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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ul 12. 2024

비누와의 평범한 하루

에필로그  


어느덧 30회

<비누를 쓰다> 연재의 마지막 글입니다.

첫 글이 2월 2일이었고, 거의 일주일에 하나의 글을 발행하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늦겨울, 봄 그리고 여름 진행 중..

연재하는 동안 비누와 저 그리고 독자님들과 세 개의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길어진 만큼 추억의 시간이 늘어났고, 글을 쓰며 비누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니 우리의 관계는 더 특별하고 애틋해진 것 같습니다.


연재를 처음 시작 할 때 소개글엔 끝없이 비누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는데 연재글은 30회가 마지막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30회밖에 못쓴다니

“너무 하다!”

30회가 끝나면 2편을 써야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을 갖었었죠.

‘제목을 <비누를 쓰다 1>로 바꿀까?‘


열 몇개의 초안이 있었기도 했고, 초반은 순조로웠습니다. 그러나 중반쯤부터 매회 다음회를 연재의 마지막 글로 할까 고민을 했고, 글감을 찾으려 애도 써보았습니다.

Q:비누가 옛날에 어땠지?  

     A: 착하고 귀여웠지

Q:비누와 어떤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지?

     A: 특별히 사랑스럽고 귀여웠지  

Q:비누와 뭘 했더라?   

    A: 우린 동네 산책을 했지. 귀여웠지

비누는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러웠을 뿐입니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으며 무엇도 내게 바라는 것이 없는 비누.

자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비누.

감사하게도 특별함 없이 나이에 맞는 건강함을 갖은 비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형이 아니며 같은 모습으로 늘 곁에 있는 열네 살의 비누를 주제로 글로 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잊기로 했습니다.


우린 일주일을 지내고, 특별한 글감이 없지만 금요일엔 글로 비누를 썼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저에 대해 썼다는 게 맞습니다.

아침이면 안약을 넣고, 밥을 안 먹으려는 비누와 실랑이를 하며 당근과 브로콜리, 알배추를 사 오고 손질을 합니다.

산책 시의 걸음 수를 확인해 보면 확연히 줄어들지만 산책의 시간은 점점 늘어납니다.


우린.. 아니 저는 그사이에

비누와 아주 천천히 걷고, 비누를 안고 걷기도 하며 오랫동안 비누와 함께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비누에 대해 글을 쓴 6개월여의 시간이 참 좋았으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진정이 되었습니다.

글감의 부족이 아닌 글로 모두 전할 수 없는 마음의 크기와 양이 30회론 부족함이 다시 처음처럼 느껴집니다.


그 언젠가 우리의 마지막은 올 겁니다.

하루, 하루 또 하루.. 마지막까지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비누와 저는 특별할 것 없는 감사한 하루를 더하며 하루에 하나씩 추억을 쌓으려 합니다.


오늘도 평범하고 아쉬운 하루를 보내며

<비누를 쓰다>의 연재를 마칩니다.




마지막 주간은 우리 비누의 사랑스러움으로 물들이고 싶었는데 어떠셨는지요?

연하게 든 손톱 위의 봉숭아물처럼 여러분의 마음에 새겨져 첫눈 올 때면 손톱 끝에 조그맣게 남은 봉숭아물처럼 비누 생각이 난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비누를 예쁘게 봐주신 독자님들께

금요일마다 비누의 사랑스러움이 전해졌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비누와 그사이 올림.


석양에 물든 비누와 나
비누야
내 옆의 너
네 옆의 나
특별함 없이 한결같은
우리, 하루를 보내자



*반려 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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