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
5월 말..
어느덧 우리가 늘 지나는 산책로는 점점 우거져 녹음의 터널을 만들고 있다.
알러지 증상이 완화되어 산책을 시작했지만 매일 나가는 것이 무리라고 느껴진다.
바뀐 나이 계산법에 의하면 비누는 시월의 생일이 지나야 열네 살이 된다.
아직은 열세살..
“우리 비누 겨우 열세 살밖에 안 됐네. 그렇지?”
비누의 시계는 한해 한해 초고속처럼 빠르게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것을 부정하고 싶다.
‘원한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지’
익숙한 길로 나가 천천히 걷는다.
산책로 옆 시냇물이 졸졸 소리를 내는 걸 보니 올봄이 가물지 않았나 보다.
“비누야, 장마가 찾아오기 전에 졸졸졸 소리를 들으러 나오자”
잎의 녹색은 짙어지고 단풍나무줄기 끝에 달린 빨긋한 헬리콥터 씨앗들도 점점 자라고 있다.
“비누야, 헬리콥터처럼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단풍나무 씨앗을 보러 나오자 “
분홍색 넝쿨 장미는 무럭무럭 자라고, 꽃봉오리를 계속 터뜨려 멀리서 보면 온통 분홍색으로 보인다.
장미의 계절은 오월인데 우리 동네는 좀 늦은 것 같다
“비누야, 빨강 장미, 노랑장미, 안젤라장미가 활짝 피면 보러 나오자”
욕심부리는 약속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랬다간 후회만 남으니..
밖에서 절대 멈추지도, 앉지도 않던 비누가 이젠 벤치에 잘 앉아있는다.
동네에 벤치가 꽤 많음을 알게 되었으며 고맙게 느껴진다.
우린 함께 앉아 세상구경을 한다.
“비누야, 오늘은 벤치에 앉을까? 평상에 앉을까?”
언제 어디든
너와 함께니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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