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을 헤맨 이야기
종종 꽃집에 들러서 화병에 꽂을 꽃들을 살 때가 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꽃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을 고를 때 사장님의 추천을 받기보다
가기 전 미리 색감을 생각하고 가서 꽃들을 직접 하나하나 고릅니다.
오늘은 코랄톤, 오늘은 화이트톤, 오늘은 보라색계열 등등.
생각하고 간 색감의 꽃들이 있을 때는 너무나 반갑습니다.
그런데 생각하고 간 색감의 꽃이 없을 때는 재빨리 꽃집의 꽃 냉장고를 훑어보며
서로 어울릴 만한 꽃들이 있는지 살핍니다.
그날은 미리 색감을 생각하기보단 꽃집의 꽃을 보고 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꽃집으로 기대의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꽃집이었습니다.
두 번째 꽃집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이곳도 역시나 문은 닫혀 있었고 예약제 운영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지칠 대로 지치기도 했고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꽃에 대한 마음이 너무 간절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마지막 꽃집으로 갔습니다.
두 시간은 걸었던 것 같습니다.
썩 마음에 드는 꽃은 없었지만 꽃집 특유의 향기를 맡고 꽃들을 보니 그동안 한 고생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고르는 꽃들마다 가격이 상당했지만 붉은 계열의 꽃을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붉은 눈물을 흘리는 카라, 다알리아, 장미, 거베라 여러 송이를 샀습니다.
붉은 눈물이 마치 제가 흘릴 것만 같았던 눈물처럼 보였나 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정성스럽게 화병에 꽂습니다.
두 시간 반이나 걸려서 사온 꽃들을.
간절한 마음은 마음을 붉게 만듭니다.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고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꼭 그것이어야만 합니다.
꽃을 사기 전부터 고를 때, 집으로 들고 가기까지 모든 손길이 다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붉은 마음을 지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붉은 꽃을 보며 생각합니다.
붉은 꽃의 마음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