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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Dec 18. 2024

방구석에서 운동을 한다. 1.

운동이란 죽음에서 뛰쳐나오는 것.


“아이! 정말 운동하기 싫다.”

그래도 주섬주섬 후줄근한 낡은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어제까지 연속으로 했는데 오늘 안 하면 아깝지. “

최근 다시 시작한 운동의 목표는 다이어트나 건강해지기가 아닌 매일 운동하기이다.

요즘 운동이라는 버릇을 만들고 있다.

운동하러 어딘가를 가려고 문밖을 나가면 미안해지는 외모가 신경이 쓰인다.

세수를 하고 하다못해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예쁜 운동복도 사야 한다. 그럼 하기 싫어진다.

요즘은 유투버 운동 선생님들도 많아 무척 도움이 된다. 트레이너 선생님도 맘껏 고를 수 있다.

나는 방구석에서 매일 운동을 한다.




”난 죽을 거야! “

엄마가 돌아가신 것은 상상을 넘어서는 충격이었다.

그로 인한 무기력하고 무질서한 생활과 불면을 이기기 위한 음주는 결국 염려될 정도의 몸 상태가 되었다.

주변에선 정신과를 추천했지만 병원도 가지 않고 두문불출. 그러기를 2년..

밤이면 소원을 빌고, 까무러치듯 두 시간쯤을 잤다.

‘내일 아침엔 눈이 떠지지 않기를..’

그럼에도 일기인지 유서인지 모를 글을 매일 쓰는 것은 실낱같은 숨을 쉬는 바늘구멍 같은 것이었다.

일기장 속의 글은 슬픔, 괴로움, 원망과 자책, 죽음, 사모곡을 넘나들었다.

그 외엔 자식도 남편도 무엇도 아무것도 없었다. 나 자신도..


그런데 못살겠다면서도 죽기는 싫었던가?

어느 날 갑자기 체중계에 올라섰다. 키가 180센티가 넘는 남편과 20센티나 작은 나의 몸무게가 10킬로도 차이가 안 났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낯선 얼굴의 사람이 있었다.

천근만근의 무거운 몸땡이를 일으켜 빨래 걸이였던 워킹머신 위를 1단으로 걷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채 5분을 걸을 수가 없었다.

“앉아서 하는 실내 자전거는 좀 나을까?”

그러나 역시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자전거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다.

그 하루 만에 몸살이 나 며칠을 앓아누워 생각한다.

“너 진짜 죽을 거야? “

“그건 아닌가 봐....”


몸을 추스르고, 내 곁을 지키던 비누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작은 비누를 따라 걷는데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6개월 정도가 지나니 비누와 꽤 멀리까지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숨이 쉬어졌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 보자. “

워킹머신에 올라 빠르게 10분을 걸었다. 잠시 쉬고 자전거도 낮은 단으로 10분을 탈 수 있었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다음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일주일을 넘기고, 한 달을 넘기고, 두 달을 넘겼다.

저녁 운동에 지쳐 잠이 들면 죽음에 대한 소원 빌기를 며칠씩 잊었다.


술을 끊고, 이른 저녁으로 양배추를 먹었다.

별거 아닌 매일 운동을 육 개월을 넘기니 몸무게의 변화가 생겼다.

원래 엄청난 무게는 빠지는 속도가 빨라 눈에 보이는 쾌감이 있다. 그리고 슬그머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디 한번 살아보자!”


운동 시간은 가족들의 저녁을 차려주고 나면 바로 시작된다. 운동 후엔 배고픔을 잊을 수 있었다.

혼자 방구석에서 가능한 모든 운동을 매일 저녁 1시간 30분 동안 했다.

식습관도 조금 바꾸어 하루에 두 끼를 정상식사로 하고, 저녁 운동 후 아몬드 한 줌을 간식으로 먹었다.

어느 정도 빠진 몸무게는 정체기에 이르러 체중계는 스트레스가 되어 포기하고 싶었다. 다시 체중계를 치워버렸다.


중요한 것은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았지만 드물게 피할 수 없는 저녁약속이 생겼다.

그러면 하루 두 끼 중 점심을 거르고 운동을 하고 약속에 참석해 저녁을 먹었으므로 나의 살기 위한 노력인 운동을 하는 일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혹시 어디 아파? 갑자기 살이 너무 빠졌는데..”

그날 돌아와 먼지가 수북한 체중계에 올라섰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출산 이후 처음 보는 숫자를 보았다.

2년에 걸친 방구석 운동의 효과는 건강검진이 아닌 갑자기 멈춘 엘리베이터 덕분에 검증을 할 수 있었다.

고민하다가 한층 한층 오르기 시작했고, 점점 빠른 속도로 17층을 단숨에 걸어오를수 있었다.


17층을 오르고서 나는 다시 살고 싶어 졌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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