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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Dec 31. 2024

127. 甲辰西曆除夕(갑진서력제석) / 2024년 그믐

漢詩習作(241231)

127. 甲辰西曆除夕(갑진서력제석) / 양력 2024년 그믐밤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靑龍氣運去何處

청룡기운거하처

○○●●●○●

청룡의 기운은 어디로 가고


一叟辛酸臘尾當

일수신산랍미당

●●○○●●◎

한 늙은이 신산하게 섣달 말을 맞는구나.


歲始經邦堅固岳

세시경방견고악

●●○○○●●

연시의 나라 경제는 큰 산처럼 굳세더니


年間政局僄流浪

연간정국표류랑

○○●●●○◎

연내도록 정국은 흐르는 물결처럼 가볍네.

伊時伴友望鄕里

이시반우망향리

○○●●○○●

이때는 벗과 더불어 고향 마을 바라는데


幾日孤身駐外方

기일고신주외방

●●○○●●◎

몇 날을 외로운 몸으로 외방에 머무르네.


若剪偕君長夜燭

약전해군장야촉

●●○○○●●

그대와 함께 긴 밤에 촛불 심 자를 수 있다면


雖皤皺面也無妨

수파추면야무방

○○●●●○◎

비록 흰머리 주름 얼굴도 거리낌 없다네.

푸른 용의 해라서 청운의 꿈이라도 이루어질까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맞은 갑진년(甲辰年)이 다하여 어두워지고 있다. 연말연시면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데, 늘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용어가 따라붙지만 그야말로 올해는 딱 맞는 말이다. 저물어가는 세밑에 별로 이룬 것 없이 또 한 해를 보내는 금삿갓의 소회(所懷)를 읊어 보았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와 외교 상황이 엄중해지는데, 국내 정치권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우니 힘없는 서생(書生)의 한숨이 끊이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이 극에 달했다. 과한 언사(言辭)로 전부 쓸어다가 동해 바다에 수장(水葬)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룡(龍)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율시이다. 압운(押韻)은 첫 구에는 운자가 없으며 ◎표시가 된 당(當), 랑(浪), 방(方), 방(妨)이고, 선운목(先韻目)이다. 첫 구에 운자가 없으면 그 구의 마지막 7번 자는 무조건 측성(仄聲)을 써야 한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각구(各句)의 평측(平仄)도 전범(典範)에 맞추어 지었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다음과 같다. 辛酸(신산)은 힘들고 고된 인생살이를 말한다. 經邦(경방)은 나라를 경영하는 것이다. 剪~燭(전~촉)은 촛불의 심지를 가위로 자르는 것인데, 예로부터 긴 밤에 이야기를 나눌 때 길어진 심지를 자르면 촛불이 더 밝아진다. 그래서 옛 시인들은 전촉(剪燭)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비유했다. 皤皺面(파추면)은 흰머리와 주름진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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