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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Apr 12. 2024

빡빡이 비누

강아지 아토피 치유 과정

비누는 한 달에 한번 꼭 미용실에 간다.

얼마나 외모에 신경을 쓰는지..

(엄마는 반년에 한 번쯤 가는데..)

하루 차이 1 (깔끔)
하루 차이 2 (상큼)
하루 차이 3 (시원)


전쟁 같던 시기가 있었다.

비누가 열 살 정도에 시작된 아토피는 큰애가 어렸을 적에 갑자기 생겼던 아토피가 생각날정도였다.

큰애는 참을성이 많아 낮엔 긁지 않았는데 밤에 자면서는 저도 모르게 긁어 피가 날 정도였다. 밤새 큰애의 손을 잡고 잤었다.

비누도 똑같았다.

비누의 아토피가 심해져 피가 나도록 핥고 긁으니 누군가는 옆에서 자며 밤새 지켜보며 주의를 주어야 했다.


“안돼!”

“하지 마!”

비누에게 싫은 말을 너무 많이 했다.

“비누야, 미안했어”


처음 1년 동안은 상태가 심각하여 스테로이드의 약을 먹이기도 하고, 발라주기도 했다.

예민한 비누에게 약을 먹이기가 무척 힘들었다. 난리를 치고 약을 먹이면 허무하게 다 토해냈다.

약을 먹으면 사람의 피부과 약처럼 비누는 멍해지고, 의욕이 없이 종일 잠을 잤다. 활달하던 비누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무엇보다 스테로이드의 약을 계속 쓰는 것이 걱정스러워 다른 방법이 없는지 친절한 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했다.

비싼 비용이 드는 치료법을 말해야 할 때는 언제나 조심스럽게 말을 하셨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사용하여 효과의 사례가 많다는 싸이토포인트 주사요법을 온갖 미국 자료를 찾아본 뒤 시작했다.

4주에서 6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간격이 점점  줄어들었다.

비누에겐 치료가 아닌 일정기간의 가려움 감소현상만 가져왔을 뿐이었다.

1년이 지나고,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복실복실..곱고 탐스러웠던 털을 가졌던 비누

주사 맞을 시기가 되었는데 맞지 않고, 곱고 탐스러운 털을 빡빡이로 짧게 밀었다.

털 속에 감춰져 있던 아토피가 발생한 부분을 빨리 찾아내어 약을 소량으로 발라주니 심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처음 털을 깎고 보니 피부는 새까맣게 커다란 점처럼 변색되어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주사를 맞는 대신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구입해야 하는 약용샴푸를 이용한 목욕을 꼼꼼히 시켰다.

비누의 옷과 이불은 100% 면제품으로 된 것으로 바꾸었다. 유아용품을 파는 곳에서 거즈 이불을 사니 딱 좋았다.


비누는 미용샵에 가서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털을 자르고, 시원하게 목욕을 한다.

아무래도 집에서 하는 목욕과는 차이가 있는지 좋아하는 것 같다.

처음엔 미용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 차라리 다시 주사를 맞힐까 고민하기도 했다.

차를 타는 것도 싫어하니 너무 추운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면

10분 정도 거리를 산책하듯 걸어서 가고, 미용이 끝나도 산책을 하며 돌아오니 미용의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었다.


적응의 기간은 필요했다.

강아지들이 털을 완전히 밀면 수치심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처음엔 비누도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언제나 미루어 짐작하지만 이젠...

빗질도 싫어하고 머리에 뭘 매달고 치장하는 것도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비누는 짧은 털을 좋아했다.

미용하러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돌아오면 비누가 평온해짐이 느껴진다.

강아지의 털은 스스로 몸과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비누에겐 털을 짧게 깎고, 환부를 관리해 주는 것은 최고의 처방이 되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아토피 증상이 점점 좋아졌고,  상태는 서서히 호전이 되었다. 검게 변색되었던 부분도 다시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왔다.

비누의 미용은 꼭 필요한 치료가 되었다.


* 모든 강아지들에게 맞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 강아지들의 건강문제는 반드시 수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해야 한다.

언제나 보이는 곳에서 미용을 해주시니 안심이 된다


비누는 치료와 예방의 목적으로 털이 너무 많이 자라기 전에 미용을 해야 한다.

어느 날 예정된 날에 미용실장님이 갑작스러운 수술을 하게 되었다. 여기저기 애견미용실에 문의를 하니 열 살이 넘는 강아지의 미용을 해주는 곳이 없었다.

비누가 어릴 적에 미용 시도를 해보았는데 우리는 서로 관계만 안 좋아졌다. 하지만 할 수 없이 클리퍼를 들고 서로 부들부들 떨며 아우성 속에서 쥐 파먹은 것처럼 부분적으로 깎다가 말았다. 셀프미용은 힘든 일이었다..


많은 반려인들이 내 강아지가 안전하며 잘 맞는 미용실을 찾는 것을 고민한다.

다행히 병원 안에 있어 안심할 수 있고, 항상 문을 열어두고 미용을 하시니 마음이 놓였다.

14년간 미용을 책임져주신 병원 안의 미용실장님께 늘 감사한다.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인상을 가지셨다. 몇 해 전부터는 양쪽 손목에 보호대를 하고 계신 것이 마음이 아프다.


진료부터 미용까지 비누의 건강을 책임져주는 믿을만한 곳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앞을 지나는 길이면 가끔 간식거리를 사서 드리곤 한다.


“우리 애 좀 잘 부탁드립니다”



연재 글을 올리는 오늘은  마침 미용실 가는 날~

미용요법으로 바꾸고 적응기에 남겼던 기록을 함께 보시죠^^



* 미용실 가는 날 (시트콤) *


그날이 오면 비누의 미모가 한껏 뽐을 낸다.

“비누야~”
“왜여? 산책 가여?”
“그날이야” “묭실 가자”
뚜둥!!!
“시른데여...”
“진짜 시른데여.......”  도망갈까?
반항해 봐야 소용없이 차에 실려...
‘세상 우울하다..하아...‘
“헤헷~ 시원해요~”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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