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요정 비누
2017년 여름..
상실감, 공허함, 무서움과 두려움, 고독감,
삶의 어떤 것에도 의미가 없었다.
나는 그저 세상의 끈을 놓고만 싶었다.
조그만 자극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이 세상에서 산 같고 바다 같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건 청천벽력과 같았다.
오십 살에도 철없는 다섯 살 어린애처럼 그랬다.
변함없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나의 우울은 누구라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족들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나는 늘 같은 자리에 말없이 혼자 앉아있었다.
비누는 내 발옆에 가만히 엎드려있었다.
놀아달라고 보채지도 않았다.
말없이 조용히 한결 같이 내 발옆에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내 발옆에 붙어있는 따뜻한 비누가 인지되었다.
“비누야,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있어?”
비누가 얼굴을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비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나 때문이구나.. 내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야?..’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던 나를 산책길로 나서게 했다.
비누와 산책길로 나서니
외롭지 않았다.
무섭지도 않았다.
세상을 더 살아야겠다고 생각되었다.
일곱 살의 비누는 다섯 살 같이 구는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어른 같던 일곱 살의 비누가 열네 살이 되었다.
작은 너는 어쩜 그렇게 큰 마음으로 나를 안아준 거니?
너는 나의 힐링요정인 거니?
비누야, 난 언제까지나 네가 필요해. 알지?
그런데..
너무 최선을 다해 애쓰지는 마.
난 네가 걱정하느라 힘든 건 싫어
다섯 살짜리 엄마도 이젠 제법 단단해지고 있어
이젠
내가 네 곁에 있어줄게
한결같이
상실이란 감정은 참 지독하고, 빠져나올 빈틈이 전혀 없어 보였다.
비누는 조용하지만 한결같은 믿음을 주었고, 상실 늪 속으로부터 걸어 나올 수 있는 커다란 문을 내게 만들어 주었다.
위로라는 건 생색이 나지 않아도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다음에 다가올 이별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비누가 가르쳐 주었으니까..
하지만 안다고 잘할 수 있을지는......
2024년 여름..
더운 날 비누와 집에서 놀기
너는 나의 사랑
너는 나의 요정
온 세상 눈부신 향기를 뿌리고
너는 나의 노래
너는 나의 햇살
넌 나의 비타민
날 깨어나게 해
박학기의 비타민을 들으면 언제나 비누가 생각난다.
비누가 목소리를 내면 예쁜 목소리를 나올것 같다.
박학기의 비타민
https://youtu.be/pieUSBwOVGc?si=Rxlcj37e9-0ps4SJ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