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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un 14. 2024

미라클 비누

힐링요정 비누


2017년 여름..

상실감, 공허함, 무서움과 두려움, 고독감,

삶의 어떤 것에도 의미가 없었다.

나는 그저 세상의 끈을 놓고만 싶었다.

조그만 자극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이 세상에서 산 같고 바다 같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건 청천벽력과 같았다.

오십 살에도 철없는 다섯 살 어린애처럼 그랬다.

변함없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나의 우울은 누구라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족들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나는 늘 같은 자리에 말없이 혼자 앉아있었다.


비누는 내 발옆에 가만히 엎드려있었다.

놀아달라고 보채지도 않았다.

말없이 조용히 한결 같이 내 발옆에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내 발옆에 붙어있는 따뜻한 비누가 인지되었다.

“비누야,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있어?”

비누가 얼굴을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비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나 때문이구나.. 내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야?..’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던 나를 산책길로 나서게 했다.


비누와 산책길로 나서니

외롭지 않았다.

무섭지도 않았다.

세상을 더 살아야겠다고 생각되었다.

일곱 살의 비누는 다섯 살 같이 구는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어른 같던 일곱 살의 비누가 열네 살이 되었다.


작은 너는 어쩜 그렇게 큰 마음으로 나를 안아준 거니?
너는 나의 힐링요정인 거니?
비누야, 난 언제까지나 네가 필요해. 알지?

그런데..
너무 최선을 다해 애쓰지는 마.
난  네가 걱정하느라 힘든 건 싫어
다섯 살짜리 엄마도 이젠 제법 단단해지고 있어

이젠
내가 네 곁에 있어줄게
한결같이


상실이란 감정은 참 지독하고, 빠져나올 빈틈이 전혀 없어 보였다.

비누는 조용하지만 한결같은 믿음을 주었고, 상실 늪 속으로부터 걸어 나올 수 있는 커다란 문을 내게 만들어 주었다.

위로라는 건 생색이 나지 않아도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다음에 다가올 이별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비누가 가르쳐 주었으니까..


하지만 안다고 잘할 수 있을지는......




2024년 여름..

더운 날 비누와 집에서 놀기

비누야, 새 손수건 이지만 네가 맘에 든다면 줄께
올~ 잘 어울리는데!
“이제 다 찍었어요? 히유, 엄마랑 놀아주기 힘들다”


너는 나의 사랑

너는 나의 요정

온 세상 눈부신 향기를 뿌리고

너는 나의 노래

너는 나의 햇살

넌 나의 비타민

날 깨어나게 해


박학기의 비타민을 들으면 언제나 비누가 생각난다.

비누가 목소리를 내면 예쁜 목소리를 나올것 같다.


박학기의 비타민

https://youtu.be/pieUSBwOVGc?si=Rxlcj37e9-0ps4SJ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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