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Mar 30. 2024

내 개가 물 수도 있어요  

비누의 허락 없이 만지지 말아요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비누를 쓰다> 글마다 맨 아래엔 의도적으로 항상 쓰는 말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개주인에 대해 화가 난다. 그런 사람들은 반려인이 아니고, 그냥 개주인이다.

독불장군 같은 개주인은 자신의 강아지도 사랑하지 않는다.

강아지들을 혐오하게 만들고, 모든 반려인을 욕먹게 만들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어떤 일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일은 아주 어렵다.

개를 키워보기도 했고, 안 키워보기도 한 나는 반려인이 비반려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에티켓은 반려인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비반려인에게도 반려인과 개에 대한 에티켓이 필요하다.


비누는 우리 집에서 14년을 살았고, 하루에 한 번 산책하기 위한 외출을 한다.

우리 아파트엔 강아지를 무척 무서워하는 분이 계신다. 우리 집보다 아래층에 사시니 어쩌다가 꼭 만나게 된다.

4~5년 전쯤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다.

아래로 내려가다가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누군가 탈것이니 늘 하듯 얼른 비누를 안고 벽으로 돌아섰었다.  

나의 행동은 타인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 비누를 보호하려는 행동이기도 했다.

처음에 강아지가 있는 줄 모르다가 거울을 통해 보았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러서 정말 깜짝 놀랐다.

그분과 비누를 안은 나는 면벽상태로 서로 외면한 채 내가 말했다.

“제가 꼭 안고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답이 없었다..(비누와 나는 무안했다)


나와 비누가 타고 내려가다  그 층에서 문이 열리면 그분은 타지 않는다.

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그분이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면 우리는 타지 않는다.

어떤 날은 1층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그분이 아이 둘과 함께 들어왔다.

“으악! 개 무서워!!”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개는 무서운 존재라고 집에서 단단히 교육을 받은 것 같다.

우린 먼저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서있었는데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먼저 올라가시라고 했다. 반려인인 내가 죄인이 아닌데 뭔가 죄인같은 기분이었다.


비누는 눈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타지 않으면 이해를 못 한다.

표정에서 느껴지는데 갸우뚱하는 모습이 순진하고 참 귀엽다.

“문 열렸는데 왜 안타요?”


항상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데 그분은 비누가 없을 때도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나보다 스무 살은 어려 보이는데..’  꼰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반려인에 대한 혐오로 보여서 그분을 만나면 기분이 나빠서 피했고,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효과가 없으니 더 이상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아파트란 공동주택에 살며 마음이 참 불편했다.

어느 날 우린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마주쳤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태이니 또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분이 대답 없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앗! 빈틈)

“개가 많이 무서우시죠? 저도 남의 개는 무서워요.”

그분이 살짝 웃는다. (또 빈틈 발견)

“네.. 개가 많이 무서워요..”

됐다. (나에 대한 경계 완화)

“그럴 수 있죠. 이해해요. 우리 개와 나올 때 제가 신경 쓸 테니 너무 두려워하진 않으면 좋겠어요 “

나는 강아지가 아닌 일부러 라고 말했다. 그분의 두려움을 이해한다는 의미였다.

그날 이후 그분은 내게 먼저 인사를 한다.

그분은 두려운 눈빛이 보이지만 이제 우릴 만나도 전처럼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고, 간혹 날씨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이 과정은 1년쯤 걸렸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동주택 생활은 어려웠다.

흔치않은 엘리베이터 샷


이해한다.

나도 남의 강아지는 무서울 때가 있고, 내 강아지 비누가 남에게 어떻게 할지 믿지 않는다. 실제로 나는 매일 보던 이모네 강아지에게 물린 후 강아지가 좀 무서워졌다.

비누가 위험한 행동을 한 적은 없지만 본능을 무시할 순 없다.


비누는 두려움이 많아 사람이 다가와도 다른 강아지가 와도 내 뒤에 숨는다.

지금은 숨지는 않지만 인기척을 느끼면 일단 멈춰 서서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낯을 가리는 비누는 집안으로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갈 때까지 짖어서 주변에 민폐가 되니 집에 손님초대를 잘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예외적인 사람은 거의 명절에만 만나던 우리 엄마와 시부모님이었다.

줄 설 줄 아는 똑똑이 비누를 참 예뻐하셨다. 손자들의 용돈을 챙기실 때 비누의 간식도 미리 준비해 가져오셨다.

어쩌면 낯선 사람과의 접촉이 별로 없어서 점점 더 심해졌을 수도 있다. 반려견과 사는 일의 또 한 가지 힘든 점이다.

가스점검이나 가전의 as를 부르면 아주 힘들다. 비누가 목이 쉬도록 짖는다.

하지만 밖에서 짖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겉보기에 아주 순하고 착한 강아지로 보인다.


산책길에 어느 땐 저 멀리서 아이가 갑자기 무섭다고 소리를 지른다.

어느 땐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갑자기 다가와서 묻지도 않고 쓰다듬는 사람들을 만나면 깜짝 놀라고 당황스럽다.

강아지가 당황하여 본능적인 반응이 나와 물게 되면 훈련과 제어를 못한 반려인의 잘못이 아니고, 갑자기 다가온 사람의 잘못이다.


나는 말한다.

“만지지 마세요. 강아지가 물 수도 있어요”


*낯선 강아지를 만지는 매뉴얼*

강아지가 당신을 물어도 괜찮죠?

그렇다면 먼저 자세를 낮추고,
강아지에게 손등을 내밀어 인사하고,
서둘지 말고 천천히..
만져도 괜찮을지 강아지에게 물어보세요.

강아지가 뒤로 물러선다면 절대 만지면 안 됩니다.


반려견의 수가 1500만이고, 버려지는 수도 10만이라고 한다.

그 많은 숫자는 어쩔 수 없이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휴가지에서 강아지를 버리고 가고, 모르는 곳으로 산책을 가서 목줄을 풀어 버린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버려진다는 것은 키우는 사람의 환경이 어렵다는 걸 말한다.

반려인으로 사는 일은 진짜 어렵다.

경제적이나 개인적인 사유는 반려인이 되려 할 때 충분히 고민해야 하고, 생명체인 강아지의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생각이 끝나고 반려생활이 시작되면 책임은 온전히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짖어서, 물어서, 내 아이에게 알러지가 생겨서, 강아지가 아파서, 돈이 많이 들어서...

절대 책임을 강아지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모든 반려인들은 매너를 잘 지켜 위험과 갈등의 요소를 줄여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환경이 되어야 한다.

반려인도 비반려인도 예의를 지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사는 별에 잠시 여행온 온리원 사랑(only one Love)만 주는 천사인 강아지들과 함께 사는 일은

사랑받기를 원하는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이다.

많은 사람이 그 행운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평화롭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
즐거운 산책을 가요~^^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이전 09화 비누의 애착 물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