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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쿙가 May 30. 2023

바르셀로나 근교 작은 마을 Sant Pol de Mar

스페인 # 9 지중해 바다로

스페인 여행 첫날, 오후 2시 / 호스텔


체크인 가능 시간이 될 때쯤 호스텔에 돌아가서 방 키를 받았다. 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 두 명이 방 안에 있었다. 인사만 Hi. 대충 하고 내 짐을 풀기 시작했다. 내가 대화에서 빠지자 그 둘은 독일어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둘 다 독일인이었구나. 갑자기 내적 친밀감이 생겨났다. 대화하는 거 다 알아들으면서 가만히 있기도 그래서 살며시 쳐다봤다. 그 애들이 다시 영어로 언어를 바꾸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M과 E는 프푸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지금은 그 근교 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지금 방학 중이라 바르셀로나로 일주일째 여행 와 있는데 오늘이 여행 마지막날이라고 했다. 마침 라이언에어를 타고 왔다길래 너희들도 설마 Frankfurt Hahn 공항을 통해서 온 거냐고 물었다. 쾰른 공항에서 타고 왔는데 거기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괜찮았다고 했다. 내가 한 공항에서 비행기 탔다고 했더니 둘 다 그 여정이 얼마나 길고 험난했을지 바로 이해했다. 



스페인 여행 첫날, 오후 3시 / 해안가를 따라가는 기차 안


M이랑 E가 호스텔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해변가로 수영을 하러 간다고 하길래 따라나섰다. 

어딘지도 모르고 가는 길이었는데 기찻길이 해변가 바로 옆을 지나서 창밖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기차만 40~50분을 타고 가야 했는데 셋이서 한참 대화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바르셀로나부터 목적지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가 풍경에 감탄하느라 잠깐씩 대화가 끊겼다가 다시 주제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늘에 누워있는 사람들 보니 나까지 편안한 기분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좀 더 오래 있었다면 이 기차를 한 번 더 타고 종착역까지 가보거나 중간에 보이는 아무 해변가에서 즉흥적으로 내려서 수영하고, 또 기차 타고 가다가 또 내려서 수영해보고 싶었다. 


도착한 역의 이름은 Sant Pol de Mar. 이곳은 바르셀로나 근교의 아주 작은 마을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마을을 둘러보면서 산책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그때 당시에는 바닷가에 눈이 멀어 수영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시골마을 풍경과 바닷가에 굉장히 설렜다. 다음에 가면 꼭 다시 들리고 또 저 터널도 지나 다른 마을들도 가 보고 싶다.


이 날 하루종일 구름이 잔뜩 껴 있어서 사진은 뿌옇게 나왔지만 오히려 해가 너무 심하게 비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해가 없어도 어찌나 덥고 습한지 독일 북부에서 적응하며 살다가 바르셀로나에 오니 덥고 습한 9월 날씨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두 걸음 걸어 들어가자마자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급격하게 깊어졌다. 바닷물이 굉장히 짰고 파도도 적당히 세게 쳤다. 물수경을 끼고 바닥까지 잠수하고 싶었는데 염분 농도가 높아서 몸이 가라앉질 않았다. 덕분에 팔만 휘적휘적 저어도 몸이 떴고 파도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니 재미있었다. 


물은 정말 깨끗했다. E는 전날밤 호스텔 에어컨이 너무 세서 감기 올 것 같다고 해변가에서 누워서 쉬었고 나는 M이랑 물에 들어갔다. M이 바르셀로나 해변가보다 여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물도 더 깨끗하고 붐비지도 않고. 


예전에 포르투갈에 갔을 때는 바닷물이 미치게 차가워서 물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서양 물이라서 수영하려고 물에 들어가면 너무 춥고 모래사장은 너무 더워서 바닷가에 있는 게 오히려 고역이었다. 그런데 스페인은 지중해 쪽 바닷물이라 물이 적당히 시원하게 느껴지는 온도였다. 


M은 저 멀리까지 수영하러 간다고 아주 멀리까지 갔다가 한참만에 내 쪽으로 돌아와서 저쪽 물이 더 깨끗해서 바닥이 더 선명하게 잘 보인다고 했다. 수영을 더 잘했다면 M을 따라서 저 배 근처에 있는 부표까지 수영해 갔을 텐데 아쉬웠다. 나는 적당히 안전한 곳에서 파도 타면서 놀았다. 


 두 시간 정도 수영하고 놀다가 배가 고파져서 저녁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해변가 아주 작고 사람이 엄청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해변가에 수돗물 나오는 샤워 시설이 없었다. 안내 요원에게 가서 물으니 그 사람이 씩 웃으면서 없다고 했다. 아쉬웠다. 소금기 가득한 채로 한 시간을 가야 했다.



호스텔 체크인 하기 전에 대성당 앞에서 느꼈던 어색하고 낯설던 기분들은 어느새 다 사라졌다. 새 여행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곳에서 수영하고 나니 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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