제 지역의 주요 산업인 조선업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다. 


2. 조선업 노동시장의 이중성으로 떠나는 사람들


지난 11일 경남 MBC의 시사토크 불도그가 조선업 인력 부족을 주제로 방송되었다. 주제에 따른 핵심 내용은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인력이 부족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편, 최근 거제 지역 내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일감 부족으로 실직을 걱정하고 있다. 더불어 일부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는 벌써 줄어들기 시작한 일감 때문에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에게 근무시간 단축은 수입의 축소로 이어져 생계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조선업 인력 부족이라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 논의인가? 이 부분에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왜냐하면 조선업은 수주를 받고 제조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수주를 아무리 많이 받는다고 해도 현장에 일감으로 도달하기까지 1~2년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어제 시사토크에서도 수주 물량이 투입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인력 수급이 중요하다고 언급되었다. 즉, 현재는 일감이 부족하고, 미래에는 인력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수주 호황에 가려진 것은 지역주민의 삶이다. 거제시청 인구동향 자료에 의하면 11월 인구수는 10월 대비 303명이 감소하였다. 인구동향에서 눈여겨볼 것은 성별과 연령대인데, 성별에서는 남성 238명, 여성 65명이 감소하였다. 지금에 와서 인구감소는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30대 남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내년 하반기에 조선업 일자리가 늘어난다 해도, 거제 지역을 떠난 젊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 높은 조선소 임금은 ‘내가 일 한만큼’의 대가로 인식한다. 한겨레의 기사에서 15년을 넘게 조선소에서 일한 기성세대는 조선업 호황기 당시에는 임금이 높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일하는 시간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 없이는 인력 수급의 어려움은 현실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이미 시작된 거제 지역의 부동산 투기가 과열될수록 젊은 세대는 더더욱 유입되지 않을 것이다.


주절주절 써 둔 두 가지 모두 나의 일상에서 접한 것들이었다.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이것저것 찾아보고 글로 정리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지자체에서 남은 주민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떠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거제 지역에 거주할 당시 생활실태와 이주 사유를 조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더불어 지금부터 노동과 주거를 함께 지원하는 것이 일자리 난을 예방하는 지름길인 거 같고... 제일 어려운 문제 두 가지이지만, 간단한 방향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거제 지역 내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는 그 형태가 이중적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각 영역의 이중성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지자체 주도로 일자리와 주거를 연계한 사업의 실행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젊은 세대들 입장에서는 거제 지역이 과연 살고 싶은 곳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계속해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대다수는 고용과 주거 안정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거제 지역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고용과 주거 안정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낮다. 젊은 세대에게 조선소 일자리는 직영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매력적인 일자리는 아니다. 과거와 같이 고임금 하나로 불안정한 고용조건과 위험한 작업환경을 덮기에는 무리가 있다. 안전저널 기사를 도면 젊은 세대 10명 중 8명이 기술직 일자리도 좋지만 안정적인 수입과 직업 안정성의 보장을 전제로 생각한다고 한다. 지금의 조선소 일자리는 4대 보험 미가입이나 해고위험과 불규칙한 임금과 같이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더불어 산재 미적용과 위험부담이 큰 노동환경에 비하면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역시 높은 수준은 아니다. (물론 이 부분은 기업과 하청업체의 도급방식에 따른 문제를 배제할 수는 없다.) 


일자리를 구하러 온 지역에서 높은 주거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나 피하고 싶을 것 같다. 또 거제 지역의 인프라 수준을 생각해봐도 주거지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수준이 아니다. 결국 핵심은 노동인구 부족의 문제는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과 지역의 주거환경의 질을 개선해야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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