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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Dec 07. 2022

종이의 물성을 가진 것을 향하는 마음 포셋 지혜 에디터

엽서도서관 포셋 인터뷰

|  INTERVIEW

                                           

                                                                          오브젝트 지혜 시니어 에디터 X the blank_ 편집팀


Q. 연희동이 주는 여유와 한가로운 분위기가 포셋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떻게 연희동에 위치하게 되었나요?

 포셋은 가까이에 우체국이 있고 오래된 건물에 자리하고 있어요. 창 너머로는 푸른 가로수들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고요. 연희동은 조용하고 정감 있는 동네라는 점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엽서 도서관'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포셋이 빠르게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한 동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했어요. 포셋을 알고 찾아와 주시는 분들을 비롯해, 동네 주민들도 편안히 머물다가는 장소가 되었으면 했죠.


Q. 큰 창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공간의 따스한 분위기를 이루는 것 같아요. 시시각각 바닥이며 벽, 엽서 진열대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강렬한 햇빛이 엽서의 상태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생각도 드는데요. 그럼에도 큰 창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포셋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려면 큰 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큰 창 너머로 자리하고 있는 가로수들과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도 포셋의 대표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고요.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도 고려하여 큰 창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선반과 가구를 모두 자체 제작했다고 들었어요. 도서관처럼 서가 사이사이를 거닐 수 있으면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제작하셨다고요. 인테리어,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소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듣고싶어요.

 선반을 비롯해 포셋 한 편에 자리한 기록 보관소 또한 포셋에서 자체 제작한 가구입니다. 기록 보관함 서비스는 포셋에서만 만나보실 수 있는 서비스로 보관함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오롯이 나를 위한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들을 고민했습니다. 기록 보관함은 계약자가 원하는 보관함의 번호를 고를 수 있고, 또 계약자만이 열어볼 수 있는 키를 드립니다. 키에 달려있는 번호 키링 또한 포셋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기록 보관함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보관함 계약서 또한 계약자가 원하는 보관함의 번호를 비롯해 계약일이 적히게 되며 한 사람을 위한 계약서가 만들어집니다.



Q. 3,200장의 엽서를 만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수많은 엽서들을 어떻게 배치하시나요? 방법이나 기준이 궁금해요. D01~ 과 같은 섹션 구분의 의미도요.

 포셋에 자리하고 있는 엽서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작가별로 분류하면서도 엽서의 쓰임이나 색상, 크기 등 시각적인 요소들을 염두에 두면서 배치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섹션마다 시선이 닿는 곳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을 중요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섹션 구분은 가장 직관적으로 공간 로케이션을 인식할 수 있게끔  A01부터 EO1 같은 로케이션 넘버를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Q. 엽서의 입고 기준이 따로 있나요? 구매자들을 만족시킬만한 포셋만의 엽서 선택 기준이 있는지 궁금해요.

 포셋의 엽서들은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들이 모여있습니다. 오브젝트 직원들의 추천과 오브젝트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창작자들의 엽서들을 시작으로 기존 창작자들의 소개로 연결된 창작자분들의 엽서들이 모여 함께 선반을 채우게 되었습니다. 오브젝트에 이어 포셋에서 관계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포셋은 기존에 오브젝트와 인연이 있는 창작자분들과 포셋을 통해 새롭게 인연이 만들어진 창작자분들의 엽서들까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Q. 판매율이 높았던 엽서 베스트3는 무엇이었나요? 어떤 작가 혹은 브랜드의 어떤 이미지가 들어간 엽서였는지 궁금해요.

 작가가 남긴 풍경들이 담겨 있는 예진문의 oth, - 동행 패키지, 페이퍼 참에 향이 담겨 있어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향기롭게 전할 수 있는 트롤스페이퍼 - GOOD LUCK CARD, 카드를 접어 생기는 괄호 공간에 첫 문장을 적고, 카드를 펼쳐 편지를 이어 적을 수 있는 analogue keeper (아날로그키퍼) - BRACKET CARD가 판매율이 높았던 엽서 베스트 3 이었습니다.



Q. 사실 가격대가 높지 않은 엽서라는 품목을 메인으로 판매하시 것이 매출 등 공간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많이 줄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별도의 ‘공간이용료’도 없는 상황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엽서를 선택해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이유나 배경이 있을까요?

 엽서는 오브젝트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카테고리 중 하나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엽서 한 장 정도는 꼭 사서 나가시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고, 그러한 경험들이 축적하여서 사람들이 작가의 작품을 가장 빠르고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매체가 엽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나 엽서라는 매체의 특성상 공간 대비 가격이 저렴해 마진율이 적기 때문에 매장 내에서 엽서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멋진 작가들의 작품은 많은데, 온라인상에서 한정적으로 소개되는 점이 아쉬웠고 프린트된 종이의 물성을 직접 만지고 눈으로 보면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배경이 될 것 같아요.

 포셋이 엽서를 선택해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종이'라는 매체에는 분명한 힘이 분명히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엽서라는 얇은 종이 한 장이 특정 공간과 시간을 기억하게 해주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해 주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남겨진 엽서에는 우리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이 담긴 소중한 기록물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레퍼런스가 없어 기획 단계에서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엽서도서관’이라는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공간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요.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처음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들도 없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길었죠. 포셋을 기획한 시점부터 오픈일까지 약 1년이 걸렸으니까요.

 엽서 도서관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3,200개의 엽서가 주인공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고 도서관처럼 조용한 공간에서 엽서라는 매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반 디자인과 소재 선택, 제작에 많은 신경을 쏟았습니다. 포셋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록 보관소' 의 보관함도 그렇고요.

 보여지기 위한 멋진 가구들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포셋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집기와 가구들의 형태를 고려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꼭 있어야 할 집기와 가구들로만 채워져 정갈하고 담백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Q. 아날로그 기록을 통해 고객이 느꼈으면 하는 점들이 있나요? 방문하시는 분들이 포셋에서 어떤 경험을 얻고, 어떤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지 이야기해주세요.

 포셋의 후기를 찾아보다 보면 공간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보입니다. 수많은 엽서들이 있지만 피로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도 그렇고요. 저희가 생각했던 엽서 도서관의 모습으로  함께 즐겨주시고,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참 감사한 일이에요.

 포셋에 들어오면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자신의 시간에 집중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을 보실 수 있어요. 선반 사이 사이를 거닐면서 엽서를 감상하는 분들, 1인용 책상에 앉아 엽서를 쓰는 분들, 기록 보관함에서 일기장이나 책을 꺼내어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보이고요.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포셋에 모였지만 서로가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친밀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소비되는 요즘, 포셋에서 머무는 시간만큼은 천천히 고심하여 엽서를 고르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어주었으면 합니다. 여러 번 방문해도 여전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Q. 보관함을 대여하는 ‘기록보관소’도 독특해요.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인가요? 실제로 이용하신 분들의 소감이나 사례(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포셋의 기록보관소는 이야기를 보관하고, 꺼내고, 쓰고 남기면서 기록들을 쌓아 나갈 수 있는 보관함을 대여해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나'의 소중한 순간들이 담긴 편지와 일기장, 사진, 소지품, 기록과 추억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기록을 담아 가는 교환일기를 쓰고 보관함을 통해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사랑과 미안함, 고마운 마음을 나누는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Q. 신생 공간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이렇게 많은 팔로워를 가진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왜 사람들이 포셋에 주목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기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포셋을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3,200여개의 다양한 창작자 분들의 엽서를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하고요.

포셋에서만큼은 나를 위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고르고 적는다는 행위 자체로서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Q. 인스타그램을 통해 포셋에 입점된 엽서들 혹은 작가/브랜드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전개하실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였어요. 혹시 공간에 방문해서 직접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온라인으로는 공개하지 않으시는 걸까요?

 엽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만든 데에는 엽서를 직접 보고 물성을 가까이서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방문하셔서 직접 마음에 드는 엽서를 고른다면 가장 좋겠지만, 방문이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포셋의 온라인 스토어도 준비중에 있습니다.



Q. 개관 기념 전시를 예진문의 oth와 함께 한 이후로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고 계시죠. 아마 제안을 많이 받고 계실 것 같아요. 협업할 전시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포셋은 전시가 돋보이기 보다는 ‘나’에게 집중하고 관계에 대해 돌아보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주기적으로 진행되지 않지만, 포셋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을 때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엽서'라는 매체를 통해 포셋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해주실 수 있는 분들과 함께 기획하며 공간을 꾸리고 있습니다.


Q. 다양한 공간들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새로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있지만, 포셋을 처음 만났을때, ‘우와 이런 공간도 만들 수 있네’ 감탄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이런 공간도 성공할 수 있구나, 하는 좋은 사례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포셋이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어디인가요? ‘포셋’이 그리는 미래가 궁금해요.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친구, 가족들의 연락처를 외우는 일은 줄어들고 선물은 만나서 전하기보다는 온라인 상으로 주고받는 것이 늘어났습니다. 포셋이라는 공간은 인스턴트처럼 소비되기 보다 오랜 시간 동안 느린 속도로 엽서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이어 현재는 부산에 포셋 2호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포셋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엽서를 한 장 띄워주세요.

 창 너머의 가로수가 붉게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시간의 물성을 간직한 엽서 한 장으로 나를 돌아보고, 관계를 바라보는 온전한 시간 보내셨으면 합니다. 또한 문장 속에 깃든 추억을 좇아 마음에 따스함이 스미는 한때를 만들어가시길 바라요. 늘 다정을 몸에 두르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른 엽서는 포셋을 방문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대문편지로 쓰이는 편지지입니다. 포셋에서 직접 만든 편지지이기도 합니다. 방문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메시지를 적어보았습니다.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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