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벨리아와 비덴스
내년 봄엔 파란 로벨리아와 노란 비덴스를 사야지!
작년의 다짐이었다.
매년 나는 식물욕심을 다짐하고 계획한다. 계획이라기보단 소망이다.
꽃시장을 가야지 하고 있던 차에 이만저만 하여 날짜가 계속 미뤄졌고,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천상 내년에 사야 하려나 보다..’
비누와 산책을 하며 참새 방앗간처럼 들리는 항아리집엔 봄이 되면 꽃화분과 모종들이 들어와 언제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곧 여름이 될 것 같던 어느 날
전날에 없었던 눈에 띄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멀리서부터 보이니 발걸음이 빨라졌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점점 가까워지니 확실히 로벨리아와 비덴스다.
아주머니는 귀여운 데이지도 권하셨지만 나는 올해 소망의 식물 두 개를 신중하게 골랐다.
“비누야, 이거 예쁘다. 그렇지?”
산책길에 항아리집에 들러 뭔가를 사 오는 일을 비누도 즐긴다.
빨리 가자고 보채는 법도 없고, 꽃구경과 주인내외분을 좋아하여 어느 땐 비누가 더 머물고 싶어 하기도 한다.
아쉽게 내년 계획이 될뻔했던 로벨리아와 비덴스는 드디어 우리 집 책상 위 식물들과 한솥밥 먹는 식구가 되었다.
집에 온 낯선 식물은 쨍한 청보라와 샛노랑꽃을 피우며 잘 자랐다.
로벨리아는 꽃을 피우면 또 꽃대의 키가 커지며 꽃을 피웠다. 계속 위로 키를 키우며 피고 또 폈다.
비덴스는 피긴 하지만 꽃대가 가늘고 길게 위로 솟으며 꽃의 수도 크기도 점점 작아지더니 나중엔 꽃봉오리가 생겼는데 피지 못하고 시들었다.
그저 쑥쑥 자라는 잡초처럼 우거져갔다.
잘 자란다고 판단하니 나의 겁 없는 모험은 또 시작된다.
가지를 썽둥썽둥 잘라내고, 흙에 가까운 잎들을 통풍이 되게 하려는 생각으로 훵~하게 뜯어냈다.
이후 한참이 지나도 처음 같은 꽃이 피지 않았고, 로벨리아의 잎이 자꾸만 뒤로 돌돌 말렸다.
잎을 뒤집어 보니 살상가상으로 진딧물이 잔뜩 붙어있었다.
물 샤워-진딧물 약 주기-말리기를 반복하여 진딧물이 소탕되었다.
곧 위기의 계절인데 기대만큼의 결과가 안 보여 조바심 생기니 또 손을 대고 싶어 진다.
두 화분을 엎어 흙을 털어내고, 새흙으로 다시 심어주었는데 식물들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장마철로 들어섰다.
역시 식물의 고수가 아닌 나는 특히 여름엔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행스럽게 진딧물을 소탕한 로벨리아는 장마 중에도 가느다란 줄기가 빳빳해지며 힘이 생기고 자리를 잘 잡았다.
노란 꽃 비덴스는 시름시름하며 뿌리가 자리잡지 못하더니 모든 잎이 시들어 떨어지고 줄기가 물렁물렁 물러버렸다.
그렇게 비덴스를 보냈다. ‘미안..’
식물을 살릴 수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언제나 마음이 좋지 않다.
화분 비우기를 하루 밀고, 이틀을 미루다가 결국 뿌리파리가 생겨나며 옆의 식물까지 위협을 받고서야 화분 비우기를 한다.
화분을 비울 때의 마음은 묵직하게 쏟아진 질척한 흙의 무게와 같다.
그래도!
로벨리아가 살아남아 꽃대를 올리고 있다.
두 개를 사면 꼭 하나가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하나는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드디어 장마가 끝났으니 무더위란 위기가 또 찾아오겠지만 장마철을 견딘 나의 식물들은 그 고비를 잘 넘기리라 믿는다.
식물들의 위기의 계절인 여름이 지나간다.
다음 주에 입추 절기가 들어있으니 나의 식물들이 무사히 씩씩하게 잘 버터 주리라 믿는다.
삭소롬, 앵초, 패튜니아, 아메리칸 블루, 여우꼬리, 다이아몬드 프로스트, 레위시아, 슈퍼벨, 사랑초 등등 키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내년엔 누가 새 식구가 오려나?
식물에 대하여..
< 로벨리아 >
로벨리아는 나비처럼 생긴 예쁜 모양만큼 좋은 꽃말을 많이 갖고 있다.
마음의 평화, 행복과 번영, 사랑, 우정, 깊은 사랑, 열정..
꽃말을 특별히 기억할 필요도 없이 모든 좋은 의미를 부여한 식물이다.
생육환경 : 섭씨 10도~15도 정도가 활발한 성장 온도이다. 높은 온도나 추위는 견디지 못하므로 노지월동이 불가능하다. 실내에선 다년생으로 키울 수 있다.
꽃 : 생육환경이 잘 맞으면 실내에선 봄, 여름, 가을에 계속 꽃을 피운다.
물 주기 : 물을 좋아하니 겉흙이 마르면 흠뻑 물을 주어야 한다.
흙 : 배수가 좋은 흙을 사용
햇빛 : 직사광선이 아닌 간접으로 해가 드는 곳에 위치하면 좋다. 햇빛의 양에 따라 꽃의 양과 색이 달라진다.
병충해 : 진딧물이 생기기 쉬우므로 수시로 샤워시키듯 물을 주고, 통풍에 신경 써야 한다.
< 나의 경험담 >
적당히 해가 드는 곳에 두고 충분히 물을 주니 무난하게 잘 살아주었다.
가지치기를 할 때는 줄기의 1/2 정도 남기고 잘라야 안전하다.
* 잎이 도르르 말린다 싶으면 뒤집어서 진딧물이 생겼는지 확인해야 한다*
진딧물이 생겼다면 다른 식물과 분리하고, 보이는 즉시 잡아야 하고 너무 많이 생겼으면 약을 주어 확실히 없애야 한다.
평소에 통풍과 수시로 분무기나 샤워기로 물을 주면 예방할 수 있다.
둘 중 살아남은걸 보니 로벨리아는 키우기 쉬운 식물이다.
< 비덴스 >
국화과여서 봄에 피는 국화라고도 한다.
노랑 비덴스의 꽃말은 황금의 여신으로 재물복을 가져온다고 한다.
소박해 보이는 예쁜 꽃에 세속적인 욕심의 뜻이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살아남지 못했군”
생육환경 : 따뜻하고 습한 지역. 섭씨 5도 이하에서 살지 못하므로 노지월동이 불가능하다.
원산지 : 하와이, 멕시코, 폴리네시아
흙 : 배수가 좋은 흙
햇빛 : 최소 6시간의 직사광선이 필요하다. 햇빛이 부족하면 꽃이 피지 못하고 봉오리가 시든다.
물 주기 : 물을 좋아하므로 겉흙이 마르거나 잎이 쳐지면 물을 흠뻑 준다.
<나의 경험담 >
우리 집에 온 비덴스는 반 그늘에 두었고, 꽃대를 점점 길게 뻗고 작은 꽃을 피우다 꽃 피우기를 멈췄다.
절대적인 햇빛 부족이 비덴스를 죽게 만든 원인이다.
노랗고 예쁜 비덴스를 내년에 다시 키워볼까 싶지만 직사광선을 많이 보여줄 수가 없으니 단념한다.
우리 집이 아닌 어딘가에 피어있는 비덴스를 응원한다.
“행복하게 행복을 전하며 잘 자라거라~”
* 새로 시작하는 한주가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