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인형의 하루 시작
희뿌연 안갯속 작고 빨간 불빛을 지켜본다.
움직이는 건가?
멈춘 건가?
다른 빨간 불빛이 작은 불빛을 앞지른다.
작은 불빛이 조금 이동했다.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많은 불빛들이 앞지른다. 분명 저기는 6차선 도로다.
괜찮은 건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힘을 내!”
나도 빨간 불빛처럼 미동이 없이 지켜본다.
오랜 시간을 걸려 드디어 안갯속에 나타난 집의 입구로 들어선다.
여전히 자욱한 안개로 보이지 않지만 짐작되는 위치다.
“정말 다행이다!”
집 앞엔 오랜 세월의 번호로 불리던 이름을 갖은 작은 도로와 그 너머엔 작은 도로를 대신한 같은 번호이름을 갖은 큰 도로가 있다.
6차선 도로의 그 너머에 있는 밭을 지나면 산이 시작된다. 그리고 안개폭포가 쏟아지던 산자락에 지은 아파트가 있다.
우리 집 산 전망의 반을 빼앗은 아파트를 낮에 보면 원망이 된다.
그러나 밤이면 칠흑 같은 암흑이 되던 것이 아무리 깊어진 밤 시간에도 누군가 깨어 있어 위로가 되는 집이다.
안개 폭포는 산과 함께 아파트를 집어삼키고 흘러내린다.
새벽녘 안개가 얼마나 두터운지 산도 집도 도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가시거리가 1미터는 될까 싶다.
집 앞을 지나는 아이가 탔을 버스를 눈으로 좇기 위해 내다 보다가 발견한 작은 빨간 백 라이트 불빛을 걱정한다.
“새벽안개 헤치고 달려가는 첫 차에 몸을 싣고 꿈을 싣고~~”
불빛이 집에 도착하니 안도한 마음은 갑자기 끝이 생각나지 않는 방실이의 노래를 부른다.
곧이어 “아파트 아파트..” 요즘 노래도 생각난다.
이 선곡은 무슨 전개인지....
저 안갯속에 내 아이가 들어 있고, 누군가도 들어 있다.
모두 빨간 불빛을 반짝거리며 길을 찾아가기를 바라자. 조금 느려도 괜찮아.
하루의 첫 일정을 걱정으로 시작하니 오늘도 걱정인형은 바쁘겠구나.
“넌 돌아서면 될 것을 왜 지켜보는 거냐? “
“그러게.. 아, 그렇지! 나는 걱정인형이잖아. 임무를 다하는 거지 “
안갯속 새벽이 밝을 때까지 환하게 불을 켜둔다. 등대처럼.
내가 켜둔 불빛이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될 게다.
불을 켜두지 않은 채 걱정인형은 발만 동동 굴렀으니 그들에게 의지도 위로도 되지 못했다.
불을 켜두지 않은 무지를 원망한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바닷속과 골목의 아이들을 애도한다.
“제발 편히 쉬기를..”
2024년 10월 29일. 6시 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