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려 키우게 된 복어꽃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을 사 왔다.
꽃시장을 가고, 항아리집을 거의 매일 다니면서 가끔 뜬금없는 곳에서 식물을 산다.
프라이팬을 사려고 간 동네의 모던하우스는 문 열면 바로 식물 매대가 있다.
“덫이다! “
‘오늘도 무사히 지나치기를..‘
갈 때마다 속으로 되뇐다.
반짝반짝 빛나는 잎을 홀린 듯 들여다보다가 아주 빠른 속도로 맘에 드는 아담한 화분을 고르고, 냉큼 카트에 넣었다.
후라이팬은 아직 얼굴도 못 봤는데
‘오늘의 기도 실패. 또 화분을 샀다고 뭐라 하겠다 ‘
잎을 보면 다육인가 싶기도 하고, 도톰하고 동글한 잎이 귀여웠다. 눈길이 고정되어 머물더니 발이 땅에 붙은 듯 멈추게 만들었다. 초면인데 다행히도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그 이름은 네마탄투스
한 달쯤 지났을까?
꽈리처럼 빨간 풍선 같은 것이 달리더니 꽃잎이 열리면서 빨간 물고기가 튀어나왔다.
꽃모양 때문에 복어꽃 이라고도 한다.
“윽! 예쁜 것 같기도 신기하기도 한데 뭔가 좀..... 에이리언 같기도 하고 난해하군 “
보는 사람마다 꽃이 예쁘다고 하지 않고 다들 “신기하다”라고만 했다.
예쁘다고 안 해서 그런지 다시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아담했던 네마탄투스의 줄기가 무럭무럭 키가 길게 잘 자라니 시도 때도 없이 잘라주었고, 어쩌면 꽃 피울 사이가 없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낯선 나무를 키가 낮은 나무로 키울 생각에 자꾸 잘라주다 보니 너무 짧게 잘라주었는지 줄기가 통째로 말라가더니 본체가 잎도 별로 없는 가느다란 두 줄기가 되었다.
낯선 식물들은 내 손에서 언제나 위기의 시대를 지나게 된다.
누군 살아남고, 누군 죽는다.
알지도 못하면서 덥석덥석 왜 낯선 식물을 데려오는지..
신통하게도 본체는 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비로소 4년만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잘린 줄기를 바로 흙에 꽂아도 삽목이 잘된다니 여러 번을 흙에 바로 꽂아보았는데 모두 죽었다.
긴 줄기 하나를 잘라 물꽂이를 해두었다. 하얀 뿌리가 풍성하게 잘 나왔다. 한참을 물꽂이로 키운 후 흙에 심어주니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네마탄투스의 화분이 본체와 줄기로 키워낸 두 개가 되었다.
다신 꽃을 피우지 않지만 초록의 반짝이고 통통한 잎을 보고 있으면 귀여워서 항상 나의 시선을 끈다.
수시로 책상 위의 화분들을 하나씩 차례로 살펴보는데 언제나 네마탄투스를 바라볼 때 머무는 시간이 조금 더 길게 느껴진다.
네마탄투스는 묘한 마력이 있다.
참 많이 애정하는데 꽃이 예쁘다고 말을 안 해준 것이 마음에 걸린다.
네마탄투스야, 어때?
올해도 꽃 필 생각이 없니?
식물에 대하여..
< 네마탄투스 >
꽃이 물고기의 모양을 닮아 복어꽃 나무라고도 부른다.
꽃말은 설렘
<네마탄투스 키우기 >
원산지 : 브라질
생육환경 : 10도 정도의 환경에서 잘 자란다.
흙 : 배수가 잘되는 흙을 사용한다.
물 주기 : 물을 흠뻑 주고, 흙이 거의 마른 상태일 때 주어도 된다.
꽃 : 주로 겨울에 꽃을 피운다. 생육환경이 잘 맞으면 1년 내내 꽃이 핀다.
난이도 : 쉬움. 무심하게 키운다면 쉬운 편이다.
< 나의 실수 경험담 >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 두어 잎은 작고 줄기는 길게 웃자랐다.
길다고 줄기를 너무 짧게 아래 남은 잎이 거의 없이 잘라주니 그 줄기가 말라죽었다. 줄기를 자를 땐 잎을 최소 4장은 남겨야 한다.
삽목을 할 때는 물꽂이를 하여 뿌리를 충분히 자라게 한 후 흙에 옮겨심으면 안전하다.
* 식물 키우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
식물을 키우는 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건조함과 통풍의 수준에 따라 물 주기와 화분과 흙배합이 달라진다.
키우기에 대한 부분을 짧게 쓰는 이유다.
같은 식물이어도 남이 키우는 방식은 별로 의미가 없다.
* 모든 식물에게 적용되는 주의 할 점 *
1. 물을 준 후 받침에 고인 물은 반드시 버릴 것!
2. 공기를 순환시켜 줄 것!
3. 내 식물의 생육환경을 확인한다.
모든 꽃이 예뻐야 하는 건 아니다.
꽃을 피웠다는 것!
그 노력과 애씀이 아름답다.
꽃은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
완료된 연재북 <비누를 쓰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oodgirlbin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