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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선 Jul 11. 2023

삶의 행간

친구와 대화를 하며 마음에 든 생각

나는 몸담고 있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거리를 준비 중이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준비한다고 주변에게 알렸을 때, '그 힘든 일을 어떻게 하려고 하냐'라는 걱정이 응원보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전에 했던 일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아주 많이 속상하거나 후회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오늘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항상 먼저 연락을 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친구가 내게 근황을 물었다. 그래서 교사를 그만두고 꽃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하고 친구가 어떤 잔소리를 내게 해올까 심장이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친구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응원한다!! 큰 용기 가지고 했을 것 같은데."


"맞아. 큰 용기야. 아는구나 이 마음."


"그럼. 자기가 선택해서 (한 일이고), 또 다 주변인들의 사소한 말들도 이겨내야 하는데."


 '용기'는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다. 나는 꽃을 선택했고, 씩씩하고 굳센 기운으로 가지각색의 사소한 말들을 이겨냈다. 그리고 나는 친구에게 교사를 할 때는 이랬고, 그만 둘 때는 이랬고, 꽃을 선택했을 때는 이랬다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 문장으로 이야기했을 뿐인데 친구는 나의 삶의 행간을 읽어주었다. 나를 인간 존재로서 바라봐준 것이다.


사업이 힘들다, 꽃집 일은 고되다, 편한 교사 생활을 두고 왜 힘든 길을 가냐 등의 말들을 놓아두고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그건 그 친구가 가진 삶의 근육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을 허투루 판단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그 친구에게 있는 것이다.


박연준 작가의 <고요한 포옹> 중 '도착'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이란 책을 보면, 카몽이스란 시인이 밤에 촛불이 꺼지자 "자기 고양이 눈빛에 기대어" 시를 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의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달빛처럼 고였다. 


나는 오늘 밤, 친구의 말에 기대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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