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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Feb 20. 2022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벅차고 더 잔인하다

영화 「클로저」


“Where is this love?

I can hear some words,

but I can't do anything with your easy words.” 

사랑이 어디 있는데?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어! 들을 수도 없어!

물론 너의 쉽게 뱉는

그 ‘말‘로는 들리지만...


  클로저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 대사를 기억할 것이다. 댄의 사랑이 끝났단 신호를 계속 무시해오던 앨리스가 댄의 사랑한단 말에 참고 참았던 감정을 침대에서 터뜨리는 장면. 처절한 앨리스의 외침에 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감정은 꺼내 보여줄 수 없으니. 이 장면에서 나는 댄과 앨리스의 사랑이 끝난 것에 대한 슬픔보다 감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이 더 서러웠다.


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을까

기쁨, 슬픔, 우울, 분노, 사랑, 즐거움 모든 감정이 수치화된다면 우린 오해도 실망도 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벅차고 눈에 보이지 않아 더 잔인하다.


표현은 꾸며내기 쉽고 진실된 감정은 알아내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는 그 꾸며낸 표현에 쉽게 현혹된다.

왜일까? 표현을 꾸며내는 사람들이 완벽한 연기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우리는 상대의 표현을 멋대로 해석해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누군가 짝사랑할 때를 떠올려보자. 그 상대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비록 그 상대는 아무 의미가 없던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이로드롭과 같다. 그 의미 없는 행동 하나에 하늘 높이 붕 떠올랐다가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은 예고치 못한 순간 바닥 끝까지 추락한다. 기대에는 실망이 잇따른다.


  비단 이런 감정은 짝사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혹시나'하는 이 마음. 이 마음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1초 만에도 오갈 수 있다. 이는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행복이자 가장 큰 불행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마음에만 머무르지 않고 머리까지 타고 올라간다. 머릿속에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왜 우스갯소리로 그러지 않은가. 눈만 마주쳐도 아기 영어유치원까지 알아보는 상상을 한다고.

  상상은 자유다. 상상은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게 하고 용기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따금 상상은 우릴 잡아먹는다. 우리가 상상 안에만 머무르게 하고 상상과 다른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게도 한다. 상상은 상상일 뿐. 상상과 현실이 다른 것은 당연히 괜찮은 일이다.


  우리의 지극히 사심으로 한 오해, 혹시나 하는 마음, 무한한 상상 모두 당연하다. 애초에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그러니 우린 우리가 인간임을 탓하면 된다. 어쩔 수 없다. 탓할 상대가 필요한 것도 인간인 것을.


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벅차고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잔인하다.

물리적인 양으로 존재하지 않아

내 멋대로 상상해 더 기대하게 되고

상상한 만큼 더 실망하게 된다.

상상이 나를 잡아먹게 만든다.

  

“Hello stranger, Goodbye closer.”

안녕?  안녕...


  예전에는 Hello, stranger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Goodbye, closer에 더 집중하게 된다. 새로운 사람과 우연한 만남으로 가까운 사람이 되는 것, 너무 설레는 일이지 않은가. 설레는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도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헤어짐은 언젠간 찾아온다. 그 헤어짐을 아직은 감당하기 벅차다.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일.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시간이 흘러 감정이 잠잠해질 때까지 그저 오롯이 버텨내야만 하는 걸까.


  가까운 사람과 멀어지는 일은 괴롭다. 스스로를 수없이 의심하고 꾸짖게 되는 무한한 반복의 굴레를 거쳐 비로소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행복하고 좋은 기억이 가득하더라도 날 힘들게 하면 떠나야 한다. 그렇게까지 결심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도, 아주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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