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즉흥.. 글
나란 사람은 변함없는 지겨운 외모와 달리 작은 티끌 하나라도 다름을 찾고, 다른 것에 대한 흥미가 많다.
그러니 모든 현상과 일은 다르게 보이고 기시감을 느끼는 일이 없다.
기시감이란 어감도 서늘하고 이상한 단어가 와닿지 않았다.
언제쯤 그 단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긴장감 없는 토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통통 부은 눈으로 책을 펼친다.
빵 대신 이달의 선물이었던 <눈물 상자>를 꺼내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아침메뉴로 한다.
몇 장을 읽다가 멈추었다. 갑자기 내가 간밤에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 어젯밤 꿈을 꾸었지. 내가 꿈속에서 그것을 왜 골랐을까? 어떤 의미인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얇은 책은 동화인데도 쉽지 않다.
후반부에 이르렀고, 머리가 쭈뼛하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가끔, 자다가 깨어서 빰을 만져보면 젖어 있는 때가 있지만..... 왜 울었는지,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할 수 없어. 하지만 그때마다 내 그림자는 많은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지. “
아이의 가슴 가운데에 묵직한 게 느껴졌다. 눈앞이 뿌예져서 아저씨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눈물 상자> 중 p.65
작가가 말한다.
“ 때때로, 예기치 않은 순간에 우리를 구하러 오는 눈물에 감사한다.”
이 작은 책의 독서 후에 내용과 상관없는 것 같은 기시감이란 단어를 이해하게 된다.
책을 덮고 보니 잔속의 커피가 없다.
눈앞이 뿌예져 차가워진 남은 커피를 마저 따르고 창가로 가 초록을 들여다본다.
기시감 (旣視感)
명사.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
예문 : 나는 대본을 들여다볼 때마다 계속해서 어떤 묘한 기시감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안정효,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출처.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