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딱 생선구이 정도라는 걸

19. 엄마의 생선구이

by 정물

엄마는 내가 집에 오면 항상 생선구이를 해주셨다. 아무래도 혼자 지내다 보면 가장 잘 못 먹게 되는 것이 바로 생선구이였기 때문이다.


누가 섬에서 자란 아이 아니랄까봐 혼자 지내다 보면 꼭 생선구이가 생각났다. 그래서 항상 본가에 가기 전에 엄마가 뭐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면 생선구이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거창한 음식도 아니고 생선구이가 먹고 싶냐고 타박하면서도 엄마는 질릴 정도로 식사마다 생선구이를 내어 주셨다. 엄마는 아빠에게 생선 장만을 부탁하시고 아빠는 부엌에서 칼을 갈아 생선을 장만했다. 준비된 생선을 엄마는 그릴에 맛있게 구우면 생선의 고소한 냄새와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가 부엌을 가득 채우고 식탁에 생선 놓을 자리는 비워져 있다.


엄마는 아빠에게 가시 있는 부분은 나 주지 말라고 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생선 먹을 때마다 나오는 에피소드. 내가 생선을 먹다가 가시에 걸려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다. 생선살을 야무지게 발라 먹는 나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목에 가시도 걸렸던 애가 잘 먹는다며 신기해했다.


나는 딱 생선구이처럼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걸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예전의 나는 이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화려한 요리가 되기 위해 엄마의 품을 벗어났다. 더 크고 넓은 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기에 내 주제를 모르고 수준이 높은 학교에 욕심을 내서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엄마는 나름 이런저런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언젠가 내가 잠들지 않은 것을 모르고 거실에서 아빠에게 ‘내가 부족해서 자식 발목을 잡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여기서 크지 않았더라면, 더 넓은 데서, 돈이 많은 부모 밑에서 컸더라면 지금보다 더 풍족하게,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였다.


내가 딱 생선구이 정도라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내 분수를 알고 학교에 욕심 부리지 않았더라면. 주말마다 기숙사 짐을 싸 주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데리러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학교 다니고, 저녁에는 엄마와 같이 장을 보고, 집안일도 도와드리고. 그런 평범한 딸로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적어도, 엄마가 자신을 자책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엄마뻘로 되는 아주머니 무리가 술에 기분 좋게 취해서 하소연하는 것을 엿듣게 됐다. 자식이 잘 안되는 것이 내가 모자란 것이 아닌가, 내 수준이 자식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는 하소연이었다. 그걸 듣는 순간 그때 아빠에게 이와 같은 말을 똑같이 했던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나에게 있어서 전혀 부족함 없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생선구이로도 충분한 사람이었는데. 그저 내가 무리하게 욕심을 부린 것 뿐이었는데. 그때로 돌아간다면 엄마에게 엄마가 구워주는 생선구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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