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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Apr 05. 2024

어느 여름날의 산책

산책길에 만나는 사람

“산책 가자”

날이 흐려서인지 아침 기온이 어제와 다르다. 부엌일을 서둘러 마치고 산책길에 나섰다.

바람이 불어 견딜만한 여름날이다.

자전거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비누와 세상 구경을 한다.


옆으로 천천히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비누를 보며 한마디 건네며 지나치신다.

“멍멍아, 오늘은 시원하지?”


늘 앉는 파고라 벤치에 앉았다.

한 5분쯤을 지났을까..

예쁜 양산을 쓰신 할머니가 말을 거신다.

“아이고, 예쁜 강아지네.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비누의 나이와 이름을 말씀드렸다.

“비누야, 아주 건강해 보이는구나~”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더니 옆에 앉으셔서 할머니가 키우던 강아지 얘기를 하신다.

8년을 키운 푸들인데 할머니의 연세가 많으시니 힘드셔서 며느리가 데려다가 키운다고 하시며 여느 할머니들처럼 깊지 않은 집안 얘기도 하신다.

“매일 산책하는데 우리가 왜 못 만났을까?” 그러신다.

산책길엔 대부분 할머니들이 말을 건네시는데 가끔은 꽤 한참 말씀을 하고 싶어 하신다.  할 말이 별로 없지만 할머니가 하시는 말들을 호응 해드리며 나누다가 할머니가 먼저 가시려고 할 때까지 대화를 나눠드리는 편이다.

‘아마도 대화가 고프신 거겠지..’


비누는 처음에 살짝 경계를 하다가 할머니 곁에 다가가 앉는다.

우리 비누는 원래부터 그렇다. 노인들에게 순하고 착한 표정으로 친근하게 군다.

우리 엄마에게도 시부모님께도 그랬다.

할머니가 참 기분 좋게 웃으시며

여든다섯이시라는 개인정보까지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나이보다 정정하시고, 명랑한 성격을 가지신 분이었다.

오늘은 머리를 염색하러 미용실에 가시는 중이시라고 하시며 일어나셨다.

“건강해라~” 덕담을 해주시고, 귀여운 할머니는 총총걸음을 재촉하신다.


성함은 모르지만 여든다섯의 웃음이 예쁘셨던 할머님이 언제나 건강하고, 지금처럼  명랑하게 지내시길~

비누가 살펴보니 학교는 방학중이었던 날
귀여운 할머님이 옆에 계셨다. 함께 찍고 싶었지만 실례인것 같아서 비누만..^^


우리도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던 중 어디선가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왈왈!!”

’ 어디지?‘

도로의 건너편에서 비누처럼 생긴 강아지가 비누를 발견하고 짖고 있었다.

’녀석, 눈도 좋고 기운이 넘치는 걸 보니 어리구나. 어! 근데 왜 혼자인거지?‘

그 순간! 강아지가 우리를 향해 2차선 도로로 뛰어들었다.

오른쪽에서도 차가 오고 왼쪽에서도 차가 오고 있었다. 다행히 학교 앞 도로여서 서행하던 차들이 멈추었다.

아연실색 놀란 건 비누와 나, 그리고 차들..

어디선가 큰 귀걸이를 한 화려한 모습의 할머니라기엔 젊은 개주인이 웃으며 멈춰 선 차 앞으로 무단횡단을 하신다. 여유롭게..

“너 때문에 길을 건넜구나? 강아지를 보면 이렇게 좋아한다니까. 호호호”

뭐? 비누 탓이라고?

“큰일 날 뻔했어요. 목줄 없으세요?”

“얘가 똑똑해서 줄 없어도 산책 잘해”

방금 눈앞에서 큰 사고가 날 뻔했는데 대체 무슨 말이지?

다시 목줄 없이 무단횡단으로 길을 건너 갈길을 가는가 싶더니 강아지가 배변을 하는 듯 보였다.

개주인은 두리번거리더니 주변의 나뭇잎을 주워 똥을 집어 가로수 흙 위로 던진다.

‘아, 거름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신기하게도 강아지의 느낌과 개주인 할머니의 느낌이 닮아있다.

그 개주인의 강아지가 무사히 잘 지내고, 제 명만큼 잘 살았으면 좋겠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비누와 나는 집으로 향했다.

들어오는 엘리베이터에선 새로 이사 온 애기엄마를 만났다.

새로 만나는 이웃은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데 그 애기 엄마가 두려워하지 않으니 참 다행이다.

종종 만나지만 특별한 말을 나누진 않았었는데 비누를 향해 미소를 짓고 귀엽다고 해주었다.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한 여름의 산책 날이었다.

놀라는 사건이 있었지만 만난 많은 분들이 우리 비누를 예뻐라 해주시니 감사했다.


산책길엔 언제나 비누와의 추억이 쌓인다.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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