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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Mar 15. 2024

비누의 별빛 2

너의 별빛이 흐려져도 괜찮아


걸어 다니는 비누를 보아도 잠을 자는 비누를 보아도 안쓰럽고, 비누가 나를 쳐다보아도 측은했다.   

병원을 다녀온 후 한동안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강아지는 귀엽고 예쁘다.

그중 누구나 내 강아지가 제일 예쁘지만 우리 막내딸 비누는 남의 눈에도 특별히 예쁘다..    

강아지 중에도 참 예쁜 얼굴이라고 14년째 미용을 담당해주고 있는 실장님이 항상 말하셨다.        

말티즈의 눈물 자국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는데 비누는 눈물 자국도 없이 깨끗한 눈매를 갖었다.     

비누는 데리고 나가면 내 어깨를 으쓱하게 해 주었다.

자식 칭찬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누는 그 예쁜 눈으로 항상 사람과 눈을 마주치려 했고, 사람의 표정에서 마음을 읽으려 하는 강아지였다.   


언젠가부터 자주 귀와 눈을 비볐다.       

“고양이처럼 세수하는 거야? “ 그 모습을 귀여워했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토피 때문에 눈도 귀도 간지러워서 그러려니 생각했던 것이 미안했다.  

강아지가 아프면 큰돈이 들어간다. 부담이 안될 수가 없다.      

역시 건강한 부모견에게서 나온 강아지는 건강한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비누는 말티즈의 흔한 질병인 슬개골도 이상이 없었고, 신통하게도 걱정되는 병이 없이 10여 년을 살았다.

“집안 형편을 잘 아나보다 “ 그런 말을 종종 했다.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는 건 돈 문제가 첫 번째가 아니고, 비누의 많은 나이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의 뜻도 그러셨다.       


언제부터였을까?     

점점 귀가 안 들리고 눈앞이 뿌옇게 변하고 있었으니 영문도 모른 채 얼마나 이상하고 두려웠을까?  

좀 더 일찍 알았어야 하는데..     

좀 더 일찍...


그러고 보니 반년 전쯤 이상현상이 있었다.

아직은 더위가 남아있는 밤늦은 시간이었고, 비누가 갑자기 크게 짖으며 부들부들 떨었다. 여기저기를 보고 짖다가 현관으로 나가려고 했다.

심장이 크게 뛰며 덜덜 떠는 비누를 계속 안고 있어도 진정이 안되었다.

너무 걱정이 되었고, 남편은 밖으로 산책을 나가 보자고 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아파트 단지의 연한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평상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들어오니 좀 나아졌었다.

두어 번의 그런 현상이 있고, 이후 안정이 된 듯 보였다.

‘혹시 섬망을 보나? 치매인가?’

우리도 두려웠다.

그것은 갑자기 눈이 흐릿해지며 앞이 가려지는 현상에 불안을 느꼈던 것 같다.

생명수 같은 오렌지색의 안약을 하루에 두 번 넣어야 한다.

안약을 어떻게 넣을지 하루를 고민했다.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는데 안 좋은 기억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넥카라를 채우고 고개를 들어 렌즈를 넣듯 눈꺼풀을 올리고 한 방울씩 양쪽 눈에 안약을 넣고 맛있는 간식을 준다.     

다행히 안약을 넣으면 눈이 시원한지 우리는 어렵지 않게 잘하며 지낸다.       


비누에게 꼭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오랫동안 볼 수 있으면 좋겠어.      

그래도 걱정하지 마. 엄마가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온통 하얀 세상이 조금만 천천히 네게 오길 바란다.

요즘은 비누를 보면 자꾸만 눈물이 나려 한다.


“엄마 너무 그러지 마! 비누에게 평소처럼 대해줘!”       

아이가 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지! 비누야, 우리 매일매일 즐거운 날을 보내자~       

뜨뜻한 기운이 도는 봄이 오는 느낌을 싫어한다. 하지만         

매일 비누와 산책을 나갈 수 있게

빨리 와라. 봄!!


비누야, 너의 별빛이 흐려져도

괜찮아

별은 항상 거기에 있지

언제나 비누 넌 최고야!

2019년 12월 반짝이는 너의 별. 9살 삼콩이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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