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헤스(Ages)에서 아침 6:20분에 숙소를 출발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고 오늘 브르고스(Bergos)까지 걸어야 한다. 중간에 해발 1,078m의 마따그란데(Matagrande) 언덕을 제외하고 평지이거나 내리막이라서 길은 평이할 것이다. 브르고스 까지는 5~6개의 마을을 지나가거나 스쳐가야 한다. 첫 번째 마을이 아따뿌에르까(Atapuerca) 마을이다. 아헤스에서 약 2,5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중간은 대부분 평원이다. 이 평원에서 그 옛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그 사실을 기념하는 기념물이 있다. 1054년경 병환에 시달리던 팜플로나 왕국의 가르시아 3세는 자기가 죽으면 동생인 레온 왕국의 페르난도가 자신의 아들들을 몰아내고 팜플로나 왕국을 삼키려 들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병문안을 하러 온 페르난도를 체포해 카에 성에 가두었다. 하지만 페르난도는 간수를 매수해 극적으로 탈출한 뒤 레온 왕국으로 돌아갔다. 사후가 걱정인 가르시아 3세가 무슬림들과 연합하여 카스티야 즉 레온왕국을 침공하자, 페르난도는 아라곤 백작 라미로 사노이츠와 함께 동맹을 맺고 대항했다. 양군은 아헤스 마을과 아따뿌에르카 마을 사이의 계곡에서 맞붙었는데, 전투 도중에 가르시아 3세가 전사했다. 팜플로나군은 해질 무렵까지 전투 대열을 유지했고, 왕의 시신을 수습한 뒤 일부는 아헤스 마을이 성당에 묻어두고, 나머지는 팜플로나로 이송하여 안장했단다. 그리고 이 평원에 나바라(팜플로나)의 왕 가르시아 엘 데 나헤라(가르시아 3세)의 죽음을 기리며 커다란 돌을 세워 경계석으로 삼았다. 죽은 왕의 경계석 (Mojon Fin de Rey) 또는 죽은 왕의 선돌(Menhir Fin de Rey)라고 불린다.
이 마을 건물 벽에는 당시의 전투 장면을 그린 벽화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현재에도 그때의 전투 장면을 재현하는 축제가 이 마을의 평원에서 벌어진다. 이 마을에서 약 3Km 떨어져 있는 그란 돌리나 동굴에 백만 년 전의 인류 ‘호모 안테세소르(Homo Antecessor)’의 유적지는 인류의 진화이론에 대한 혁명적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호모 안테세소르는 '개척자(Pioneer)'라는 뜻으로 네안데르탈인 이전의 인류로 유럽의 인류 중 가장 오래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