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Jul 01. 2024

흰꽃기린

항아리 집의 물물교환


여름날의 남향집은 집안으로 해가 들지 않아 사람이 살기엔 좋지만 집안의 식물들에겐 해를 볼 수 없는 암흑기다.

그 해 여름의 나는 우리 집의 모든 식물에게 햇빛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늘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봄과 여름, 집근처 항아리집에선 꽃과 식물들을 판다. 비누와 산책할 때 항아리집을 들러 꽃을 구경하는 코스를 좋아한다.

일시적으로 식물을 팔지만 주인 내외분과 짧은 대화를 나누다보면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대해 알게된다.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임이 분명하다.

그날은 아주머니가 세련된 쵸코색으로 코팅된 난간 거치대를 내놓으셨다.

앞뒤 잴 것도 없이 덜컥 사서 한 손엔 비누의 리드줄과 한 손엔 묵직한 거치대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어차피 밖에 내놓을 건데 닦고 또 닦았다.

‘신난다. 내일부터 저기에 화분들을 내놔야지~’


다음날 아침,

“이 거치대 좀 난간에 걸어줘”

“뭐 이 높이에 저걸 건다고? 위험한 거 아니야? 무슨 생각으로 사 왔어? “

“앗! “

나는 정말 식물에게 해를 보여주는 것 그 외의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관리실에 문의를 하니 아파트 1층 외의 층에 난간에 화분 거치대를 거는 것은 당연히 안된다고 했다.

3만 원이나 줬는데 버리기도 아깝고, 중고거래는 하지 않으니 어쩐다.


다음날 비누를 앞세워 귀여움을 어필하며 항아리집을 들렀다.

“저.. 어제 산 거치대... 깨끗이 닦기만 했는데 꽃으로 바꿔도 돼요?”

“가져오셔어. 환불해도 되여어~“

“아뇨. 꽃으로 바꿔갈게요. 좀 있다가 가져올게요”

“천천히 와도 되여어~“  (항아리집 아저씨는 말 끝에 운율이 있다)

환불하겠단 말을 못 하고 꽃과 바꾸겠다고 했다.

비누를 집에 데려다 놓고, 거치대를 가지고 항아리 집으로 가는데 손도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모른다.


반짝거리게 닦은 거치대를 있던 자리에 내려두고, 꽃을 고르기 시작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어 꽃의 종류가 많지 않아 식물을 3만 원어치 고르는 건 아주 어려웠다.

‘무얼 사야 하나? 환불한다고 할걸 그랬나?’


그때 눈에 들어온 흰꽃기린..

40년 전쯤 엄마가 흰꽃기린을 사 오던 날

“흰꽃기린이야. 빨간건 흔한데 흰꽃은 본적 없지? 이건 엄청 귀한거야“

하며 좋아하셨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그땐 흰꽃기린을 흔히 볼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에게 흰꽃기린은 엄청 귀한 꽃의 대명사가 되었다.


흰꽃기린은 크기가 너무 크지않고, 아담해서 마음에 들었다.

항아리집인 만큼 특이한 토기 화분도 많아서 알맞은 화분을 골라 옮겨 심었다.

흰꽃기린은 한층 더 돋보이고, 고운 태가 났다.


그리고 분홍과 하얀 일일초, 분갈이에 필요한 몇 가지 재료들을 맞바꾸었다.

(일일초 구경은 다음 주를 기약~)

도기화분과 흙의 무게까지 분명히 거치대보다 더 무거워졌는데 동실동실 구름 위를 걷듯 가벼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거치대 문제를 해결해서 였을까?

꽃기린을 사서 였을까?


처음 온 날
꽃도 잎도 다 떨어지다가 살아나더니 아기 꽃기린이 나왔다.

꽃이 피어있던 흰꽃기린은 피었던 꽃이 지고 나니 꽃이 피지 않았다. 또 전전긍긍..  

꽃이 다 떨어지고, 잎은 끈끈이처럼 끈적거리더니 잎도 노랗게 되며 떨구기 시작했다.

“어쩌지? ”

꽃이 없으니 물샤워를 시키고, 창가의 바람결에 말리기를 반복했다.

신기하게도 잎의 끈적임이 없어졌다.

2주쯤 지나니 다시 꽃대가 올라왔다. 꽃이 지고 나면 또 피고 또 피고 계속 꽃을 피웠다.        


보통 식물은 생육 환경이 안 맞거나 영양이 부족하면 꽃 피우는 것을 멈춘다.   

아무래도 아저씨가 좋은 흙에 잘 심어주신 것 같고, 우리 집 환경에 적응이 잘 된 모양이다.   

아, 위기의 꽃기린은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뿌리로부터 작은 새순을 만들어냈다.

어느 정도 자라길 기다린 후 조심스럽게 파내어 물꽂이로 뿌리를 키웠다.

비슷한 시기에 실수로 부러뜨린 새로 자라던 줄기도 뿌리를 내려 흙에 심어주었다.

이렇게 두 개의 아기 꽃기린이 더 생겼다.


살아난 귀한 꽃인 흰꽃기린은 1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쉬지 않고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 집이 맘에 드는가 보구나. 너”


너무 작은 아기 꽃기린을 병뚜껑에서 뿌리를 내려 올봄 작은컵에 심어주었다.
여전히 꽃을 피우고, 가족이 생긴 현재의 모습.



 

식물에 대하여..


< 꽃기린 >

꽃기린은 길게 올라온 꽃대 위에 꽃이 피는 모습이 목이 긴 기린을 닮았다고 하여 꽃기린이라고 부른다.

억센 가시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엔 가시가 없는 개량종도 있다.

꽃이라고 부르는 흰색과 빨강의 꽃잎은 사실 꽃이 아니고, 포엽이라고 부르는 꽃받침이다.포엽 안에 꽃술처럼 들어있는 노란 부분이 꽃이다.

꽃말 :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

생육환경 : 반양지가 적합하며 건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이 좋다.

키우기 난이도 : 처음 집의 환경과 맞는 시기를 잘 지나고 나면 쉬운 편이다.

화분의 흙 : 물 빠짐이 좋은 흙을 사용한다.

물 주기 : 선인장과의 다육 식물이므로 물 주기는 아주 드물게 준다. 흙이 완전히 마른 후에 흠뻑 준다.

꽃 : 환경이 맞으면 사계절 꽃을 피운다.  빨강, 흰색, 분홍등 다양하다.

주의할 점 : 몸체의 가시가 억세니 찔림을 주의해야한다. 그리고 잎이 떨어지거나 줄기를 자를땐 흰색의 수액이 나오는데 독성이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 경험한 실수담 >

하엽 - 물을 많이 주어 과습 상태가 되어 잎이 노랗게 변하며 떨어졌다.

끈적임 - 벌레가 생길 시 끈적임이 발생한다. 초기에 벌레를 발견하기 전에 물샤워를 시켜 원인을 제거했다.


< 여름철 식물 키우기 팁 >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둔다.

통풍이 어렵다면 선풍기를 틀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좋다.

통풍은 건조와 해충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여름철 관리중 가장 중요하다.


물 주기를 게을리한다. 흙이 완전히 건조한 뒤 물을 흠뻑 준다.


해충이 생겼을 때

통풍 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잎에 물샤워를 자주 해주어 떨궈주도록 하면 초기 해충제거에 도움이 된다.


* 흙 건조를 확인하는 방법 *

(한두 번만 확인해 보면 감이 딱 온다)

흙을 살살 긁어 0.5~1Cm 정도 파보아도 건조한 흙이 나올 때.

또는 화분의 무게 차이로 확인한다. 물을 준후 화분의 무게에 비해 화분이 가벼워지면 잘 건조되었다는 뜻

* 예외 *

에어컨을 많이 켜는 건조한 환경에서 키우는 식물의 경우는 잎의 상태도 살피는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



월요일 연재
이전 13화 남천을 닮은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