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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ul 28. 2024

네마탄투스

덫에 걸려 키우게 된 복어꽃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을 사 왔다.

꽃시장을 가고, 항아리집을 거의 매일 다니면서 가끔 뜬금없는 곳에서 식물을 산다.

프라이팬을 사려고 간 동네의 모던하우스는 문 열면 바로 식물 매대가 있다.


“덫이다! “

‘오늘도 무사히 지나치기를..‘

갈 때마다 속으로 되뇐다.

반짝반짝 빛나는 잎을 홀린 듯 들여다보다가 아주 빠른 속도로 맘에 드는 아담한 화분을 고르고, 냉큼 카트에 넣었다.

후라이팬은 아직 얼굴도 못 봤는데

‘오늘의 기도 실패. 또 화분을 샀다고 뭐라 하겠다 ‘


처음 온 날! (2020년 11월)
꽃 피운 사진이 딱 두장. 12월부터 4월까지 꽃을 피웠다.


잎을 보면 다육인가 싶기도 하고, 도톰하고 동글한 잎이 귀여웠다. 눈길이 고정되어 머물더니 발이 땅에 붙은 듯 멈추게 만들었다. 초면인데 다행히도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그 이름은 네마탄투스


한 달쯤 지났을까?

꽈리처럼 빨간 풍선 같은 것이 달리더니 꽃잎이 열리면서 빨간 물고기가 튀어나왔다.

꽃모양 때문에 복어꽃 이라고도 한다.

“윽! 예쁜 것 같기도 신기하기도 한데 뭔가 좀..... 에이리언 같기도 하고 난해하군 “

보는 사람마다 꽃이 예쁘다고 하지 않고 다들 “신기하다”라고만 했다.

예쁘다고 안 해서 그런지 다시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아담했던 네마탄투스의 줄기가 무럭무럭 키가 길게 잘 자라니 시도 때도 없이 잘라주었고, 어쩌면 꽃 피울 사이가 없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낯선 나무를 키가 낮은 나무로 키울 생각에  자꾸 잘라주다 보니 너무 짧게 잘라주었는지 줄기가 통째로 말라가더니 본체가 잎도 별로 없는 가느다란 두 줄기가 되었다.


낯선 식물들은 내 손에서 언제나 위기의 시대를 지나게 된다.

누군 살아남고, 누군 죽는다.

알지도 못하면서 덥석덥석 왜 낯선 식물을 데려오는지..


신통하게도 본체는 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비로소 4년만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잘린 줄기를 바로 흙에 꽂아도 삽목이 잘된다니 여러 번을 흙에 바로 꽂아보았는데 모두 죽었다.

긴 줄기 하나를 잘라 물꽂이를 해두었다. 하얀 뿌리가 풍성하게 잘 나왔다. 한참을 물꽂이로 키운 후 흙에 심어주니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네마탄투스의 화분이 본체와 줄기로 키워낸 두 개가 되었다.


다신 꽃을 피우지 않지만 초록의 반짝이고 통통한 잎을 보고 있으면 귀여워서 항상 나의 시선을 끈다.

수시로 책상 위의 화분들을 하나씩 차례로 살펴보는데 언제나 네마탄투스를 바라볼 때 머무는 시간이 조금 더 길게 느껴진다.

네마탄투스는 묘한 마력이 있다.


참 많이 애정하는데 꽃이 예쁘다고 말을 안 해준 것이 마음에 걸린다.


네마탄투스야, 어때?
올해도 꽃 필 생각이 없니?

무식하면 용감하다. 썽둥잘라 흙에 꽂았더니 사망! 본체는 네줄기였던것이 두줄기가 남았다.
삽목 실패로 겁이 나서 그냥 두니 길게길게 자랐다.
길어져 추억에도 걸치고, 박완서님의 부엌에도 걸친다
줄기를 물꽂이하여 뿌리가 충분히 나온뒤 흙에 심어줬다
구사일생 본체(좌) 줄기에서 자란 네마탄투스(우)


식물에 대하여..


< 네마탄투스 >

꽃이 물고기의 모양을 닮아 복어꽃 나무라고도 부른다.

꽃말은 설렘


<네마탄투스 키우기 >

원산지 : 브라질

생육환경 : 10도 정도의 환경에서 잘 자란다.

흙 : 배수가 잘되는 흙을 사용한다.

물 주기 : 물을 흠뻑 주고, 흙이 거의 마른 상태일 때 주어도 된다.

꽃 : 주로 겨울에 꽃을 피운다. 생육환경이 잘 맞으면 1년 내내 꽃이 핀다.

난이도 : 쉬움. 무심하게 키운다면 쉬운 편이다.

 

< 나의 실수 경험담 >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 두어 잎은 작고 줄기는 길게 웃자랐다.

길다고 줄기를 너무 짧게 아래 남은 잎이 거의 없이 잘라주니 그 줄기가 말라죽었다. 줄기를 자를 땐 잎을 최소 4장은 남겨야 한다.

삽목을 할 때는 물꽂이를 하여 뿌리를 충분히 자라게 한 후 흙에 옮겨심으면 안전하다.


* 식물 키우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  

식물을 키우는 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건조함과 통풍의 수준에 따라 물 주기와 화분과 흙배합이 달라진다.

키우기에 대한 부분을 짧게 쓰는 이유다.

같은 식물이어도 남이 키우는 방식은 별로 의미가 없다.


* 모든 식물에게 적용되는 주의 할 점 *

1. 물을 준 후 받침에 고인 물은 반드시 버릴 것!  

2. 공기를 순환시켜 줄 것!

3. 내 식물의 생육환경을 확인한다.



모든 꽃이 예뻐야 하는 건 아니다.

꽃을 피웠다는 것!
그 노력과 애씀이 아름답다.
꽃은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

예쁘게 튼튼하게 자신있게~~
2024 현재  진행중~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





완료된 연재북 <비누를 쓰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oodgirlbin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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