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기오의 일과 중 매일 빼놓으면 안 되는 것이 마사지받기와 망고 먹기였다. 우리 팀은 주로 다니던 마사지 숍보다 다른 좀 더 색다르고 분위기가 좋은 곳을 없을까 찾아보았다. 구글 지도를 통해서 찾은 곳이 바로 Terramore라는 스파와 레스토랑을 겸업하는 곳이었다. 위치는 18 Purok 4 Bakakeng Norte, Baguio City에 있었다. 숙소에서 도보로 슬슬 걸어서 그곳까지 갔다. 메인 도로에서 조금 들어가서 절벽의 끝 쪽에 자리하고 있다. 구글의 리뷰도 많이 달려있고, 별점 평가도 그런대로 좋은 곳이다. 경험자들이 올려놓은 사진들로 보기에 제법 고급스러웠다. 이번에는 한 번 제대로 된 스파 마사지로 호사를 한번 누려 보자고 했다.
숍 마당과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고, 주차장도 제법 넓다. 정원에서 바라보니 바로 밑으로 깊은 계곡이다. 바기오는 대부분 이런 지형이다. 정원에 비치파라솔과 의자들도 준비되어 있어서 커피를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구조다. 안으로 들어서니 마사지 숍이 아니라 마치 고급 스런 바에 들어온 분위기이다. 정면에 바텐더가 설치되어 있고, 양쪽 벽면에는 술을 보관하는 장식장들이 조명에 빛나고 있다. 왼쪽은 와인들이고 오른쪽은 각종 위스키나 브랜디 종류가 즐비했다. 만고의 술꾼이 금삿갓 운사의 눈에는 마사지나 스파보다는 여기서 대낮부터 찐하게 한잔 하는 것이 훨씬 더 감흥이 있을 것 같다. 지배인과 서비스 내용에 대한 상담을 하니까 마사지 코스는 Oil 마사지와 Hot Stone 마사지로 90분 서비스를 하고, 오찬으로 주방장의 스페셜(Chef’s Specials), 마사지 전 후의 음료 두 잔이 제공된단다. 주류나 별도 음료는 추가 요금 부과된다. 그래서 1인당 1,700페소에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오일 마사지를 받으면 무조건 샤워를 해야 하는데, 여기는 이름이 스파(Spa)라서 그런지 샤워실과 증기탕 사우나가 구비되어 있었다. 오일 마사지는 다른 곳이나 별 다른 차이점이 없고, 뜨겁게 달군 옥돌을 등의 여기저기에 올려놓고 마치 한의원에서 뜸을 뜨듯이 하는 것이 독특했다. 처음에는 매우 뜨거워서 견디기 어려웠으나 점차 적응이 되었다. 돌이 식으면 다시 뜨거운 것으로 올려놓는다. 여기 마사자사들이 훨씬 편할 것 같다. 90분 내내 힘을 쏟으면서 마사지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뜨거운 돌로 등을 문지르는 줄 알았는데 그냥 올려 두고 그들은 쉬고 있는 것이다. 마사지를 끝내고 증기탕에 들어가니 먼저 온 여자 손님 한 사람이 헐렁한 가운 차림으로 있다가 깜짝 놀란다. 문 밖에는 분명히 남녀 공용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데, 그녀가 놀라니 나도 더 놀랐다. 뭔가 잘 못 들어와서 필리핀에서 성추행 용의자로 몰릴까 봐서다.
주방장 특선 점심은 이렇다. 시작은 버섯 크림 수프와 치킨 샐러드 중 택일이고, 메인 코스는 선택지가 여럿이지만 그리 특별나 보이지는 않았다. 갈비구이와 밥, 버섯 새우 파스타, 소갈비 찜, 돼지고기구이와 밥, 치킨 페스토 등 5가지 중에서 택일이다. 어느 것이 맛이 있을지, 질기지 않을지, 우리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복불복의 직관적인 선택뿐이다. 실패하면 한 끼를 망치는 것이다. 각자 눈치를 보다가 시켰는데, 문제는 소운(素雲)이 주문한 음식이 서비스되지 않는다. 주문받은 종업원과 주방 종업원 사이의 의사소통 오류인가 보다. 애꿎은 산미구엘 맥주만 홀짝일 수밖에. 럭셔리하게 마사지와 오찬을 즐기려고 왔지만 역시 바기오에서 너무 꿈을 크게 가진 것이 잘못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