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田家春望(전가춘망) / 농가의 봄 경치
금삿갓의 漢詩工夫(260202)
田家春望(전가춘망) / 농가의 봄 경치
- 高適(고적)
出門無所見
출문무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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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나서니 보이는 것 없고
春色滿平蕪
춘색만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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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만 거친 들판에 가득하구나.
可憐無知己
가련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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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친구 없어서 가련하구나.
高陽一酒徒
고양일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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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땅의 한 술꾼이라네.
* 高陽酒徒(고양주도) : <사기(史記)> <역생육가열전>에 나오는 한고조 유방의 책사 역이기(酈食其)가 한 말이다. 유방이 고리타분한 유생을 만나주지 않자, 역이기는 ‘나는 고양의 술꾼이지, 유자 따위가 아니다(吾高陽酒徒 非儒人也)’라고 하여 유방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시에서는 한낱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자조의 뜻으로 쓰였다.
* 落落(낙락) : 쓸쓸한 모양. 드문드문 성긴 모양.
出門無所見(출문무소견)은 唱起下句春色(창기하구춘색)이나. 然(연)이나 亦見出門落落(역견출문낙락)에 莫知所從也(막지소종야)라. 平蕪(평무)는 平地草也(평지초야)라. 所見(소견)은 春色(춘색)이 徧地(편지)하여 惟有草耳(유유초이)라.
문을 나서도 보이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아래 구(句)의 春色(춘색)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역시 문을 나서보니 낙락하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였다. 평무는 평평한 땅의 우거진 풀이다. 보이는 것은 봄빛이 온 땅에 두루 퍼져 오직 풀만이 있을 뿐이었다.
可歎無知己(가탄무지기)는 我眼中(아안중)에 竝不見有一箇人(병불견유일개인)하고 人意中(인의중)에 竝無一箇人(병무일개인)이 知得我(지득아)하니 然則我將如之何(연즉아장여지하)아. 只得混迹酒徒耳(지득혼적주도이)라.
알아주는 이 없어 탄식할 만하다는 것은 나의 안중에 한 사람도 아울러 보이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에 아울러 한 사람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그런 즉 내가 앞으로 어찌해야 하는가? 다만 술꾼들의 자취에 섞였을 뿐이다.
高陽一酒徒(고양일주도)는 漢高帝輕儒生(한고제경유생)이어늘 高陽酈生(고양력생)이 入見辭之(입견사지)라.
고양의 한 술꾼이라는 말은 한고조가 유생을 가볍게 여기니, 고양의 역생이 들어가 뵙고 한 말이다.
生(생)이 叱使者曰吾(질사자왈오)는 高陽酒徒也(고양주도야)니, 沛公(패공)이 見之(견지)나 夫酈生(부력생)은 以沛公(이패공)이 輕儒故(경유고)로 混託酒徒以見(혼탁주도이견)하고 今高適(금고적)은 以世無知己(이세무지기)로 想酒徒(상주도)로되 亦不易爲耳(역불이위이)라.
역생이 사자 꾸짖기를 “나는 고양의 술꾼이다.”라고 하여 패공이 그를 보았으니, 저 역생은 패공이 선비를 가볍게 여기는 까닭으로 술꾼에 의탁하여 고조를 보았고, 지금의 고적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음으로 술꾼이라 생각하지만 역시 술꾼 되기도 쉽지 않을 뿐이다.
〇 適(적)이 在田家(재전가)하여 出門(출문)에 一無所見(일무소견)하고 草色(초색)이 滿平蕪(만평무)하여 春景(춘경)을 可見(가견)이라. 仍自嘆世無知己之友(잉자탄세무지기지우)하고 高陽酒徒(고양주도)도 亦不易耳(역불이이)라.
고적이 농가에 있으면서 문을 나서니, 하나도 보이지 않고 풀빛이 평평한 들에 무성하여 봄 경치가 볼만했다. 그로 인해 스스로 세상에 알아주는 벗이 없음을 한탄하였고, 고양의 술꾼도 쉽지 않을 뿐이다.
* 高適(고적, 702~765) : 자(字)는 달부(達夫), 허베이성(河北省) 출생으로 중국 성당(盛唐)의 시인으로 호탕한 성격이어서 어렸을 때는 무절제한 방랑생활을 하며 이백(李白)·두보(杜甫) 등과 사귀었다고 하고, 과거에 급제한 후로는 순조로운 관리 생활을 하여 만년에는 발해후(渤海侯)에 봉해졌고, 5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곧 일류 시인의 자리를 확보하였다고 하며, 그의 시는 호쾌하면서도 침통한데, 특히 변경에서의 외로움과 전쟁·이별의 비참함을 읊은 변새시(邊塞詩)가 뛰어나다. 주요 작품으로는 <별위참군(別韋參軍)>, <연가행(燕歌行)>, <별동대(別董大)>, <봉구작(封丘作)>, <왕칠(王七)과 더불어 옥문관(玉門關)에서 피리 부는 소리를 듣고 화답하다(和王七玉門關聽吹笛)>, <배원외(裴員外)에게 시로 편지에 대신하여 보답하다(酬裴員外以詩代書)>, <인일(人日)에 두이집유(杜二拾遺)에게 부치다(人日寄杜二拾遺)>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