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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Oct 14. 2024

밤 9시 37분

때론 즉흥.. 글


잎사귀 같은 한강의 깊은 아픔

그리고 마분지 같은 나의 얕은 아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인가? “

방송에도 나오기 전 첫 기사를 봤다.

급하게 올린듯한 기사는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짧은 글이었다.

“한강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대 “

“후보자가 아닐까? 후보자였어도 이렇게 조용하다고?”

“그러게. 내가 잘못 봤나?”

옆의 남편은 더 이상 감흥도 말도 없다.

어리둥절하다가 잠들고, 다음날 아침이 되니 세상이 온통 한강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무리 좋아도 책을 두 번을 읽는 것은 힘든 일이다.  

<채식주의자>를 한번 읽고, 바로 다시 한번 읽었었다.  어쩌면 두 번 다 그렇게 똑같이 고통이 느껴지는지 너무 힘들었다.

몇 년 전 한강의 시를 필사했는데

시도 아프다.  

“참... 아프다. 아파! “

시필사를 하던 우린 입을 모아 말했다.


아침이 되니 서점 사이트가 마비되고, 책은 품절 사태가 일어났다. 아뿔싸!

이번 달 나에게 주는 선물 중 “소년이 온다”를 넣었다가 다음 달로 미루며 뺐던 생각이 났다.

한강의 글은 소설과 시. 어떤 것을 읽어도 실제로 살을 에는 것 같은 처절한 아픔이 느껴진다.

더위에 지친 후라 너무 아픈 글을 읽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매일 잠들기 전 하릴없는 시간에 서점 사이트의 포인트 쌓기 이벤트에 참여한다.

“헉!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새롭게 바뀐 이벤트는 선착순인데 어느 시간에 들어가도 지금까지 포인트를 못 받아본 적이 없었다.

노벨상 수상 기념이라며 포인트를 두배로 적용해주고 있는데 사흘째 한 번도 받지 못했다.

포인트 따위 못 받아도 괜찮다.

아무렴 어떠리.. 암. 암. 당연히 그럴만하지.


따끈따끈한 작가의 온기가 들어있는 아픈 그 글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와 동시대 사람이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책을 못사는걸 보니 생시다.

내 책은.... 다음에 사면된다.

즐거운 비명이라기엔 출판, 판매 업계가 너무 힘들 것 같다. 전 서점직원 고생하는 걸 봐서 내 자식처럼 거기까지 걱정이 된다.

이 난리벅구 통에 나까지 가세해서 일을 보탤 필요는 없다.

나는 오래된 사진을 지우면서도 핸드폰 앨범 초반에 남아있는 내 손글씨로 적어둔 시를 읽으면 된다.


위대한 작가가 잔치를 거절한 마음을 어설프게 알 것 같다.  

잔치를 벌여도 잔치를 벌이지 않아도 대단히 의미 있음은 확실하다.

전 세계는 한강을 알게 될 것이고, 한강으로 말미암아 감출 수 없는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글에 대한 만인의 관심이 노벨에만 머물지 않기를..

지금 이 순간만 화려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내일 아침엔 서둘러 꼭 포인트를 받으리라 다짐한다!

두 배의 포인트를 못 받는 건 안 괜찮다.  

너무 아깝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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